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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벼랑 끝 40대, 행복으로 01

死십대 ‘삶의 무게’

대한민국 40대 현실 팍팍, 노후 불안 죽을 맛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死십대 ‘삶의 무게’

死십대 ‘삶의 무게’
어느 사회나 그것을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허리가 있다. 한국 사회에선 40대가 그 구실을 한다. 학번으로 치면 85학번에서 94학번(1966~75년 출생자)까지. 인구수로는 약 820만 명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한 반에 60명이 넘는 콩나물시루 교실에서 오전·오후반 2부제 수업을 했고, 대학 때는 데모와 취업 사이에서 고민했다. 40대 후반은 민주화 시위에 동참해 대통령직선제와 민주화를 이뤄냈으며, 40대 초반은 선배들의 전설 같은 민주화운동의 활약상을 듣고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았고, 자신감과 긍지도 충만했다. ‘386’으로 대표되는 40대 정치 세력(현재는 486)은 정치 개혁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런데 2014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40대는 불안하다. 불만족스럽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사회에선 아직 젊은이로 인식되고, 부모 봉양과 자식 교육 사이에서 아슬아슬 담장을 탄다. 아버지가 40대였던 시절 세상은 가장인 아버지를 중심으로 돌았다. 아버지는 태양이었다. 아버지가 퇴근 후 식사를 시작해야 저녁을 먹을 수 있었고, 가족은 태양을 우러러봤다. 이젠 자신이 40대 가장이 됐지만 태양은커녕, 태양계에서 빠진 명왕성보다 못하다고 느낀다. 세상은 아이, 회사를 중심으로 돈다. 바삐 돌아도 세상을 따라가기 벅차다. 직장에서도, 경제적으로도, 자녀 교육에서도 주변을 맴돌 뿐이다. 누군가가 좀 쉬어가라고 물 한 잔 건넨다면 그의 어깨를 부여잡고 아기처럼 엉엉 울고 싶다.

부모 봉양과 자식 교육 한창

6월 발표한 ‘2013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서울 가구주의 평균 나이는 48세로 전문대졸 학력의 남자 가장이며, 가구소득은 월 300만~400만 원대가 25.1%로 가장 많았다. 서울 시민 10명 중 6명(59.4%)이 ‘지난 2주일 동안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응답했는데, 이 중 40대의 스트레스 비율(63.4%)이 가장 높았다.



기자는 이 문제에 천착하면서 2014년을 살아가는 40대 2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9월 15~23일 진행한 인터뷰는 개별 혹은 4~5명 집단 형태로 이뤄졌다. 그들은 회사원, 교사, 공무원, 중소기업 대표, 자영업자, 귀촌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살지만, 공통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중 가장 치열한 때를 보내고 있다.

40대의 가장 큰 고민은 예상대로 ‘경제생활’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은퇴 연령이 낮아지면서 40대가 느끼는 무게는 앞 세대의 그것보다 육중하다.

“초등학교 5학년, 1학년인 아이 2명을 키우고 있습니다. 큰아이의 영어, 수학 학원비만 월 80만 원 들어갑니다. 여기에 중국어 방문학습, 미술, 검도 한두 가지를 더 시키면 아이당 ‘월 100’은 훌쩍 넘죠. 작은애도 이제 사교육에 돈이 들어가기 시작했고요. 아파트 전세대출금 이자 내고, 애들 가르치고, 생활비 쓰면 노후대책은 전무합니다. 그나마 연금 보고 살았는데, 공무원연금 개혁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르겠어요. 와이프는 내년에 소점포 테이크아웃 커피숍이라도 차리겠다고 바리스타 자격증 공부를 하는데, 갈수록 생활은 팍팍해지네요.”(45세 공무원 김모 씨)

“예전 선배들 말을 들어보면, 40대 때 열심히 벌어 내 집 마련하고 자식 교육한 뒤, 50대에는 늘어난 연봉을 아껴 노후에 대비했다고 해요. 평생직장 시절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달라요. 40대 중반이 되면 회사는 인사고과 평점이 낮은 부서장을 은근히 (퇴사를) 압박하고, ‘회사를 다녀야 하나’라는 고민에 맘이 급해지죠. 매일 새벽 토스트 하나 사먹고 학원에서 ‘오픽’(Opic·영어회화시험) 공부하고, 저녁에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후다닥 밥을 먹은 뒤 부서장을 모시고 거래처 돌아야죠. 주말에는 아이랑 놀아줘야죠. 축구선수 박지성도 이렇게 못해요. 멀티플레이어가 따로 없어요.”(47세 회사원 최모 씨)

이러한 40대의 고민은 ‘동아일보’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산출한 ‘노후 경제행복지수’에서도 잘 드러난다. 노후생활의 예상 만족도를 측정하고자 30~60대의 2000년과 2010년 경제 수준을 비교했는데, 10년 사이 40대의 월평균 지출은 53.2% 늘어나 250만 원을 웃돌았다. 40대 월평균 소득은 2000년 223만9635원에서 2010년 375만5544원으로 67.7% 상승했지만, 이 기간 주택가격지수는 69.5% 올랐고, 가계부채는 285% 급증했다. 40대의 자녀 양육비 월 지출액은 108만9371원으로 세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10년 사이 소득증가율(67.7%)보다 자녀양육비 증가율(70.7%)이 훨씬 커진 것. 더욱이 소득은 늘어도 집값과 사교육비가 더 올라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멀티플레이어 강요받는 세대

死십대 ‘삶의 무게’

소득이 늘어도 집값과 사교육비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40대 가장의 생활은 점점 팍팍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모습.

그렇다고 미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2000년에는 50대의 월평균 소득(234만여 원)이 가장 많았지만, 2010년에는 40대(375만여 원)가 ‘임금피크’ 세대가 됐다. 앞으로 40대는 소득이 줄어들 일만 남았고, 지금 저축하지 못하면 노후대비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그들의 가장 큰 고민도 노후와 주거문제였다. 당연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관심이 높았다. 국회의원 보좌관 이모(43) 씨의 말이다.

“정부는 내수 부진을 끊고 경기를 살리겠다고 각종 대책을 내놓는데 제가 볼 땐 ‘물음표’예요. 내수 부진이 된 이유가 뭡니까. 갈수록 쓸 돈이 없어지니까 그렇죠. 차라리 40대 가장들에게 상품권을 주는 게 낫다고 봐요. 부동산담보대출 이자를 낮춰 부동산경기를 살린다는데, 요즘 40대 가운데 집을 살 여력이 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서울 평균 전셋값은 2억5000여만 원이지만, (전용면적 85㎡) 아파트 매입비는 평균 5억545만 원이라고 해요. 아파트 한 채 사려면 적어도 2억50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한데, 지금 40대 직장인에게 그만한 돈이 있을까요. 금리를 낮추니 집주인은 전세를 월세로 돌려 전·월세난만 가중되고 있죠. 돈 좀 쓰려고 해도 오른 전세, 월세를 내면 쓸 여력이 없으니 당연히 내수 부진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주간동아’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8월 22~24일 실시한 ‘한국인 의식조사(전 국민 만 19세 이상 1000명, 온라인 서베이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를 분석한 결과에도 잘 나타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활성화 정책인 이른바 ‘초이노믹스’ 중 ‘대출완화 등 부동산정책’에 대해 40대는 10점 만점에 5.39점을 줘 가장 인색하게 평가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확대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폭증했지만 40대의 시선은 싸늘했다. 1년 내 전·월세 시세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40대의 48.9%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응답해, 가장 많은 사람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연령대였다. 이 질문에 대해 30대는 45.8%, 50대는 43.2%, 60대는 44.0%였다.

통계청이 3월 발표한 ‘2013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48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했지만, 아파트 전셋값은 전년 대비 6.7%나 올랐다. 전셋값을 올려주면 쓸 돈이 없다는 이씨의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기자가 만난 40대들은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놈)가 이미 옛말이 돼버린 지금 40대 초·중반이면 인생 2모작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니 삶이 불안하고 조급하다. 결국 젊을 때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지만, 그 조급함은 자신에게는 불만으로, ‘가진 자’에게는 불신으로 표출되는 듯했다.

“있는 놈들이 더해요. 재벌은 자녀에게 특혜를 줘 호텔, 백화점에 빵집을 내주고, 회사 MRO(기업의 소모성 자재) 납품 특혜를 주잖아요. 도전 정신을 심어주기보다 편법 증여, 특혜를 통해 어떻게든 자신의 부를 자녀에게 세습하려 하는데 일반 소시민은 어떻겠어요. 따지고 보면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은 우리 때가 마지막인 거 같아요. 요즘은 아버지, 할아버지 재력으로 비싼 사교육을 시켜 특목고(특수목적고교)에 보내고, 이것이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으로 이어지죠. 로스쿨이 생기면서 사법시험도 축소되고 있잖아요. 로스쿨 학비만 1년에 수천만 원이라는데, 보통 직장인이 애들 교육이나 시키겠습니까. 예전에는 초년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젊어 고생하면 늙어서 개고생’해요.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빈부갈등을 푸는 방법부터 찾아야 해요.”(49세 도시락전문점 사장 장모 씨)

死십대 ‘삶의 무게’
주간동아·리서치앤리서치의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40대의 고민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 사회 갈등 유형 4가지(빈부갈등, 지역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의 심각한 정도를 묻는 질문에 40대가 부여한 빈부갈등 점수(8.40)가 가장 높았다. 점수는 0~10점 사이 수치로 표기했는데, 평균은 8.18점이었다. 40대에 이어 30대(8.27점), 20대(8.21점) 순으로 높았다(그래프 참조). 이어 40대는 세대갈등 7.42점(평균 7.18점), 지역갈등 7.37점(평균 7.45점), 이념갈등 7.08점(평균 7.21점) 으로 응답했다.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갈등 유형을 묻는 질문에도 40대는 절반 이상이 빈부갈등(52.1%)을 꼽았다. △이념갈등(21.0%) △지역갈등(19.4%) △세대갈등(7.5%)이 그 뒤를 이었으며, 이는 현실의 벽 앞에서 ‘인생 역전’이 어렵다고 느끼는 40대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다’는 장씨의 말이 새삼 이해되는 대목. 이동열 리서치앤리서치 팀장의 설명이다.

“자녀 교육과 내 집 마련, 부모 봉양 등으로 40대 가장이 체감하는 경제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독 빈부갈등과 세대갈등에 높은 점수가 나온 것도 경제활동을 하면서 겪는 체감도와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낀 세대’로서의 어려움이 설문조사 결과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 위주로 돌아가는 가정

기자가 만난 40대 인터뷰 대상자들 역시 ‘낀 세대’로서의 허탈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끼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그나마 최선을 다해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데 가족은 40대 가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푸념이기도 했다. 중소기업 부장 임모(46) 씨는 부모는 ‘기껏 키워놓았더니 부모 생각 안 한다’고 핀잔을 준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어릴 적 세상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돌았어요. 아버지가 퇴근할 무렵 대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가 현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만 들려도 달려가 인사했어요. 아버지 월급날, 노란 월급봉투에서 빳빳한 1000원짜리 신권을 빼 용돈을 주시면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를 하며 ‘아비어천가’를 불렀죠. 당시 40대 아버지의 월급봉투는 가벼웠어도, 가족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어려운 시절이라 그랬는지도 모르죠. 지금은 완전히 달라요. 아침이면 제가 제일 먼저 나가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자동차 시동 걸어놓고 애들을 기다려요. 퇴근 후엔 ‘애 공부 방해한다’는 잔소리를 듣기 싫어 현관문 초인종도 안 눌러요.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살금살금 들어가 씻고 조용히 자야죠. 아버지가 아니라 하숙생인 거죠(웃음).”

“지난 주말 모처럼 쉬면서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TV를 봤어요. 아빠가 자녀와 함께 여행지에서 게임하고 천렵도 하는데 아들 녀석이 한 소리 하더라고요. ‘TV 속 아빠는 자상하고, 요리도 잘하고, 능력도 있고, 자식 마음을 잘 알아주는데 아빠는 왜 그렇게 못 하느냐’고. TV 속 아빠처럼 육아도 교육도 잘하는 슈퍼맨이 되고 싶은데, 우리 세대는 어릴 적 아버지와 친밀하게 지내지 않아서 그런지 좀 무뚝뚝한 편인 거 같아요. 뭐라고 할까, 경직된 느낌? 6월 지방선거 때 20대는 투표장에서 ‘투표 인증샷’을 찍더라고요. 우리는 반드시 누구를 당선, 낙선시켜야 된다는 생각에서 투표하는데 말이죠.”(43세 치킨전문점 대표 배모 씨)

독일 시인 뮐러는 ‘가난이 몰래 집 안으로 들어오면 우정은 서둘러 창문으로 달아나버린다’고 했다. 40대는 전셋값, 사교육비, 물가 인상 등으로 지출은 증가하는데, 쓸 돈이 줄어드니 ‘사랑도 달아나버렸다’며 씁쓸해했다. 대기업 차장 윤모(42)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석 달 전 회사가 외국계 기업에게 팔렸어요. 다행히 3년간 고용승계가 보장돼 회사는 그대로 다니고 있지만, 급여가 많이 줄었어요. 3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경쟁은 치열해졌고, 주말에도 출근해 영업하고 보고서도 내니 가정불화도 커지더라고요. 결국 아내가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생각지도 못한 다툼이 잦아지더라고요. 낮에 일하는데 ‘애 학원에 데려다줘’라거나 ‘회식하지 말고 집으로 와서 애들 저녁식사 챙겨’라고 해서 다툼이 생기니 아내는 ‘돈 많이 벌면 내가 왜 일하겠느냐’고 빈정거리더라고요. 이혼까지 생각했습니다.”

남편과 동갑내기인 주부 정모(45) 씨의 하소연도 비슷하다.

“부장 승진 이후 남편이 바빠지면서 집안일과 자녀 교육을 전적으로 제가 하게 됐어요. 집안일 끝내고 두 아들 숙제 봐주고, 학원 데려다 주고 오면 하루가 금방 가죠. 그런데 시댁식구나 남편이 제 가사노동은 인정하지 않고 ‘한 게 뭐 있느냐’며 빈정거릴 때면 화가 치밀어 올라요. 예전에는 남편과 대화도 많이 하고 여행도 자주 가 큰 싸움이 없었는데, 요즘은 남편이 짜증 내면 큰 싸움으로 이어지기 일쑤예요. 집 안이 매일 긴장 상태가 되다 보니 여유가 없어졌어요.”

死십대 ‘삶의 무게’

40대는 “회사 내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정불화도 잦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거울 속 내 모습 ‘털 빠진 수탉’

통계청이 4월 발표한 2013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평균 이혼 건수는 11만5300건, 평균 이혼 연령은 남자 46.2세, 여자 42.4세였다. 20세 이상 연령별 이혼 건수는 40~44세가 19.3%로 가장 높고 45~49세 18.4%, 50~54세 16.0% 순이었다. 40대 이혼 건수가 전체 이혼 건수의 37.7%를 차지했다.

“아버지처럼 열심히 일하면 가정이 평온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거울 앞에서 제 모습을 보니 털 빠진 수탉 같더라고요. 회사에서는 경쟁에 시달리고, 집에선 하숙생 취급받고, 사회적으론 무능한 가장의 모습. 자연히 마음이 공허해지죠. 나이 40은 불혹(不惑)이 아니라 생각이 많은 미혹(迷惑) 같아요.”

정신분석학에서는 40대의 이러한 심리를 행동화(Acting Out)로 설명한다. 스트레스로 분노가 커진 상황에서는 방어기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 스트레스를 스포츠나 대화 등으로 풀지 않을 경우 ‘행동화’로 나타난다. 일종의 일탈행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청소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과 흡사하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누군가 정서적으로 따듯하게 해준다면 거기에 혹할 공산이 크다고 한다.

최근 제주 서귀포로 귀촌한 김모(43)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팍팍하고 스트레스 받는 서울 생활이 싫어 귀촌했는데, 두어 달 지나니 ‘귀촌 생활도 만만치 않구나’ 싶어요. 천혜 자연환경은 좋은데, 이곳 생활에 적응도 잘 안 되고, 자녀 교육도 걱정되고요. 육지 사람에 대한 텃세도 있고요. 여기서도 어쨌든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니, 결국은 제행무상(諸行無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아니겠어요? 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주간동아 2014.09.29 956호 (p10~13)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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