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3

2017.06.21

월급쟁이 재테크

‘큰 위험’만 커버… 리모델링으로 노후 자금 마련!

보험, 많이 들수록 손해!

  • 김광주 돈파는가게 대표 www.moneymart.co.kr

    입력2017-06-19 09: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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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40대 이상 가장이 안고 있는 재정적인 고민 세 가지를 꼽으라면 사교육비와 주거비(주택담보대출금이나 월세 등), 과다한 보험료다. 이로 인해 여윳돈이 부족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 상태가 돼 저축은커녕 빚이 늘어나고,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도 함께 커진다. 특히 과다한 보험료는 ‘판단 오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상담하다 보면 부부의 종신보험과 가족의 실손의료보험, 암보험 등 질병진단보험, 각종 상해보험과 운전자보험, 화재보험, 치아보험 등 4인 가족의 월 보험료가 50만~ 100만 원인 경우가 많다. 월 50만 원을 20년 동안 낸다고 가정하면 보험료만 1억2000만 원이 되는 셈이다.

    보험이 너무 많으면 대체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월 보험료가 소득이나 저축에 비해 부담스럽다. 두 번째는 보험 상품마다 ‘특약’ 형식으로 붙는 보장 내용이 중복돼 보험료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자신이 가입한 보험들을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 그럼 빚이 줄고 저축이 늘어 좀 더 여유로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갱신형 보험이 유리할 수도

    보장성보험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곱씹어보자. 보장성보험은 예상치 못한 사망, 질병, 상해사고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할 것에 대비하는 목적에서 가입한다. 이때 ‘재정적 부담’의 기준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이것을 필자는 ‘만약 보험이 없었다면 (재정적으로) 큰일 날 뻔했다’는 정도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전업주부인 아내와 어린 자녀를 둔 가장이 갑자기 사망했는데 저축은커녕 주택담보대출만 있다면? 치명적인 질병으로 많은 치료비가 필요하거나 직장을 쉬어야 한다면? 자동차 사고처럼 뜻하지 않은 실수로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손해를 입혀 큰돈을 배상해야 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따라서 보험은 ‘큰돈’이 필요한 ‘큰 위험’ 중심으로 단순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지급 조건이 까다롭지만 보험금은 많지 않은 치아보험이나 하루 몇만 원을 지급받고자 가입하는 입원특약은 ‘만약 보험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이라는 보장성보험의 근본 취지와 거리가 있다. 그런 자잘한 위험은 보험보다 저축으로 준비하는 편이 낫다. 이른바 ‘자가보장’이다. 그러다 아무 일도 없으면 더 행복한 삶을 위해 그 돈을 쓰면 된다.



    보험료를 줄이는 방법은 또 있다. 필요한 보험에 따로 가입하기보다 다른 보험의 특약 형식으로 가입하는 것이다. 보장 내용은 비슷한데 보험료는 적어진다. 예를 들어 운전자보험을 따로 들지 않고 다른 보장성보험의 특약 혹은 자동차보험의 법률비용특약으로 가입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중복 보장을 줄일 수 있다. 왜냐하면 보험 상품마다 주된 보장 외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특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이 많아지면 대체로 중복 보장도 많아지고 보험을 줄이면 중복 보장도 함께 줄어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밖에도 갱신형 보험과 정기보험을 활용해 보험료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갱신형 보험은 일정 기간(1, 3, 5년 등)이 지나면 보험료가 재조정된다. 물론 그때마다 대체로 보험료가 인상된다. 따라서 여력이 된다면 보험료가 일정하고 앞으로 인상될 염려도 없는 비갱신형을 추천한다. 물론 선택의 여지없이 오로지 갱신형으로만 가입해야 하는 보험 상품도 있다. 지금은 ‘국민보험’이 된 실손의료보험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갱신형 보험을 잘 활용하면 꼭 필요한 시기에 훨씬 적은 보험료로 원하는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갱신형 보험은 갱신 시점에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지만, 비갱신형에 비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갱신형 보험은 무조건 나쁘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보장 필요성과 자신의 재정적 여력을 감안해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편이 현명하다. 당장 보험료를 줄여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연금형 종신보험, 이율 낮아 매력 없어  

    정기보험은 갱신형과 비슷해 보이지만 확연히 다른 상품이다. 10년 혹은 20년 등 미리 정해놓은 보장 기간에 동일한 보험료를 납부한다. 일반적으로 정기보험은 종신보험을 대체하는 상품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종신보험이 평생 사망 위험을 보장해 보험료가 비싼 반면, 정해진 기간에 사망 위험을 보장하는 정기보험은 보장 금액이 동일하면서도 보험료는 훨씬 저렴하다. 따라서 정기보험을 잘 활용한다면 값비싼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는 동안이나 어린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등 꼭 필요한 기간에 원하는 보장을 큰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다. 꼭 사망 위험이 아니더라도 치명적인 질병에 대비할 목적으로 정기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다. 예컨대 10년이나 20년 만기, 암보험 등도 정기보험으로 이해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보장성 보험을 연금이나 저축 상품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과거 고금리 시절에는 보장성 보험의 예정이율이 높아 보장과 저축을 겸할 수 있었다. 또 그때는 모든 보험 상품이 확정금리를 선택했고, 심지어 ‘배당제도’를 통해 상품 운용이익을 계약자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금리가 계속해서 오를 것처럼 보이던 꿈같은 시절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저금리가 일상화됐으며, 설령 금리가 오르더라도 그것이 장기적인 저금리 추세를 되돌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 결과 이제는 모든 보험 상품이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배당은커녕 기껏해야 1~2%대 ‘최저금리보증’을 통해 경쟁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보장성 보험의 주계약 보험료를 확정금리로 불려주겠다는 제안을 받으면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2% 중 · 후반대 확정이율로 연금 기능을 겸할 수 있다고 부추기는 연금형 종신보험 이야기다. 심지어 노후를 확실히 준비하는 대안으로까지 소개되고 있다. 

    종신보험 또는 연금보험이든, 확정이율 또는 변동이율이든 보험 상품은 사업비와 위험 보험료를 감안하면 판매인이 설명하는 이율과 실제 적용이율은 다르다. 물론 실제 적용이율이 더 낮다. 따라서 은행 금리 1%대와 보험 상품의 확정이율 2%대는 대략 같거나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특히 월납부식 적금은 그것이 은행 상품이든, 보험 상품이든 총 납부원금을 기준으로 할 때 실제 적용이율조차 반 토막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10년 이상 납부하고, 납부가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거치하면서 복리로 불려주는 보험 상품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낮은 금리에서는 그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가 인상으로 돈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수십 년에 걸쳐 사용해야 할 연금성 자산은 체감 물가를 뛰어넘는 기대수익률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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