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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원의 클래식 산책

명성 없이도 푸치니 매력 흠뻑 발산

로마 국립오페라극장의 ‘마농 레스코’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명성 없이도 푸치니 매력 흠뻑 발산

명성 없이도 푸치니 매력 흠뻑 발산

오페라 ‘마농 레스코’ 출연진들이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오페라의 나라’ 이탈리아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오페라 극장 가운데 으뜸이라면 역시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라 스칼라)을 꼽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과 나폴리의 산카를로 극장을 빼놓을 수 없겠고, 피렌체의 5월 음악제 극장과 볼로냐의 코무날레 극장도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쳐온 오페라 명가라 하겠다.

그런데 이 극장들에 비해 정작 이탈리아 수도에 자리한 ‘로마 국립오페라극장(Teatro dell’Opera di Roma)’의 지명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듯하다. 필자 주위에 있는 내로라하는 오페라 애호가 중에서도 이 극장에 가봤다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아마 화제가 될 만한 이벤트를 내세우거나 이렇다 할 영상물을 출시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추측되는데, 어쨌든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로마 국립오페라극장은 1880년 11월 로시니의 ‘세미라미데’로 개관식을 치렀다. 당시에는 설립자 이름을 따서 ‘코스탄치 극장(Teatro Costanzi)’이라 불렀고, 지금도 그 이름을 병행해 사용하고 있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푸치니의 ‘토스카’가 초연된 역사적 현장이며, 1920년대 중반부터 한동안은 ‘왕립극장’으로 명명되기도 했다.

얼마 전 필자가 이 극장을 찾았을 때는 약간의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바로 얼마 전에 접했던 파업 관련 소식 때문이기도 했고, 극장 위치가 로마에서도 치안이 안 좋기로 악명 높은 테르미니역 근처인 탓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극장과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다. 직전에 방문했던 스칼라 극장과 비교하자면 관람 환경, 편의시설, 직원들의 친절도 등 모든 면에서 훨씬 쾌적하고 만족스러웠다. 비록 극장 주변 환경은 화려한 스칼라 극장에 비해 다소 썰렁한 편이었지만.

공연 역시 만족스러웠다. 작품은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였는데, 극장 예술고문인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를, 인기 절정의 러시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타이틀롤을 맡은 덕에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당연히 티켓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이다.



먼저 네트렙코는 예의 탄탄한 발성과 풍부한 성량, 빼어난 연기력을 뽐내며 ‘허영기 가득한 팜파탈’ 마농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더구나 그녀의 새로운 연인으로 알려진 아제르바이잔의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가 상대역을 맡았기에 유난히 실감나는 공연이 아닐 수 없었다.

콘서트보다 오페라 무대에서 더 위력을 발휘하는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는 자칫 그저 그런 신파조 로맨스로 흐를 여지가 다분한 작품을 비범한 정열이 번뜩이는 강렬한 드라마로 거듭나게 했다. 비록 오케스트라의 기량은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에 비해 한 수 아래였지만, 무티의 강력하고도 노련한 지휘봉은 악단의 단점보다 푸치니 오페라의 치명적인 매력을 효과적으로 부각했다.

무티의 딸 키아라 무티가 맡은 연출도 무척 흥미로웠다. 처음에 막이 열리자 사막이 등장해 4막과의 수미상관 구조를 드러냈고, 2막에서는 중앙에 회전판을 설치해 마농의 이미지와 심리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조명한 점이 돋보였다. ‘마농 레스코’는 영상물이 적은데, 무티의 영향력에 기대어 이런 공연을 영상물로 내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명성 없이도 푸치니 매력 흠뻑 발산

이탈리아 로마 국립오페라극장.





주간동아 2014.06.09 941호 (p79~79)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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