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3

2017.06.21

책 읽기 만보

행복한 개인 키우기, 노르딕이 부럽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6-19 14: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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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아누 파르타넨 지음/ 노태복 옮김/ 원더박스/ 432쪽/ 1만6800원


    “미국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모든 걸 정리하고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결혼식을 올리고 희망찬 미국 생활을 시작해보려는데, 갓 발행된 ‘뉴스위크’ 표지는 만국기가 소용돌이치고 한가운데 뜨악한 헤드라인이 박혀 있지 뭔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는…’ 그건 바로 방금 내가 떠나온 나라…핀란드였다!”

    언제부터인가 북유럽은 전 세계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나라가 됐다. 교육과 국가 경쟁력, 국가 투명성, 행복지수 등에서 눈부신 성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북유럽의 일상은 무한 경쟁에 시달리는 한국인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저자는 실제로도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다. 

    핀란드에서 잘나가는 언론사 기자였던 저자는 2008년 미국으로 결혼 이민을 떠나면서 두 나라의 사회 시스템과 속성이 어떻게 다르고 삶의 질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온몸으로 체험한다.

    흔히 미국을 자유와 독립, 기회의 땅이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 눈에 비친 미국은 자유를 한껏 누리게 해주거나 개인의 독립성을 온전히 지켜주거나 성공을 위한 기회를 공정하게 보장한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미국인은 경쟁과 생존을 위해 자유를 내려놓은 채 배우자나 부모, 동료, 상사에게 점점 더 신세를 지고 있다.



    아이들 교육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실수해도 기다려주면서 독립심을 기르도록 하는 핀란드의 양육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부모는 안정된 중산층 지위를 아이들에게 주려고 사소한 일까지 챙기는 이른바 ‘헬리콥터 양육’에 매달린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의료를 기본 인권으로 여기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의 민영 의료보험체계는 이미 악명이 높다. 이는 미국인의 가장 큰 개인파산 원인이기도 하다.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당연히 받아야 할 중요한 진료조차 받지 않으려 한다. 아파도 도저히 못 견딜 정도가 아니라면 병원에 가길 미루다 결국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의료보험을 개인적으로 들기에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단체(고용주, 노조, 전문 협회)로 가입한다.

    의료보험에 가족 전체가 속해 있기 때문에 이직하거나 자영업을 하고 싶어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저자는 “돈만 있다면 세계적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비용 면에서 미국 의료체제는 국민의 재산을 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노르딕 나라들의 차이를 단순한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미국은 불공정한 세금 제도와 큰 정부를 지닌 반면, 노르딕 나라들은 공정한 세금 제도와 똑똑한 정부를 지녔다. 또 달리 표현하자면, 미국은 과거에 묶여 있고 노르딕 나라들은 이미 미래에 살고 있다.”

    노르딕 국가(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가 최고 국가 경쟁력을 갖춘 이유는 개인을 가족 및 시민사회 내 모든 형태의 의존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자는 정책을 오랫동안 펼쳤기 때문이다. 책은 미국과 북유럽을 대비하고 있지만 몇몇을 제외하면 미국 자리에 한국을 대입해도 무리가 없다. 이제 대한민국도 좌표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사랑을, 놓다
    전여옥 지음/ 독서광/ 286쪽/ 1만2800원

    길 위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러브레터. 종합편성채널 채널A ‘외부자들’에 패널로 출연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저자에게 여행은 편한 신발 한 켤레면 가능한 일이다. 여행자로서 사는 시간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절정의 순간이기에 틈나는 대로 훌쩍 떠난다. 그리고 길 위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격려와 위로를 얻는다.








    조선 왕릉, 그 뒤안길을 걷는다
    이재영 지음/ 재승출판/ 432쪽/ 2만2000원

    동구릉, 서오릉, 선정릉, 영릉…. 조선 왕릉처럼 한 왕조의 왕릉 전부가 손상 없이 보존된 예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왕릉 42기 가운데 40기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당시 문화를 집대성한 왕릉은 죽은 왕과 왕후에 대한 후대의 평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자료다. 왕릉 주인과 주변 인물의 관계를 역사적 흐름에 따라 풀어냈다.







    진작 알았어야 할 일
    진 한프 코렐리츠 지음/ 김선형 옮김/ 열린책들/
    648쪽/ 1만4800원

    2014년 주요 언론에서 주목했던 심리 스릴러 소설. 미국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심리치료사 그레이스는 완벽한 결혼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평화로운 일상이 지속되던 어느 날, 아들 헨리가 다니던 사립학교에서 한 학생의 어머니가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저 막연한 두려움만 안겨줬던 이 사건의 수사는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흐른다.








    맛있는 스페인
    배동렬 지음/ BR미디어/ 378쪽/ 1만6000원

    스페인의 맛을 찾아 나선 책. 스페인에는 현재 미쉐린 스리스타 레스토랑이 아홉 곳 있다. 또한 월드50베스트레스토랑에 여섯 곳이나 이름을 올린 미식의 핫플레이스다. 수도 마드리드, 관광 중심지 바르셀로나, 미식의 본고장 빌바오와 산 세바스티안까지 여행객이 거쳐 가는 곳을 중심으로 레스토랑과 재래시장 정보를 다룬다.








    수학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오구리 히로시 지음/ 서혜숙·고선윤 옮김/
    바다출판사/ 340쪽/ 1만6500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인 저자는 딸이 수학의 묘미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수학은 수확물을 분배하고 이자를 계산하는 일부터 지구 크기를 구하는 문제까지 우리 일상과 밀착돼 있지만 가장 어렵고 낯선 학문으로 여겨진다. 복잡한 공식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의 기본 원리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수학의 매력을 보여준다.









    무기화된 거짓말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레디셋고/
    406쪽/ 2만2000원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뽑은 2016년 올해의 단어는 ‘탈진실(post-truth)’이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진실의 문제가 큰 의제로 떠올랐다. 허위 지식, 반쪽 진실, 음모설과 더불어 최근 등장한 ‘가짜뉴스’는 탈진실 시대를 투영하는 특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수많은 정보에서 문제점을 찾는 법과 왜곡된 진실을 밝혀내는 방법을 다룬다.







    꿈의 도전, 요트로 세계여행

    허광음 지음/ 들메나무/ 376쪽/ 1만9800원

    평범한 대원 8명이 저마다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벗삼아호’ 요트에 올라 동남아 세일링 일주를 감행했다. 제주에서 출발해 일본, 대만을 거쳐 필리핀까지 약 3300km를 52일간 여행했다. 들른항구만 23곳. 그들은 좌충우돌했지만 곧 의기투합해 돛배와 바다와 인생을 배워나갔다. 좋은 일, 궂은일을 함께 겪으며 어느새 끈끈한 가족이 됐다.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 발레

    조기숙 지음/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16쪽/ 1만9000원

    발레는 무용가가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이며, 그것을 구체적인 무용 동작으로 드러낸다. 수많은 동작이 창조되고 연결되면서 무용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가 탄생한다. 발레의 특성과 역사, 핵심 원리와 동작 등을 철학적 성찰의 바탕에 두고 설명한다. 일반인도 발레가 어떤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사진자료를 곁들였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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