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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다시 부는 벤처 열풍 02

‘벤처생태계’ 봄바람 신바람

‘테헤란밸리’‘G밸리’에 이어 ‘홍합밸리’ 활기

  • 윤솔 인턴기자 zzyori0206@gmail.com

‘벤처생태계’ 봄바람 신바람

‘벤처생태계’ 봄바람 신바람

‘앱포스터’ 경성현 대표(오른쪽)와 동료들.

벤처기업 ‘앱포스터’는 서울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사이, 이국적인 카페와 음식점이 밀집한 거리에 있다. 회사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칠판 앞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칠판 가득 글씨를 쓴 것도 모자라 옆 유리창 위에까지 수식을 그리던 사람이 경성현 대표. 2011년 대화와 노래를 공유할 수 있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톡송’을 만들어 이듬해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은 실력파 벤처인이다.

# 젊음과 사람이 모여드는 ‘홍합밸리’

그는 요즘 가상현실 체험기기 ‘오큘러스’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푹 빠져 있다. 이날도 이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참이었다. 경 대표는 “앱 개발은 틀을 깨야 하는 작업이라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무실에서 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공유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최근 ‘젊음의 거리’ 홍대 인근에는 앱포스터 같은 벤처기업이 크게 늘었다. ‘홍대입구역’과 ‘합정역’의 앞 글자를 따고, 세계 벤처 중심지 ‘실리콘밸리’의 ‘밸리’를 더한 ‘홍합밸리’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기업) 정보제공 인터넷 사이트 ‘로켓펀치’의 조민희 대표는 “원래 우리나라 벤처 중심지는 서울 역삼역, 선릉역, 삼성역 인근의 이른바 ‘테헤란밸리’였다. 2000년 구로동에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생기면서 이곳을 중심으로 한 ‘G밸리’도 부상했다. 최근엔 이 두 곳에 홍합밸리까지 더해 세 곳을 우리나라 벤처 중심지로 꼽는다”고 밝혔다.

이 중 홍합밸리의 특징은 스타트업 중심의 자유로운 문화. 테헤란밸리나 G밸리에 비해 역사가 짧은 만큼 젊은 사람과 기업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중고장터 ‘헬로마켓’을 운영하는 벤처기업 ‘터크 앤 컴퍼니’의 한상협 이사는 “홍대 특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환경이 홍합밸리의 강점”이라며 “헬로마켓의 목표는 새로운 소비문화를 구현하는 것이라 시대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 외국인이 많고, 특색 있는 카페와 공방도 많은 이 지역이 벤처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밝혔다.



주변 벤처인과 함께 ‘홍합밸리’라는 모임을 만든 ‘에이앤티홀딩스(A&T Holdings)’ 고경환 대표도 홍합밸리 예찬론자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전화기 안에 저장해둔 사진을 간편하게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앱 ‘메모리언트(Memoriant)’를 개발한 그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모여 편하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점이 좋다”고 자랑했다.

‘홍합밸리’ 모임은 지난해 5월과 8월 각각 ‘스담스담’ ‘ㅎㅎ(흐흐)파티’라는 이름의 벤처인 네트워킹 행사를 열었다. 여러 벤처기업이 함께 사용하는 모임공간도 마련했다. 고 대표는 “지난해 ‘(주)파킹스퀘어’가 출시한 ‘파크히어’ 서비스도 홍합밸리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초기 모델 개발과 사업 시작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홍합밸리와 에이앤티홀딩스가 제공한 것이다.

파크히어는 운전자 주변의 주차장 위치와 요금을 안내하고, 이용 예약과 주차비 결제도 할 수 있게 해주는 앱이다. 홍합밸리와 에이엔티홀딩스의 지원으로 출시 일주일 만에 1700건 이상 다운로드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홍합밸리가 톡톡 튀는 참신함으로 승부한다면, 테헤란밸리는 전통의 벤처 명가다. 199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에 벤처 문화가 꽃필 때부터 투자자와 기업가가 모여 둥지를 틀었으니 나이로 따지면 홍합밸리의 삼촌 격이다. 벤처 거품이 꺼지고 설상가상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일대 땅값이 치솟으면서 한동안 쇠퇴기를 겪은 테헤란밸리는 요즘 ‘제2 벤처붐’을 타고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설립한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 ‘디캠프(D. CAMP)’가 그 중심지다.

‘벤처생태계’ 봄바람 신바람
# 한국 벤처생태계 상징적 공간

‘벤처생태계’ 봄바람 신바람

벤처 ‘앱포스터’ 사무실 벽에 개발 중인 앱의 실행 화면을 인쇄해놓은 모습.

디캠프는 꿈을 뜻하는 영어 단어 ‘Dream’의 앞 글자를 따 지은 것. ‘꿈을 가진 이들의 베이스캠프’라는 의미를 담았다. 다목적 홀, 세미나 공간, 비즈니스센터 등이 어우러진 4층 규모 건물을 스타트업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 전문가 멘토링 서비스 ‘디멘토(D. Mentor)’와 매달 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디데이(D. day)’ 행사 등도 제공하며, 유망 벤처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도 한다. 양석원 디캠프 운영팀장은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성장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하려고 투자자와 창업자가 밀집한 테헤란밸리에 둥지를 틀었다”며 “지난 1년 사이 크게 성장해 최근엔 해외 벤처전문가들이 한국에 오면 꼭 들르는 한국 벤처생태계의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고 소개했다.

스타트업 ‘다섯시삼십분’의 정상화 공동대표도 이곳의 각종 서비스에 만족을 드러냈다. 모바일 종이접기 게임 앱 ‘렛츠 폴드(Let’s fold)’로 유명한 이 회사는 현재 디캠프에 입주해 있다. 정 대표는 “사무실 임대료부터 인터넷 사용료, 전기료까지 전혀 내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입주 후 3개월 안에 성과를 내면 추가로 3개월 더 머물 수 있는 시스템이 업무 집중력을 높여주는 것 같다. 벤처기업이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네트워크도 디캠프의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건국대 학생들이 모여 만든 벤처 ‘아무툰(Amootoon)’은 디캠프 후원으로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페스티벌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에 다녀오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이 SXSW 축제장에 마련한 한국벤처 공동관 ‘강남에서 온 괴짜들(Geeks from Gangnam)’에서 직접 만든 신개념 웹툰 플랫폼을 소개한 곽상기 대표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월트 디즈니의 관계자 등이 우리 부스에 찾아왔고, 우리 기술에 큰 관심도 보였다. 지금까지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라며 “미국에 다녀온 뒤 더 열심히 연구 개발에 몰두할 이유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홍합밸리와 테헤란밸리가 제2 벤처붐에 휩싸인 데 반해 또 다른 벤처 중심지 G밸리는 요즘 상대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다. 1만2000여 개 기업과 15만여 명의 종사자가 모여 있는 우리나라 최대 기업 집중지역이지만, 편의시설 부족과 교통 체증 등의 문제로 입주자 불만이 높다.

인터넷 세무상담서비스 기업 ‘이촌택스넷’의 곽상섭 대표는 “사람이 모이지 않아 매출이 안 오르고 어려운 점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G-밸리공인중개사사무소 문윤명 실장도 “요즘 경기가 워낙 나빠 사무실 규모를 줄여 이사하는 기업이 많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등이 나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는 구로구, 금천구 등 지방자치단체와 녹색산업도시추진협회, 서울디지털산업단지경영자협의회 등 지역단체와 함께 ‘G밸리 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공동으로 ‘G밸리 비상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역사기념·산업관광자원 개발’ ‘중소기업 육성 및 판로 지원’ ‘G밸리 일자리 1만 개 만들기’등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4월 4일에는 G밸리에서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이 주최하는 ‘산업단지 문화거리 조성사업 준공식’도 열렸다. 현재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벤처 바람이 한동안 주춤했던 G밸리 생태계에도 변화의 기운을 불어넣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4.04.08 932호 (p18~20)

윤솔 인턴기자 zzyori02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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