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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l 의약품 리베이트 뿌리 뽑기 03

제약 선진국 처방책은 뭐냐

선샤인법,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등 리베이트 자율적 단속과 유인책 병행해야

  • 윤종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romanusyoon@gmail.com

제약 선진국 처방책은 뭐냐

제약 선진국 처방책은 뭐냐
불법 리베이트 쌍벌제가 실시된 이후 사정당국과 보건복지부가 단속을 강화하면서 의료계와 보건 시민단체 사이에서 처벌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보건 시민단체들은 불법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와 받은 의사들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 대책이 단속 및 처벌 위주로만 이뤄져 의료계와 제약 산업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불법 리베이트의 처벌과 관련해 리베이트 쌍벌죄에 대한 합법 여부 논란, 의료계와 제약사 간 갈등, 시민단체의 불법 리베이트 제약사 명단 공개, 각종 민사소송 등으로 많은 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쌍벌죄 도입과 전담수사반 설치 등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 노력 및 엄정한 단속에도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데는 단속이나 처벌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국내 제약 산업의 경쟁력이 낮은 것이 문제다. 핵심 경쟁력인 신약 개발 역량이 떨어지다 보니 손쉽게 복제약을 출시해 영업, 마케팅 위주의 비즈니스를 하게 되고, 경쟁이 과열하면서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단속·처벌만으론 불법 근절 한계

또한 제약사의 영업, 마케팅 대상이 최종 소비자인 환자가 아닌, 의사라는 점도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구조적 이유가 된다. 의약품 선택에 있어 환자는 질환과 의약품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매출 증대에 목을 매는 제약사 처지에선 의약품의 절대적 선택권을 가진 의사의 마음을 사기 위해 불법 리베이트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규제와 단속, 처벌만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완전히 뿌리 뽑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단속이 심해질수록 불법 리베이트는 더 음성화하고 지능화할 것이며, 정부는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불필요하게 투입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자는 뜻은 아니다. 규제, 단속, 처벌과 함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제약사와 의료계 간 불법 리베이트 관행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약 선진국인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호주 등에서도 불법 리베이트 단속으로 매년 제약사와 의사들이 막대한 과징금을 납부하고 처벌도 받는다. 하지만 이들 선진국은 처벌, 단속은 물론 불법 리베이트를 막고 차단하려는 노력도 오랜 기간 병행해왔다.

국내에서 리베이트 쌍벌제를 첫 시행한 2010년 무렵 미국에서는 선샤인법(Sunshine Act)을 제약 산업에도 적용했다. 선샤인법은 1976년 제정된 강력한 정보자유법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려고 행정기관의 정책결정 과정이나 심의과정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미국은 이 선샤인법을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에도 적용해 이들이 의료계에 지원하는 내용을 시민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일단 공개된 지원이나 활동은 사회적으로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이 법은 최근 일본, 호주 등 제약 선진국에서 채택할 만큼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억지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미국에서 실시하는 세이프하버(Safe-Habor) 제도도 주목받는다. 세이프하버 제도란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의 특정 영업활동이 불법인지 준법인지를 명확히 구분한 후 준법활동에 포함되면 법적으로 보호가 가능하게 편익을 주는 제도다. 마케팅 활동을 시작하기 전 불법과 준법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불법 리베이트 행위를 차단하고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과 많은 선진국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포함한 기업의 사기 및 부정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예방과 차단 효과를 거두는 제도는 기업 내부에서 준법감시, 준법통제 활동을 하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CP)이다. 컴플라이언스란 확립된 가이드라인, 세부규정 및 법률에 부합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범죄행위와 불법행위를 모니터하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을 가리킨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리베이트 등의 불법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 내부의 준법감시 또는 준법통제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은 그 의미가 점차 기업의 윤리적 행동규범을 관리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다양한 법률, 규약, 내규 등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게 하며, 기업 활동 전반에서 위험 요인을 분석해 이를 통제하는 개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1년 연방 법원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실행하는 기업에 대해 범죄 처벌을 감형하도록 하는 기업 양형 지침을 만들면서 실질적인 범죄행위 예방 및 차단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강력하고 현실성 있는 제도 도입을

제약 선진국 처방책은 뭐냐

삼성투자신탁운용의 컴플라이언스 교육. 국내 제약사도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

미국 제약사들은 보건사회복지부, 감찰국이 제공하는 효율적 컴플라이언스 실행 지침서를 토대로, 기업 내부에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설계 및 운영하고 있다. 이 지침서는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실행해 기업이 처벌을 경감받으려면 7개 조항을 지키고 실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컴플라이언스 가이드라인 및 절차 △기업의 리더십 및 컴플라이언스 문화 △금지 대상자 제외를 위한 합리적 노력 △지침과 절차에 대한 연수 및 소통 △프로그램 유효성에 대한 감독, 감사 및 평가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및 징계조치 △ 위반행위에 대한 대응과 시정조치 등이다. 이는 기업 내부적으로 강력한 규제체계를 갖추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강제하는 조항들이다.

물론 한국에도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같은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하지만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은 미국 사례처럼 제약사들이 도입해 실행하는 데 강력한 유인책이 되지 않으며, 제약 산업의 복잡하고 특수한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또 한국제약협회 및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소속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공정거래 규약과 세부운영 지침을 통해 자율 규제를 진행해오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 조치와 업계의 자율 규제 형식이 혼재돼 정체성이 모호하고, 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불법행위 등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없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더불어 공정경쟁 규약이 불법 리베이트 단속의 지침이 되지만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모호해 혼란이 많다. 제약 업계 내부에서조차 미국 세이프하버 제도의 도입 요구가 많은 점도 공정경쟁 규약이 내부 자율 규제 프로그램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실질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뿌리 뽑으려면 선샤인법이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같은 강력하고 현실성 있는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의료인에 대한 지원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약사가 내부적으로 강력한 준법감시체계, 내부 통제수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무리 명마라도 채찍만으론 빨리 달릴 수 없다. 당근을 주면서 달려야 더욱 빨리 달릴 수 있음은 불문가지다.



주간동아 2013.11.04 911호 (p20~21)

윤종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romanus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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