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3

2017.06.21

특집| 부동산 광풍, 살까 팔까

강남은 상투 조짐, 강북에 눈 돌려야

정부, 부동산 과열 진단에 규제 예고…공격 매수 지양하되 공급 부족 지역엔 관심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6-16 17: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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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 35곳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인근 개포우성3차, 개포현대1차, 개포주공4차 내 부동산중개업소도 문이 잠겨 있긴 마찬가지. 정부의 부동산중개업소 불법행위 단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 간담회에서 “위법행위 적발 시 예외 없이 엄단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합동점검을 실시할 것”이라며 “부동산시장이 계속 불안하다고 판단되면 쓸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의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고자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서울시 및 각 구청과 연계해 99개 조 231명에 달하는 현장점검반을 꾸렸다. 개포동은 강남 재건축 ‘대형주’ 단지가 포진한 곳으로 이들 단지는 최근 한 달 새 1억 원가량 호가가 올라 부동산시장 과열의 진원지로 지목됐다. 앞으로 현장점검반은 시장 과열 우려 지역과 청약 과열 예상 지역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단속 인원도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지역 또한 서울 강남권뿐 아니라 세종, 부산 등 전 지역으로 확대됐다. 단속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다운계약서 등 실거래가 허위신고 감시가 강화됐다. 국토부는 분양권 다운계약 의심 사례를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통보하는 주기를 월 1회에서 주 1회로 바꿨다. 해당 건수도 월 500~700건에서 월 1200~1500건으로 대폭 늘렸다.  



    날로 강해지는 경고 메시지

    또 최근 1년간 주택 다수청약 및 당첨자의 전출·입 내용을 분석해 위장전입이 의심되면 경찰 수사를 진행한다. 또 생활정보지업체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 청약통장 불법거래 광고를 게재한 것으로 의심되면 증거를 수집해 경찰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현장점검에는 국토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관할 세무서도 참여한다. 이는 부동산 현장단속과 세무조사를 동시에 실시해 압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떴다방’ 등을 앞세운 불법중개 행위도 단속 대상에 포함된다.



    이처럼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부동산시장에 연일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부동산 관련 공약으로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보유세 인상 등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새 정부의 움직임에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다. 6월 5일 기준 호가 10억2000만 원이던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36㎡ 아파트가 14일 현재 9억 원대로 내려왔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4단지 전용면적 99㎡ 아파트 역시 5월 말 12억 원이었지만 최근 11억 원에 매물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가 내렸을 뿐 아니라 거래도 완전히 실종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부동산 종합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한다면 현재 검토 중인 부동산 대책을 곧바로 마무리 짓고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대책은 청약조정지역을 지정한 지난해 11·3 부동산대책을 확대, 강화한 내용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 강남과 부산 등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지역에는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청약 규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맞춤형·선별적 규제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 가운데 하나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재건축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분양권 전매 금지(최장 5년) 등이 적용되기 때문에 시장이 급격히 냉각할 수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단지의 매매가 전면 금지되는 가장 강력한 특단의 조치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드라이브는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오히려 집값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새 정부가 규제에 강력한 뜻을 밝힌 만큼 당분간 부동산시장은 숨죽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부동산 정책이 한꺼번에 시행된다면 부동산 경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집값은 내릴지 몰라도 서울지역의 경우 공급 부족으로 추후 집값이 더 폭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악재 폭탄에 집값 경착륙할 수도”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주택보급률은 103%를 넘어섰지만 서울·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은 90%대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집값을 안정화하려면 공급부터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집값을 내리려면 공급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서울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을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단기적인 집값 변동에 너무 일희일비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최근 주택시장 과열 현상은 서울 중심, 그중에서도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재건축은 전체 부동산 거래 물량에서 2~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최근 부동산시장이 과열됐다고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국민의 기대 심리에 따라 5월 한 달간 잠깐 치솟았을 뿐, 최근 연평균 집값 상승률은 장기 평균 상승률(최근 10년간)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연 정부가 제대로 된 자료를 가지고 규제에 나서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더욱이 하반기 예상되는 악재들을 고려할 때 현재 정부의 움직임은 다소 섣부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 교수는 “미국발(發) 금리인상으로 우리나라도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고, 7월에는 전국 3만여 가구(수도권 1만5726가구)의 ‘입주 홍수’가 기다리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인 만큼 그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악재들이 있는데도 여기에 규제 정책이라는 또 다른 악재를 더한다는 건 집값을 경착륙시키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조만간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근혜 정부가 7월 말까지 예정했던 LTV·DTI 규제 완화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잡고 가계부채도 줄이겠다는 생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거세다. 현재 가계부채 원인으로 꼽히는 주택담보대출의 60%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생계형 대출 혹은 자영업자의 사업자금 대출, 전월세 자금 대출이기 때문이다. 총 가계부채 1300조 원에서 주택 구매 대출 비중은 11~12%밖에 되지 않는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LTV와 DTI를 다시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주택 경기를 더 어렵게 하고, 주택건설 부문 근로자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새로운 사업자금 내지 생계비를 대출받아야 하는데, 그럼 가계부채는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반기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일반인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부동산 전문가는 대부분 하반기 보합세를 유지하다 내년부터 서서히 하락 국면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5대 요소’로 실물경기, (부동산) 정책, 금리, 수급, 심리를 꼽을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정책, 금리, 심리까지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큰 만큼 상승 국면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40년까지 완만하게 상승할 것”

    반대로 5월 새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신호에도 강남지역 재건축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5대 요소가 모두 플러스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량이 최고조에 이르는 등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였고, 정책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여전히 저금리에 공급량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부동산 거래를 부추겼다.

    하지만 정부가 규제 정책을 구체화한 이상 더는 핑크빛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부동산을 주기설에 비춰봤을 때도 2018년부터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강남은 강북보다 1년 앞선 2012년부터 상승세가 시작돼 올해로 5년째 오르고 있다. 현재는 거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지금 과열 현상은 ‘버블세븐’(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목동, 분당, 용인, 평촌 등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7개 지역)이 규정된 2006년과 비슷하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상승세는 5년 이상을 버티기 힘들다는 점에서 지금이 상투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으로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벌집 순환모양에 비춰봤을 때도 서서히 보합세로 접어들고 있다. 1월부터는 거래량이 급격히 줄기 시작해 거래 감소와 가격 보합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거래 감소, 가격 하락으로 움직일 개연성이 높다. 고 원장은 “이런 상황에 정부가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고강도 규제까지 발표하면 하락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사이클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공격적인 매수를 지양할 때’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 지역별로 매매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고 원장은 “강북과 수도권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강남에 비해 상승기가 1년 정도 늦게 나타난 만큼 내년까지 상승 여력이 있고, 특히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 등 균형 개발에 따른 호재가 많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가 크다. 더욱이 강북은 공급까지 부족한 상황이라 향후 가격 하락은 크게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고 원장은 “집값의 60% 이상을 현금으로 충당할 수 있고 10년 이상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다면 하락장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 매수에 들어가도 된다. 단, 이미 가격이 ‘허리’까지 와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부분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우리나라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소득 역시 2040년까지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란 점이다. 무주택자는 강북에서 지역 선택을 잘해 내 집 마련에 나서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지역을 노려야 할까(표 참조). 첫째, ‘인접성 효과’를 잘 활용해야 한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지금 사는 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제2의 강남, 즉 강남 생활권과 인접한 지역이 매력적이다. 대표적으로 송파구와 인접한 광진구와 강동구, 서초구 옆 동작구 등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관문효과’를 유념해야 한다. ‘코어(core)’로 진입하는 골목에 위치한 곳으로,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이 이에 해당한다. 물리적 거리가 멀더라도 SRT, GTX 등 새로운 교통편이 확충된 곳이라면 관문지역으로서 가치가 있다. 대표적으로 송파구 관문인 성남시, 구로·금천구 인접지역인 광명시, 은평구와 맞붙은 삼송지구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광명시와 삼송지구는 교통·쇼핑의 메카로서 최근 부동산 가치가 급등했다.



    제2의 강남을 찾아라

    넓은 범위의 지역을 정했다면 어떤 아파트단지가 가치 있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고종완 원장은 단연 “대지지분이 큰 아파트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대지지분이 크다는 것은 용적률이 낮다는 얘기와 같은데, 이 수치는 등기부등본에서 바로 확인 가능하다. 고 원장은 “아파트 건물은 시간이 흐를수록 노후화돼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땅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지하철 개통이 호재인 이유도 결국 해당 아파트의 땅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개포주공아파트가 뜬 것 역시 저층아파트로서 대지지분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둘째, 땅값이 꾸준히 오르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곳 △소득에 따른 구매력이 상승하는 곳 △교통·문화·산업 등 인프라가 증가하는 곳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개발 계획이 존재하는 곳 등이다. 고 원장은 “모든 부동산은 딱 두 가지로 나뉜다. 가치 있는 부동산과 그렇지 않은 부동산이다. 흔히 가치 있는 아파트라고 하면 교통과 교육, 편의시설, 쾌적한 녹지공간을 충족 요소로 꼽는데 이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땅의 가치”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대부분 앞으로 일어날 가격 하락에 크게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흔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교해 우리나라도 한순간에 부동산이 붕괴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존재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일본은 하락 국면에 접어들기 전 20년 동안이나 부동산시장이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5~6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우상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강남불패’는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교수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은 점차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다. 가격 하락을 예상하느냐, 못 하느냐의 차이는 매우 크다. 향후 몇 년 동안 버틸 힘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부동산 추이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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