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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청와대와 경찰 합작 ‘송광용 참사’

임명 3개월 만에 전격 사퇴, 인사 시스템 또 붕괴…검찰 리베이트 혐의 수사 본격화

  • 최우열 동아일보 기자 dspn@donga.com

청와대와 경찰 합작 ‘송광용 참사’

청와대와 경찰 합작 ‘송광용 참사’
임명 3개월 만에 전격 사퇴한 송광용(61)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둘러싸고 또다시 ‘인사 참사’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검경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찾아놓고 유 전 회장인 줄 모른 채 한 달을 헤맨 것과 똑같은 꼴”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송 전 수석이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청와대뿐 아니라 경찰 스스로도 그를 소환조사하고 3개월이 지나서야 알았다는 믿지 못할 사실 때문이다.

게다가 송 전 수석이 사퇴한 뒤에도 청와대는 그 이유를 꽁꽁 숨기기만 해 의혹이 산더미처럼 부풀었고, 결국 사흘 만에 언론에 의해 윤곽이 까발려지자 그제야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섰다. 경찰의 허술한 보고 시스템에 이은 청와대의 터무니없는 인사 검증, 특히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여준 청와대의 대응 능력까지 총체적으로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6월 취임한 송 전 수석이 3개월 만인 9월 20일 물러난 뒤 청와대는 “사퇴와 관련해서는 브리핑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침묵했다. 오히려 청와대 내부에서는 “송 전 수석이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는 등 터무니없는 얘기를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9월 20일 해외 순방에 나선 날 갑자기 사표가 수리된 점,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한창일 때 주무 청와대 참모가 갑자기 공석이 돼버린 상황을 그 침묵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은 없었다. 청와대의 침묵은 국민 이목을 대통령 순방이 아니라 송 전 수석 사퇴에 쏠리도록 만들었고 의혹은 산더미처럼 커졌다.

수석 내정 3일 전 경찰 조사

청와대와 경찰 합작 ‘송광용 참사’

송광용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비서관.

그러나 이틀 만에 경찰이 송 전 수석을 조사했다는 게 드러났으며, 사퇴 나흘 전인 9월 16일 경찰은 송 전 수석에 대해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 전 수석이 받고 있는 혐의는 서울교대 총장 재직(2007∼2011) 때 교육부 인가를 받지 않고 이른바 ‘1+3 국제특별전형’ 개설 운영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9월 22일 “지난해 2월 일부 대학이 운영하는 1+3 국제특별전형에 문제가 많다는 첩보를 입수해 서울교대 등 17개 대학을 대상으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서울교대 등 17개 대학과 11개 유학원이다. 국제특별전형으로 이들 대학이 학생들에게서 받은 수업료는 총 732억 원. 서울교대는 2009년 12월 평생교육원에 1+3 국제특별전형을 개설해 2년간 운영했고 학생 170여 명이 수강료 33억 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1+3 국제특별전형은 국내 대학에서 1년간 수업을 받고 외국 대학에서 3년간 수업을 받는 제도로, 브로커 개입과 수수료 논란으로 문제가 되자 2012년 말 폐지됐다.

송 전 수석이 청와대의 내정 발표 사흘 전인 6월 9일 이미 이 사안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때 송 전 수석은 “1+3 국제특별전형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결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송 전 수석의) 내정 사실을 모른 채 수사를 진행했다”고도 했다. 청와대가 송 전 수석의 내정 사실을 발표한 날짜는 6월 12일이었다.

청와대의 고위직 인사 검증에 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그제야 청와대가 입을 열었다. 송 전 수석이 사퇴한 지 사흘 만인 9월 23일 청와대가 서면자료를 낸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송 전 수석은 6월 10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이 보낸 자기검증질문서에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받은 사실이 있나’는 질문 항목에 ‘아니요’라고 거짓 답변했다. 결국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의 말만 믿고 검증작업을 게을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다만 청와대는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 외에 추가로 확인된 비리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퇴 사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청와대는 “송 전 수석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공직에서 물러나 수사받게 해달라고 요청해왔다”며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유를 밝혀 사표를 수리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경찰 쪽 보고 시스템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송 전 수석은 6월 9일 서초경찰서에서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받았지만 수사 경찰관은 조사 당일 전산 입력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6월 10일자로 송 전 수석에 대해 범죄 및 수사 경력을 조회했지만 전산상 조사 사실이 조회되지 않아 ‘해당 사항 없음’으로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송 전 수석에 대한 경찰 조사 사실은 9월 16일부터 전산 조회가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가관인 것은 송 전 수석이 경찰 수사 대상이라는 사실을 청와대가 인지한 경로다. 지난주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의 정보 활동 과정에서 경찰에 송 전 수석 관련 사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민정수석실이 송 전 수석에게 이를 확인한 뒤 사표를 수리했다. 민정수석실은 현 정부의 교육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송 전 수석이 교육 관련 법규 위반 행위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곧 법정도 오가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판단했고, 송 전 수석 본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자의 반 타의 반 사퇴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전 과정을 보고받은 뒤 곧바로 사표를 수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수석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경찰이 3개월 내내 청와대에 보고한 적도 없었다는 게 드러났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경찰 스스로도 민정수석실이 파악하기 전까지 자기네가 송 전 수석을 조사했고 그가 계속 수사 대상에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면서 “결국 송광용이 누구인지 자체를 경찰이 몰랐던 셈”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장 등 책임론 탄력

청와대와 경찰 합작 ‘송광용 참사’

2012년 11월 교육과학기술부의 운영중단명령에 항의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모 대학 ‘1+3 국제특별전형’ 합격생의 부모들. 송광용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총장으로 있던 서울 교대도 당시 운영중단명령을 받았다.

민정수석실이 사태 진상을 파악한 뒤 경찰이 사건을 급하게 검찰에 송치한 흔적도 포착됐다. 검찰로 넘어간 수사 기록에서 수사가 완결되지 않은 정황이 여러 군데 발견됐다고 한다. 또 경찰은 9월 16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에 기록이 넘어간 것은 송 전 수석 사퇴를 둘러싼 의혹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온 22일 오전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송치 기록을 인쇄한 날짜는 16일이 맞지만 인쇄된 시간을 보면 오후 18시 30분쯤으로 그날 송치할 수 있는 시간도 아니었다”면서 “검찰에 사건이 넘어온 건 22일인데 경찰이 왜 16일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9월 22일 이 사건을 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7부(부장 송규종)에 배당하고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은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 외에 서울교대와 1+3 국제특별전형을 운영하는 데 개입한 유학원 간 뒷거래가 있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경찰 조사에서는 서울교대와 유학원 사이에 입학금과 수업료 명목으로 33억 원이 오간 사실만 파악됐지만, 업계에서는 “유학원이 이 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당 일정 금액을 대학 또는 대학 관계자에게 제공했다”는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고등교육법 위반 외에 별다른 혐의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도 총장 직위에서 행정적인 서명을 했다는 것뿐이라 최종 기소가 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송 전 수석 사퇴 미스터리’라며 온 나라가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결국 무혐의로 결론 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이미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경찰과 청와대 인사 검증 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사건이 시작된 6월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강신명 현 경찰청장이고,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을 한 곳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권오창 비서관)이었다.



주간동아 2014.09.29 956호 (p34~35)

최우열 동아일보 기자 dsp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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