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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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 유발자 ‘예능 코너’에 몰리나

김구라의 ‘힐링캠프’

  • 윤희성 대중문화평론가 hisoong@naver.com

    입력2013-12-23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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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함 유발자 ‘예능 코너’에 몰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캐릭터는 일종의 면허다. 짓궂은 상황을 연출하더라도 결론만큼은 긍정적이고 훈훈해야 하는 한국 방송 문법에서 김구라가 ‘독설’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건 그가 가진 캐릭터 덕분이다.

    그러나 김구라의 면허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를 드러낸다. 과거의 험한 발언이 논란이 돼 휴식기를 가진 이후 컴백한 그가 빠른 속도로 기존 자리를 되찾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과 달리 시청자에게 종종 원성을 듣는다. 퉁명스럽고 불친절한 태도 때문이다.

    특히 그의 캐릭터가 가장 구체적으로 다듬어지고 적극적으로 활용되던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는 어린 여자 연예인을 울리고, 출연자의 소지품을 망가뜨리는 ‘트러블 메이커’로 등극했다. 프로그램 오프닝을 통해 자신이 결례한 연예인을 언급하며 “덕분에 많이 배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분위기는 반전될 줄 모른다.

    이런 상황에 처한 김구라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힐링캠프’)에 출연한 건 무모해 보이는 시도였다. 진행자가 그를 “힐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설명했을 정도다. 김구라가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질문에 답했음에도 그의 진심은 좀처럼 전해지지 않았다. 그런 김구라를 향해 이경규가 “탁구를 치듯 이야기를 주고받자”고 핀잔을 준 것은 그런 점에서 이미 예상된 장면이었다.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이날 방송이 시청률 면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점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의도와 다른 지점에서 ‘힐링캠프’는 김구라의 문제점을 노출했고, 그것은 지금의 김구라에게 가장 필요한 ‘힐링’의 실마리인 듯하다. 그는 자신의 심술궂은 태도를 ‘예능적 화법’이라 설명하지만, 상황에 따라 섬세하게 변해야 하는 ‘예능 화법’을 간과하고 있다.



    김구라가 진행하는 케이블채널 tvN ‘현장토크쇼 택시’와 ‘화성인 바이러스’는 인물을 집약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은 굵직한 에피소드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반면 ‘힐링캠프’는 오랜 시간을 들여 인물의 진심에 접근하는 고전 토크쇼에 가깝다. 따라서 ‘힐링캠프’에 출연할 때는 프로그램 포맷에 맞게 토크를 나눠야 하는데, 김구라는 이러한 예능 문법을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김구라는 이미 여러 번 데뷔 과정을 언급하며, 자신이 그 무렵 기존 방송의 대안이었다고 자평했다. ‘점잖음’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당시 분위기에서 분명 김구라는 새로운 인물이었다. 그가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도 일종의 혁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구라의 등장 이후 방송 온도는 급변했고, 거칠고 센 화법을 무기로 삼는 인물도 다수 나왔다. 이제는 그가 오히려 불편함을 유발하고 있다.

    불편함 유발자 ‘예능 코너’에 몰리나
    “착한 예능은 재미없다”는 김구라의 말은 모두가 착함을 지향하던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이해돼야 한다. 그걸 위해 지금 김구라에게 가장 필요한 건 착함과 나쁨에 대한 일차원적 분류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캐릭터가 부여한 면허라는 건 대중의 수용 범위 안에서만 의미를 갖는 게 아닐까. 투덜대는 이경규, 아슬아슬한 신동엽, 까불기 좋아하는 유재석이 부침을 겪으면서도 자기 위상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그 미세한 범위를 감지하는 탁월한 감각 덕분인 것이다.

    초심을 지키느라 위기에 몰린 김구라는 과연 선을 넘지 않는 혜안을 갖게 될 것인가. ‘힐링’의 의미는 아니라 해도 지금 그에게 일종의 ‘캠프’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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