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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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권 승계 ‘빠르게 단단하게’

삼성에버랜드 내년 1분기 상장…상속 재원 마련과 지배권 강화 포석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gmail.com

    입력2014-06-09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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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이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를 내년 1분기 중 상장한다. 삼성에버랜드는 6월 3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상장 추진을 결의하고 “상장을 통해 글로벌 패션·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달 중으로 주간사회사를 선정해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공모 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에버랜드 측이 밝힌 상장 추진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각 부문 사업경쟁력의 극대화, 두 번째는 신수종 바이오 사업에 대한 투자 확보다.

    삼성에버랜드는 패션, 리조트, 급식, 건설 부문 등 4개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패션부문에서는 에잇세컨즈로 대표되는 SPA(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사업 역량 강화와 해외시장 본격 공략이 목표다.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이 2012년 론칭한 브랜드로 이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패션부문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4분기 4.82%에 불과했지만 올 1분기 40.39%로 급증해 각 부문 가운데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레저부문에서는 신규 시설 확충과 호텔 등에서의 투자 연계 확대를 계획했다. 삼성에버랜드의 급식사업과 건설부문도 상장으로 생기는 차익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상장을 통해 얻은 자금은 삼성에버랜드가 대주주(44.5%)로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신기술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회사 측이 밝힌 상장 이유와는 별도로, 시장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이유를 지배구조 개편 및 3세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분석하는 목소리가 높다. IPO(기업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한 후 일련의 합병 및 분할 과정을 거쳐 3세 승계를 공고히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삼성 경영권 승계 ‘빠르게 단단하게’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사옥. 삼성에버랜드를 축으로 한 승계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 단순화 작업

    삼성 경영권 승계 ‘빠르게 단단하게’
    삼성에버랜드는 공모자금을 각 사업 부문에 투자해 회사 가치를 키우고, 이것을 시장에서 평가받아 다른 기업과 합병을 준비할 수 있다. 또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카드 등 삼성에버랜드의 주식을 가진 계열사들이 상장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매각해, 그룹 내에서 계속되는 ‘순환출자 구조 단순화 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특징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구조는 지금까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낮은 보유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에게 경영권이 승계되려면 이 구조로는 힘들다.

    시장에서는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 ‘지주회사 설립’을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 단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시작은 제일모직이었다. 2013년 9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1조50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결정한 것. 이후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매각하고, 급식과 식자재 유통사업을 분리해 삼성웰스토리를 신설하는 등 사업 조정을 거쳤다.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를 발표한 지 나흘 만인 지난해 9월 27일에는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삼성SNS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45.7%로 높은 편이었고 내부거래 비율도 55.6%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삼성SDS와 합병을 통해 오너 일가 지분이 19.1%로 낮아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올해는 지배구조 재편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됐다. 3월 31일에는 삼성SDI가 소재사업만 남은 제일모직을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DI의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그룹 내 전자사업의 수직계열화(삼성SDI-제일모직-삼성전기-삼성테크윈-삼성전자)가 더 공고해졌다.

    4월 2일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 결정이 발표되면서 지배구조 재편 범위가 중화학까지 넓어졌다. 5월 8일에는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공식화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삼성SDS는 상장설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발표한 당일, 삼성전자는 삼성SDI 자사주(4.78%)와 제일모직 자사주(3.95%) 전량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여기에 더해 삼성카드가 갖고 있는 제일모직 주식(4.67%)도 모두 매수하기로 했다. 매수 후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 25.16%, 제일모직 지분 8.62%까지 확보하게 된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7월 합병이 예정돼 있다.

    삼성그룹의 건설부문 계열사에서는 아직 사업 조정이 본격화되진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장내에서 꾸준히 사들이기 시작해 지분율을 7.81%까지 확대했다. 현재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다. 건설부문 삼성그룹 계열사에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외에 지주사인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중공업이 있다.

    삼성그룹 처지에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지주회사 설립 관련 과세특례가 만료되는 2015년 12월 31일까지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행보는 향후 숨 가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업 분할, 합병, 기업공개, 계열사 간 지분 정리 등의 과정이 더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예상 시가총액 7조6000억 원

    시장에서는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이를 통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핵심 과정으로 보면서 구체적인 지배구조 변화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현재 삼성에버랜드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45.5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지분 25.1%를 갖고 있으며 장녀 이부진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사장이 각각 8.37%씩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3.72%다. 여기에 삼성카드 등 계열사 지분 19.36%를 더하면 오너 일가 소유 지분이 65%까지 올라간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에버랜드가 상장되면 시가총액이 7조6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기준으로 추산했을 때, 이건희 회장 일가가 보유하게 될 지분가치는 3조4600억 원을 웃돈다.

    상장이 되면 구주 매출과 신주 발행을 통해 상장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이건희 회장의 보유 지분을 상속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과 계열사 지분 매입, 혹은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다. 이후 삼성그룹은 지배구조를 더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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