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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꽃 산책

여름 물가 노란색 향기 너였구나

노랑어리연꽃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여름 물가 노란색 향기 너였구나

여름 물가 노란색 향기 너였구나
여름이 곁으로 다가섰다. 강렬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뭇잎도, 숲 속의 풀잎도 무성하게 자란다. 때론 너무 무성하게 자라 보는 사람을 놀라게도 한다. 그래서일까. 화려하고 강렬한 꽃은 언뜻 지쳐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면 잔잔한 물가에서 피어나는 우리 풀꽃이 더욱 그립다. 여름 물 위에 피는 꽃이라면 흔히 연꽃과 수련을 떠올리지만 연꽃이나 수련은 족보를 따지면 아무도 심지 않아도 절로 자라는 이 땅의 우리 식물은 아니다. 물론 우리와 함께 문화를 만들고 사랑받아온 역사가 오래이니 넓게 봐서 우리 꽃이라 한들 누구도 탓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 연못을 차지하고 스스로 자라온 만큼 진정한 우리 꽃이라 보고 싶다.

알고 보면 우리에게도 물 위에 떠서 자라는 아름다운 꽃이 여럿 있다. 흰색의 작은 꽃이 고운 어리연꽃과 좀어리연꽃, 노란색 꽃을 피워내는 노랑어리연꽃, 왜개연꽃, 그리고 가시가 무성하며 보랏빛 꽃송이가 매력적인 가시연꽃….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그중에서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이 있다. 바로 어리연꽃과 노랑어리연꽃.

먼저 어리연꽃은 꽃 크기가 작지만 온 연못을 가득 채운 잎사귀와 그 위에 떠오른 하얀 꽃송이가 무척 귀엽다. 잎겨드랑이에서 꽃자루가 자라고 그 위로 지름이 2cm 남짓한 꽃송이가 피기 시작한다. 다섯 갈래의 백색 꽃받침(꽃잎이라고 착각하는 이가 많다)은 가장자리에 술처럼 가는 털이 달려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꽃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부는 노란색으로 빛난다. 영어로는 워터 스노플레이크(Water snowflake)라는 예쁜 이름이 있다.

어리연꽃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한 꽃은 노랑어리연꽃이다. 꽃이 더 크고 노란색이다. 그 때문일까. 노랑어리연꽃이 핀 여름 연못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영어로는 펠티포미스 플로팅 하트(Peltiformis floating heart) 혹은 마시 플라워(Marsh flower)라고 부른다. 희귀종인 좀어리연꽃은 이름 그대로 잎도 꽃도 아주 작아서 어리연꽃과는 금세 구분이 가능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흰어리연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작고 귀여워 큰 연못보다는 작은 항아리 같은 곳에 키울 때 더 어울린다.

한방에서는 노랑어리연꽃을 치료제로 이용한다. 생약명은 행채(荇菜)라고 하며 잎, 줄기, 뿌리를 모두 이용한다. 간과 방광에 이롭고 해열, 이뇨, 해독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임질이나 열 또는 한기가 있는 여러 증상에 처방하며, 부스럼이나 종기가 생기면 생잎을 찧어 상처 난 부분에 붙인다. 최근 수생식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연못 등 물이 있는 작은 공간을 집 안에 들이는 조경 붐이 일면서 어리연꽃이나 노랑어리연꽃 같은 물에 뜨는 수생식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를 재배하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식물들은 넓은 연못에 수련 대신 심어 키우면 훨씬 은은한 맛을 느낄 수 있고, 돌확이나 옹기항아리 같은 곳에 심어 실내 또는 정원 한쪽에 놓고 보는 것도 좋다. 이 경우 물을 갈아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여름, 노랑어리연꽃 무리를 가장 확실하게 만나고 싶다면 국립수목원(광릉) 수생식물원을 찾으면 된다. 이 꽃을 바라보면 이토록 좋은 우리 수생식물자원을 두고 왜 외래 식물만 곁에 두려 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더욱이 수질오염이 가속화하면서 우리 식물 가운데 수생식물의 감소 속도가 가장 두드러진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연구 보전은 전문가의 몫으로 치더라도 우리는 이런 우리 꽃을 알아보고 소중히 하는 일에서부터 우리 꽃 보전을 시작해야겠다.



주간동아 2013.08.05 899호 (p80~80)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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