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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삼바…재즈…튀어서 더 즐거워라

크리스마스 캐럴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삼바…재즈…튀어서 더 즐거워라

삼바…재즈…튀어서 더 즐거워라

콜롬비아와 쿠바, 아일랜드의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들(왼쪽부터).

거리에서 한 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캐럴이 울려 퍼질 때다. 산속에라도 들어가 있지 않는 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피해갈 수 없는 노래가 있다.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왬의 ‘Last Christmas’ 같은 곡 말이다. 각각 1980년대와 90년대를 대표하는 캐럴이지만, 지금은 21세기다. 20~30년간 똑같은 노래로 크리스마스를 맞은 셈이다. 거리에서라면 어쩔 수 없다. 카페나 술집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집에서까지 그런 노래를 틀어놓는다면, 당신의 스마트폰에서조차 천편일률적인 캐럴이 재생된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다. 그래서 색다른 크리스마스 노래를 몇 곡 소개한다.

먼저 남반구 캐럴이다. 크리스마스 하면 겨울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북반구 이야기. 우리가 겨울일 때 남반구는 여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겨울이 없는 지역도 존재한다. 하지만 가톨릭 문화권 어디에서나 크리스마스는 소중한 명절이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캐럴도 있다.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밴드 로스 엠바하도레스 바일에나토스(Los Embajadores Vallenatos)의 ‘Diciembre(12월)’를 듣는 순간 ‘이것이 남미 캐럴!’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징글벨’ 인트로로 시작한 뒤 이 테마를 변주해 삼바 리듬으로 이어지면서, 보컬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아코디언 멜로디는 겨울 없는 나라의 크리스마스가 어떤 느낌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남반구 사람들이 TV를 통해 보는 겨울 크리스마스 풍경을 음악으로 옮긴 듯하다.

쿠바 역시 마찬가지다. 보컬리스트 라몬 F. 벨로스의 ‘Paz En La Tierra(온 세상에 기쁨을)’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쿠반 재즈 스타일로 편곡한 곡이다. 한국에서도 재즈 뮤지션이 캐럴을 재즈로 편곡해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잘 알려진 쿠반 재즈의 리듬 위에 얹힌 익숙한 스페인어 멜로디에서 카리브 해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역시 쿠바 여성 재즈 싱어인 리우바 마리아 헤비아(Liuba Maria Hevia)의 ‘Venid Fieles Todos(모든 충실한 이에게 왔네)’는 아예 창작곡이다. 쿠반 재즈 스타일의 리듬과 편곡을 바탕으로 헤비아의 경건한 창법이 잘 어우러진다. 익숙한 캐럴 멜로디가 없어 크리스마스와는 왠지 거리감이 있는 리듬이지만 ‘축제’가 아닌 ‘성탄’으로서 맞는 그네들의 12월 25일이 잘 느껴진다.

남미 캐럴이 흥겹다면, 유럽 신화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켈트족의 크리스마스 캐럴 중에는 신비로운 노래가 많다. 아코디언, 피들, 아이리시 휘슬 등 가느다란 소리를 내는 악기가 주로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일랜드의 아코디언 연주자인 찰스 T. 코젠스의 ‘O Come, O Come Emmanuel’는 그런 켈트족의 정서를 잘 느끼게 해주는 곡이다. 이 노래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 더불어 캐럴 가운데 가장 경건한 축에 속하지만, 아코디언과 아이리시 휘슬이 어우러지면서 그 경건함이 조금 밝아진다. 절도 있는 베이스 라인과 리듬이 부드럽게 녹아들면서 살포시 흥겨움마저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규모 아사(餓死)와 미국으로의 집단이주를 불러온 아일랜드 대기근 시절에도 어떻게든 크리스마스 음식을 준비하곤 했다는 켈트족의 마음이 전해진다.



켈트족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밴드 드루이드스톤의 ‘Noel Nouvelet’은 더욱 신비롭다. 한때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뉴에이지 뮤지션 에냐의 보컬을 연상케 하는 여성 보컬의 하모니를 중심으로, 잔잔하되 역동적인 리듬과 피들 연주가 더해진다. 크리스마스 하늘에 산타클로스와 루돌프에 더해 성탄 정령들이 날아다니는 느낌. ‘나 홀로 집에’ 없이 크리스마스를 조용히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이다.

캐럴이 끝나면 한 해도 끝난다. 밝지 않은 1년이었다. 여기 소개한 캐럴이 한 해 끝자락에 조금이라도 다른 색깔을 입힐 수 있기를.



주간동아 918호 (p68~68)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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