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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단말기 인하 어렵다

단통법에 보조금 분리공시제 제외…가격 공개로 ‘호갱님’은 사라질 것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휴대전화 단말기 인하 어렵다

휴대전화 단말기 인하 어렵다

불법보조금과 관련해 영업정지됐던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정상영업에 돌입하며 마케팅 전쟁이 시작된 5월 20일 서울 용산의 한 전자상가.

최신 휴대전화로 교체하려는 고객이 매장으로 들어간다. 고객이 원하는 휴대전화 모델을 말하자 매장 직원은 깨알 같은 숫자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펼쳐놓고 연신 계산기를 두드린다. 잠시 후 직원이 계산기를 보여주며 “휴대전화 가격이 ○○만 원인데, 보조금이랑 24개월 약정 할인을 포함해 월 ○만 원만 내면 됩니다”고 말한다. 중간 계산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으니 마지막에 매달 얼마를 내라는 소리만 귀에 들어온다. 복잡한 과정을 모르다 보니 같은 날 같은 휴대전화를 사도 매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가격 정보 정확히 비교 가능

오는 10월부터는 휴대전화 매장에서 이 같은 복잡한 과정이 사라진다. 휴대전화 가격은 얼마이고, 지급되는 보조금은 얼마인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단말기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동통신시장에서 더는 ‘호갱님’(‘호구+고객’으로, 판매자가 속이기 쉬운 고객)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의 핵심은 단말기 가격과 보조금의 투명한 공개다. 이동통신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단말기 가격과 보조금을 공시해야 하고, 일선 휴대전화 매장에서도 이를 표시해야 한다. 대형마트에서처럼 가격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고, 단말기 가격을 쉽게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월 이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4’를 구매한다면 이동통신사 홈페이지나 휴대전화 매장에서 출고가 95만7000원과 단말기 보조금 액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별 보조금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단말기 보조금 한도도 달라진다. 기존 보조금 가이드라인은 27만 원이었는데, 앞으로는 보조금 한도가 최저 25만 원에서 최대 35만 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6개월마다 시장 상황을 보고 보조금 한도를 정한다.



보조금 한도를 정했지만 유통점의 영업 전략을 위해 소폭의 추가 보조금은 지급할 수 있게 했다. 이동통신사가 공시한 보조금의 15% 내에서 유통점이 추가 보조금을 쓸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보조금 최대치는 약 40만 원까지 올라간다.

저렴한 단말기를 원하는 소비자의 경우 보조금 한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짜폰’이 사라져 아쉬울 수 있지만, 구형 휴대전화는 보조금 한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출시 15개월이 지난 단말기는 구형 휴대전화로 분류해 단말기 보조금 한도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이동통신사가 필요할 경우 구형 휴대전화에 보조금을 집중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비자 처지에서도 최신 단말기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저렴한 가격에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가입이나 기기변경, 번호이동 등 가입 유형에 따른 보조금 차별도 사라진다. 가입 유형에 관계없이 누구나 동일한 보조금을 적용받는다. 기존에는 다른 이동통신사 가입자를 뺏어오려고 번호이동에 보조금을 집중했으나 소모적인 경쟁을 막고 모든 가입 고객에게 고루 혜택을 제공하고자 차별을 없앴다.

휴대전화 단말기 인하 어렵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9월 24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단통법’ 관련 고시개정안 등에 대한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요금제에 따른 보조금 차별도 철폐된다. 기존에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만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했지만, 단통법은 모든 가입자에게 요금제에 비례한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약정 기간이 지난 중고 단말기나 해외에서 구매한 단말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보조금만큼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역시 모든 고객에게 공평한 혜택을 주려는 조치다.

단통법과 기존 보조금 가이드라인의 차이점은 처벌 규정이 강력하다는 데 있다. 가입 유형이나 요금제 등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 지급하면 방통위가 긴급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 매출액의 3% 또는 10억 원 이하 과징금과 3억 원 이하 벌금도 부과한다. 이동통신사만 처벌하던 것과 달리 일선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하고, 관리 책임을 물어 본사에는 과징금을 징수한다.

단통법이 시장에 안착하면 장기적으로 이동통신사의 전략도 기존 고객 중심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통법 시행에 따라 보조금을 앞세운 가입자 유치 경쟁 약화가 점쳐지기 때문이다.

시행 초기 편법 영업 집중 점검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하부 고시에 휴대전화 보조금 분리공시 제도를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옥에 티로 지적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9월 24일 회의에서 보조금 분리공시를 포함하지 않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분리공시는 전체 보조금 가운데 이동통신사의 지원금과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을 구분해 공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좌절되면서 단통법 취지 중 하나인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정부는 단말기 제조사 장려금을 출고가에 반영해 출고가 자체를 낮추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규모도 정확히 알기 어려워져 중고 단말기나 자급제 단말기(공기계)를 사용하는 고객의 요금 할인액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관계자는 “분리공시는 이동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춰 효과적인 할인이 제공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면서 “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분리공시는 좌절됐지만, 미래부와 방통위는 단통법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단통법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시도되는 구조 변화다. 따라서 시행 초기 혼란이 발생하거나 제도 허점을 노린 편법 영업이 생겨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민간과 함께 단통법 시행 점검단을 구성해 제도 정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민관 합동 단말기 유통법 시행 점검단’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점검단은 방통위, 미래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 3사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점검단은 △민원 대응 △제도 준비·점검 △제도 홍보 등을 담당하는 4개 팀으로 구성한다. 단장은 미래부 통신정책국장과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주간동아 2014.09.29 956호 (p46~47)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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