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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꽃 산책

행운 부르는 크리스마스 ‘사랑의 열매’

호랑가시나무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행운 부르는 크리스마스 ‘사랑의 열매’

행운 부르는 크리스마스 ‘사랑의 열매’
눈으로 봐도 아름답고, 마음으로 봐도 아름다운 꽃이 있다. 한파로 온 세상이 얼어붙고, 그래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이즈음에 더욱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그런 식물이 있다. 바로 호랑가시나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온갖 장식으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거리 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우리는 트리 가운데에 있는 호랑가시나무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 나무에 얽힌 사연과 의미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호랑가시나무는 바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나 카드에 등장하는 나무로, 가장자리가 가시처럼 뾰족한 잎을 갖고 있으며, 열매는 붉다. 우리가 ‘사랑의 열매’로 아는 붉은 열매가 열리는 바로 그 나무다. 호랑가시나무가 크리스마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예수와 관련한 자기희생의 사연 때문이다.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가시관의 날카로운 가시들에 찔려 피를 흘리자, 로빈(지빠귓과에 속하는 새로 티티새라고도 한다)이란 작은 새가 날아와 부리로 그 가시들을 뽑다가 가시에 찔려 가슴이 온통 붉은 피로 물든 채 죽었다고 한다. 로빈의 가슴이 지금까지 붉은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이 새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이 호랑가시나무 열매였다. 이후 사람들은 이 열매를 함부로 따면 나쁜 일이, 소중히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고 귀히 여기는 한편,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소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은 흔히 호랑가시나무의 잎과 줄기, 열매를 둥글게 엮어 만든다. 둥근 장식 자체는 예수가 썼던 가시관을, 붉은 열매는 예수의 핏방울을, 우윳빛 향기로운 꽃은 예수의 탄생을, 나무껍질의 쓰디쓴 맛은 예수의 수난을 상징한다고 한다.

하지만 호랑가시나무가 나쁜 일과 병마를 막고 좋은 일을 불러온다는 믿음은 예수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인 로마시대부터 비롯됐다. 농경 신을 기리는 축제를 맞아 선물을 보내면서 존경과 소망의 상징으로 호랑가시나무를 장식했던 것이다. 영국에서도 호랑가시나무로 만든 지팡이가 위험한 일을 막아준다고 해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민속에도 음력 2월 영등날 호랑가시나무 가지를 꺾어다 처마 끝에 매달아 액운을 쫓는 데 이용했다고 한다.



호랑가시나무의 영어 이름은 모든 종류를 통틀어 홀리(Holly)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호랑가시나무는 차이니스 홀리(Chinese Holly)다.

그렇다면 호랑가시나무란 이름은 어찌 붙었을까. 가시가 너무 드세고 무서워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가시를 가진 나무라는 뜻이라고 한다. 또한 잎 모양이 호랑이와 같은 고양잇과 동물의 뾰족한 발톱과 발을 닮아서라는 설도 있다. 실제로 중국에선 ‘노호자(老虎刺)’ ‘묘아자(猫兒刺)’ ‘구골(狗骨)’이라 부르기도 한다. 구골은 개뼈라는 뜻인데, ‘본초강목’에는 ‘나무가 단단하고 나무껍질에 흰빛이 돌아 마치 개뼈처럼 생겼다’고 적혀 있다. 모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동물의 이름인데, 이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울타리 재료로도 많이 쓰였다.

‘본초강목’에서는 잎과 열매를 술에 넣어 마시면 허리가 튼튼해진다고 했으며, 나무껍질은 염료나 끈끈이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인디언 풍속에 이 나무로 만든 차를 마시면 홍역에 좋고, 잎으로 주스를 만들어 마시면 황달이나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주간동아 2013.12.23 918호 (p80~80)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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