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1

..

“지속가능경영은 리스크를 기회로 만든다”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투자기관 로베코샘(RobecoSAM) 마이클 볼딩어 CEO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3-11-04 09:4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속가능경영은 리스크를 기회로 만든다”
    지속가능한 기업이란 도대체 어떤 곳을 말할까. 처한 상황마다 조금씩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투자기관 로베코샘(RobecoSAM)의 마이클 볼딩어 최고경영자(CEO·사진)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란 빠르게 변화하는 초경쟁 비즈니스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고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된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준비와 적응이 핵심 단어다.

    2013년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내한한 볼딩어 CEO와 10월 3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자기 회사의 DNA는 지속가능경영 투자 자문이라고 쾌활하게 소개한 그는 로베코샘에 입사하기 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뉴욕 자산운용지부장을 지냈고, 미국 내 금융상품을 총괄했다.

    한국 기업 글로벌 스탠더드에 잘 적응

    그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평가하는 DJSI에서 지난 5년간 보여준 한국 기업들의 약진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전하며 “유럽 및 북미 지역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기업은 혁신경영과 연구개발(R·D) 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성과가 뒷받침하듯 다양한 분야의 지속가능경영 혁신 사례가 한국 기업의 우수한 경쟁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에 눈떠 발 빠르게 준비하고, 지속가능경영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잘 적응한다는 분석인 것이다.

    실제로 9월 발표한 DJSI 평가 각 부문에서 국내 기업이 대거 우수기업에 편입됐다. 유동자산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2500대 기업을 평가하는 DJSI월드에는 지난해 19개보다 4개 늘어난 23개 기업이 편입됐으며, 아시아 지역 600대 기업을 평가하는 DJSI아시아퍼시픽에는 전년도 33개보다 7개 증가한 40개 기업이 편입됐다. 국내 200대 기업을 평가하는 DJSI코리아에는 5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지수는 기업 재무성과뿐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속가능경영 부문과 지속가능투자 등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 지속가능성은 성공적인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지속가능성 이슈는 기업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평소에 환경, 사회, 거버넌스(ESG)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모든 ESG 문제나 리스크는 동시에 많은 기회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일찍 적응하는 기업은 그 이득을 그만큼 빨리 가져갈 것이다.”

    ▼ 지속가능경영 차원에서 보면 어떤 기업이 참으로 가치 있는 기업인가.

    “주주 이익을 확대하는 기업,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모두 고려하는 기업, 기업이 위치한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는 기업이 가치 있는 기업일 것이다. 임직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적책임을 잘 이행할 경우 국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보면 현금흐름 같은 재무상태가 중요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ESG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 투자자들은 대개 단기적 이익 극대화를 기대한다.

    “단기적 이익 극대화가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면 ESG 요소를 봐야 한다. 예컨대 재능 있는 임직원을 뽑는 것은 곧 제품 혁신이나 기업 혁신으로 연결되므로 중요한 요소다. 또 공급자를 어떻게 대우하느냐를 보면 그 기업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 올해 DJSI 평가에서 한국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은 어느 정도로 파악됐는가.

    “한국 기업들은 DJSI에 편입된 다른 지역 기업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DJSI 평가에서 세계 10%에 드는 기업을 ‘리딩 컴퍼니’라 하는데, 한국 기업은 23곳이나 편입됐다. 전체의 3% 정도를 차지한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국적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외국 투자자들은 삼성이라는 기업을 다국적 기업으로서 애플과 비교할 뿐이다. 지속가능경영 투자자들의 관심은 ESG와 관련한 기업의 정보 공개 수준이다.”

    ▼ 한국에선 일반 시민의 반기업 정서가 강하다. 지속가능경영도 잘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 듯하다.

    “투자자들과 일반 시민의 인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투자자 시각에서 수치를 보면 한국 기업들은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 시민들이 기업에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다면 그런 요소가 사실상 기업에 압력으로 작용해 지속가능경영 부문에서도 수치적으로나마 빠른 시일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잡을 수 있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공급망 관리 강화 새 트렌드

    “지속가능경영은 리스크를 기회로 만든다”

    한국생산성본부(회장 진홍)는 10월 3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2013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 최근 지속가능경영 트렌드로는 어떤 것이 있나.

    “로베코샘의 기업 지속가능경영 평가에선 늘 새로운 질문을 내놓는다. 그런 것이 바로 트렌드가 된다. 예컨대 공급망 관리는 DJSI 평가에서 2년 전 처음 도입했다. 이후 기업 사이에서 공급망 관리가 매우 강화되고 있다. 요즘은 기업들이 많은 부문에서 아웃소싱을 하기 때문에 단일 기업만 평가하기보다 공급망 전체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 DJSI는 다른 사회책임투자지수와 어떤 면에서 차이가 나는가.

    “DJSI 평가는 1999년부터 시작해 가장 오래됐고, 가장 많이 벤치마킹되는 인덱스(index)다. 일반적으로 다른 인덱스는 웹사이트 등 외부에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제한된 정보를 갖고 평가한다. 그러나 DJSI는 기업과 바로 연결해 기업 정보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정보 신뢰도가 월등히 높다.”

    ▼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국 기업에 조언한다면.

    “지속가능경영에 중요성(materiality)의 원칙이라는 개념이 있다. 중요한 정보는 빠뜨리지 말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각에서 볼 때 지속가능성의 요소인 비(非)재무적 요소와 재무적 요소에 어떤 연계성이 있는지 찾아낸 뒤 그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원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한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런 부분을 찾아내 관리하고 성과를 높이는 게 장기적 효용 극대화나 이익 창출에 중요하다.”

    ▼ 지속가능경영의 걸림돌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내부적으로는 경영진의 지원과 동의를 얻어내는 일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들 한다.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하려면 인력 등 초기 비용이 들어가므로 단기성과를 먼저 따지면 이를 행하기 어렵다. 이해관계자 등 외부에도 기업이 왜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하려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단기성과만 추구하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

    ▼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강조하는데, 이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조언한다면.

    “창의성을 중시하는 경제라면 좋은 의미라고 생각되지만 그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다만 정부가 최소한 기업의 정보공개에 대한 기준이라도 마련해주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크게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비재무적 정보까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식의 기준 말이다. 이런 기준이 있다면 기업이 훨씬 더 투명해질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