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6

2014.05.07

슬픔 애도할 음악을 ‘풍악’으로 매도

‘뷰티풀 민트 라이프’ 전격 취소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4-05-07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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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 애도할 음악을 ‘풍악’으로 매도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포스터.

    4월 26, 27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뷰민라)’가 갑자기 취소됐다. 그것도 공연을 하루 앞둔 25일 저녁에. 그 과정이 너무도 허망하다. 뷰민라 측은 많은 고민 끝에 행사의 정상 진행을 결정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장문의 글을 올렸다. ‘비겁한 변명’ 따위는 없었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었으며 소신이 있었다. 이미 주최 측은 범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한 조율을 끝냈다. 지나치게 밝은 프로그램은 뺐다. 수십 팀에 달하는 공연자의 세트 리스트를 일일이 조정했다. 강요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애도 분위기가 뷰민라 기간에 스며들 예정이었다.

    문제 발단은 4월 25일 아침이었다. 6월 지방선거에 고양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백성운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성명서를 냈다. 그는 이 자료에서 ‘26일과 27일 음악 페스티벌 중단’ ‘세월호 통곡 속에 맥주를 마시며 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음악 페스티벌과 관련해 고양시와 문화재단의 고양 시민들에 대한 사과’ 등의 문구를 통해 뷰민라를 ‘풍악놀이’로 규정했다.

    뷰민라는 2010년부터 고양문화재단 협조로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렸다. ‘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페스티벌이기도 하다. 포크와 모던록이 주류를 이루고 연인 혹은 여성 관객이 주 관객층이다. 문제는 이 성명서가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발표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세월호 사고 며칠 후인 4월 20일 동창회에 참석해 막걸리를 마시며 명함을 돌렸다. 논란이 일었다. 그 와중에 성명서를 발표했다. 흔히 말하는 ‘물타기’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4월 25일 고양문화재단은 뷰민라 주최 측에 행사 취소 혹은 연기를 갑작스럽게 제의했다. 그날 저녁 6시부터 대책회의가 시작됐다. 주최 측과 재단 측이 모두 참석했다. 저녁 8시,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재단 측에서 행사가 취소됐다는 기사를 냈다. 행사를 강행할 경우 전력과 수도를 끊고 인원을 동원해 행사장 입구를 막겠다는 통보까지 주최 측에 전달했다. 이미 무대 세팅까지 끝난 상황에서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소식이 알려진 후 음악인들과 팬들은 분노와 자괴를 온라인상에 날 선 단어로 표현했다. 나는 음악인이 일제히 그토록 처참해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토록 침통히 소주잔을 비우는 걸 본 적이 없다. 학생들을 바닷속에 빠뜨린 ‘가만히 있으라’와 같은 말이 음악인을 침울 속에 빠뜨렸다.



    음악은 애도의 바깥에 있는가. 나의 답은, 그렇지 않다. 모두가 분노와 우울함에 빠져 있을 때 자신만의 ‘표현’으로 애도와 위로를 전한 건 모두 뮤지션이었다. 작곡가 윤일상과 김형석이 추모곡을 발표했고, 김창완 역시 ‘노란리본’을 공개했다. 4월 27일 내한공연을 가진 제프 벡은 검은색 정장에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에 올라 ‘People Get Ready’를 연주했다. 5월 6일 첫 내한을 앞둔 존 메이어는 심지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자신이 도울 일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모두가 슬퍼하고 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슬픔을 드러낸다. 그렇게 표현된 음악적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작품이 돼 한 시대의 기록물로 남는다. 음악의 그런 감정을 ‘풍악’으로 규정하고 정치논리로 억압하는 이들, 계속 ‘가만히 있으라’를 멈추지 않는 이들은 예술과 음악의 힘을 결코 알 수 없다. 그런 이들이 사회 시스템을 움직이는 나라에서, 나는 가만히 있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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