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2

2013.06.17

‘엄마표 수학’ 믿는 만큼 실력 쑥쑥

‘수학의 신’ 저자의 사교육 없이 수학 영재 만드는 생활 속 초등수학 코칭법

  • 임미성 ‘수학의 신 엄마가 만든다’ 저자 limms1000@hanmail.net

    입력2013-06-17 0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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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표 수학’ 믿는 만큼 실력 쑥쑥

    보드게임, 주판, 수학 동화 등 생활 속 수학으로 아이들이 수학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의 신 엄마가 만든다’ 출간 이후 문화센터나 방송국, 도서관 등으로 자주 강연을 다닌다. 강연에서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갈수록 수학이 더 중요해진다는데, 언제부터 어떤 방법으로 공부시켜야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특별히 시키지 않아도 수학을 잘했는데 이제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대부분 3, 4학년 자녀를 둔 엄마다. 아이가 수학이 어려워지니 점점 더 수학공부를 하기 싫어하는데, 엄마가 계속 데리고 해도 되는지, 아니면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해답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수학을 놀이처럼 노출해줄 것, 엄마가 수학을 겁내고 확인만 하려 들면 아이도 수학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것, 주위 사람들의 움직임에 부화뇌동하지 말 것, 그리고 칭찬 및 격려로 아이와 소통하면서 습관을 잡아줄 것 등이다. 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고, 아이가 주체적으로 하게 만드는 것이 엄마표 수학공부의 요지다.

    요즘 들어 부쩍 수학과 관련한 낯선 용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스토리텔링, STEAM(Sci 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e matics), 실생활 연계수학 등 요즘 화두로 떠오른 용어들은 얼핏 어려운 듯 보이지만, 결국 수학공부를 신나고 재미있게 느끼게 하려는 시도라고 이해하면 된다. 아이들과 같이할 수 있는 수학놀이는 아주 많다.

    찾아보면 수학 관련 놀이 무궁무진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놀이를 많이 했다. 아이가 벽이나 피아노, 심지어 식탁의자 등 그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선을 그으며 말썽을 부릴 즈음 스케치북을 주면서 동그라미, 네모, 세모를 여러 개 그려놓고 같은 모양끼리 이어보게 하거나 동그라미가 몇 개인지 같이 세어보거나, 어느 모양이 가장 많은지 짝을 지어주고 남은 모양은 없는지 등을 아이에게 묻기도 하고, 대화도 나눴다. 아빠 컵에 있는 물과 아이 컵에 있는 물의 양 비교하기, 양손으로 무게 비교하기 등도 무게와 들이에 대한 개념을 기르는 수학놀이다. 과자를 먹을 때는 상자를 뜯으면서 어떻게 상자가 만들어지는지 보여주기도 했다. 약병으로 부피 재기, 뒷동산에 가서 나무 이름과 개수 파악하기, 뒤돌아 앉아 아이가 불러주는 대로 퍼즐 쌓기, 음악 틀어놓고 박자에 맞춰 춤추기, 일정 분량대로 재료를 섞어 쿠키 만들기 등도 있다. 책 읽고 1분 동안 이야기하기 등 국어, 과학, 음악과 관련한 각종 수학놀이는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이 자라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놀이를 계속했다. 매달 아이들의 키와 몸무게를 재어 일 년 동안 얼마나 변했는지 그래프 그리기를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드놀이도 많이 했다. 트럼프를 모두 뒤집어놓은 뒤 각자 원하는 카드 숫자를 정한 다음 순서대로 카드를 한 장씩 뒤집어 자신이 정한 카드 숫자를 더한다. 끝까지 뒤집어서 가장 큰 수가 나온 사람이 이긴다. 만약 자녀가 고학년이라면 카드가 나올 때마다 곱하기를 하면 어떨까. 계산력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오히려 덧셈과 곱셈의 암산 실력을 길러줄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모든 공부는 분명 어디론가 통한다. 수학공부도 마찬가지다. 다른 것과 연계해 공부하면 훨씬 넓고 깊게 할 수 있다. 신문이나 잡지를 이용한 NIE(Newspaper In Education)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상식을 넓혀줄 뿐 아니라 관심 있는 분야나 주제에 대한 심화학습도 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름철 홍수 피해에 대해 NIE를 한다면 비가 많이 오는 이유, 비가 올 확률, 강우량과 강수량의 의미, 연간 강수량과 여름철 강수량의 비율, 홍수로 인한 재산피해액 산정 방법 등을 알아보고 비가 올 때 페트병을 이용해 강우량을 측정해보는 식이다. 이러한 활동은 과학과 수학의 STEAM 교육이다.

    사실 여러 가지 수학놀이를 하고 수학문제를 풀고 체험활동을 하는 것 못지않게 아이에게 질문만 잘해도 아이의 수학적 호기심과 실력을 높일 수 있다.

    “학교까지 몇 걸음쯤 걸어야 할까. 오늘은 학교에 가면서 몇 걸음인지 한 번 세어볼까. 엄마 걸음 수가 네 걸음 수보다 더 적네. 왜 그럴까.”

    어른들은 이런 빤한 질문을 왜 하느냐고 하지만 아이에게는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질문이다.

    야외활동으로 수학 체험전이나 수학 박물관에 다녀오는 것도 수학적 호기심을 깨우는 방편이 될 수 있다. 다녀온 후에는 인상 깊었던 것이나 새로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기억을 되살리는 것, 꼼꼼하게 관찰하는 것 등은 더없이 좋은 학습습관이기 때문이다.

    묻고 이야기하며 사고 확장

    ‘엄마표 수학’ 믿는 만큼 실력 쑥쑥

    토론식 수업을 통해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교육이 유행이다.

    생활습관을 잡는 것 또한 훌륭한 수학놀이다. 아이와 함께 시장에 다녀온 후 엄마 혼자 정리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하자. 냉장고에 넣어야 할 음식물과 의복류를 분류하게 하고 “건전지는 어디 항목에 넣어야 할까”라고 묻는 식이다. 아이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엉뚱한 생각을 말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분류 기준이 논리적이라면 칭찬해주고, 엄마가 생각하는 기준도 들려준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음으로써 아이의 사고가 더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수학을 즐긴 이유는 놀이를 통해 자유롭게 익힌 이유도 있지만, 아마도 시험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 단원평가나 기타 학교 시험 준비를 따로 시간을 내 시켜본 경험이 거의 없다. 우리 아이들은 수학 문제집으로 한 학기 정도 선행하고 학교 진도는 심화문제집으로 따라갔다. 그 외에도 퍼즐 게임, 올림피아드 문제 5개 풀기 등 적지 않은 양의 수학공부를 했지만 계획표에 따라 일과를 진행하는 게 먼저였기 때문에 스케줄을 바꿔가면서까지 시험에 대비하지는 않았다. 못 푼 문제만 확인하는 정도였다.

    시험 성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험 성적에 연연하는 것보다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어려운 심화문제를 반복적으로 풀고, 계산 속도를 높이려고 연산 훈련을 반복하며, 어려운 시험에 대비해 경쟁적으로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는 엄마의 선입견이 아이들에게 수학을 어려운 공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수학교육의 근간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수학,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인재로 키우는 수학, 수학 개념이나 원리를 자신의 상황이나 문제에 맞게 말로 표현하고 글로 서술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학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수학 교과서가 이야기책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교과서도 개편되고 있다.

    바뀐 교과과정에 앞서가는 아이로 만들려 하기보다 아이 수준에 맞게, 그러나 꾸준히 생활 속에서 수학으로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위에서 말한 놀이, 질문, 독서, 체험학습은 문제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힘을 기르고, 문제 해결을 도와준다. 엄마표 수학공부가 재미있어지려면 생활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수학 관련 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엄마표 수학’ 믿는 만큼 실력 쑥쑥
    임미성

    민족사관고교와 서울대 수리과학부를 졸업한 대통령과학장학생 김용균 군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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