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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Ⅰ왜 창의성인가?

“창의성은 다양성에서…자유롭게, 꾸준하게”

인터뷰ㅣ노경원 미래부 창조경제기획관이 말하는 ‘창의성’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창의성은 다양성에서…자유롭게, 꾸준하게”

“창의성은 다양성에서…자유롭게, 꾸준하게”

노경원
● 1969년 전북 김제 출생
● 서울대 전자공학과 및 동대학 행정대학원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영어영문학과·법학과 졸업, 미국 캘리포니아대(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과 석·박사
● 행정고시 38회(재경직)
● 교육과학기술부 사교육대책팀장, 행정관리담당관, 장관비서실장, 전략기술개발관
● 現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기획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으뜸 화두는 단연 ‘창조경제’다.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에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경제전략 말이다. 특히 출범 100일 즈음인 6월 5일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발표하면서 창조경제를 떠받치는 ‘창의성’이라는 핵심 키워드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잡아챈다. 여기에 삼성그룹이 창조경제 정책을 뒷받침하고 창의적인 미래과학기술을 육성하려고 재단을 설립, 향후 10년간 1조5000억 원을 출연키로 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가히 창의성은 대한민국에서 현대인이 지녀야 마땅할 필수 덕목으로 여겨질 정도로 은근히 골머리를 앓게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실현가능한 새로운 것 생각하는 능력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창의성(創意性)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특성’이다. 창의성이 21세기 경쟁력으로 재조명받는 지금, 누구나 자신이 창의적이길 바란다. 하지만 모두가 창의적일 순 없다. 나는 창의성이 풍부한가, 부족한가. 과연 무엇이 창의성인가. 어떻게 해야 창의성이 길러질까.

노경원(44)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창조경제기획관은 그런 의문에 대해 ‘정답’에 근접하는 해답을 줄 만한 사람이다. 창조경제의 핵심 부처인 미래부에서 30개 부·처·청의 창조경제 관련 계획 수립을 조율하고 민간 지원 업무를 맡은 데다, 창의성 관련 저서를 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6월 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창조경제와 지속가능성’이란 대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 및 연합학술대회에선 발제자로도 나섰다. 발제 주제는 창조경제 실현계획 발표 당시 부제(副題)였던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방안’. 내용은 창조경제의 생태계 개념과 조성 배경을 한층 구체화한 것이었다. 이에 앞서 ‘주간동아’는 6월 11일 그를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나 창의성의 이모저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노 기획관은 서울대 전자공학과(88학번)와 동대학 행정대학원을 졸업(행정학 석사)하고, 한국방송통신대 영어영문학과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땄다. 그는 1994년 행정고시(38회·재경직) 합격 이후 과학기술처(이후 과학기술부) 연구기획과에서 공직을 시작해 원자력정책과, 생명환경기술과, 정책총괄과, 조정평가과를 거쳐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실 사교육대책팀장, 장관비서실장, 전략기술개발관 등을 지낸 뒤 4월부터 미래부 창조경제기획관으로 재직 중이다.



▼ 창조경제와 창의성,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일반인에겐 막연한 관념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창조경제 정의는 지금껏 언론에 보도된 대로다.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적극 활용해 결국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건데, 그 정의의 핵심 가치로 상상력과 창의성이 맨 먼저 나온다. 그걸 기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국민으로 외연을 확대한 까닭을 아르키메데스(고대 그리스의 자연과학자)의 경우에 빗대 설명할까 한다. 아르키메데스는 충분히 긴 지렛대와 자신이 설 수 있는 널찍한 공간만 주어진다면 지구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지렛대의 반비례 원칙을 이용해 멀리서 단 한 사람의 힘만으로 들어 올리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이제 대한민국을 들어 올릴 지렛대는 창조경제다. 아르키메데스처럼 혼자가 아닌 많은 국민이 창의성을 발휘하면 국격과 경제성장, 국민 행복이 배가되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창의성은 창조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 하지만 정작 창의성이 뭔지 확실히 아는 이는 드물다. 무엇이 창의성인가.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뭔가 일단은 새로워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단지 새롭기만 해선 안 되고 실현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창의성은 실현가능한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이고, 창의력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힘이다. 공상, 망상이 창의성과 다른 이유도 거기에 있다.”

▼ 듣는 사람에 따라선 교과서적 답변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창의성이라면 흔히 교과서 밖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교과서를 무시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지만, 사실 역사상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창의성이 뛰어나다고 인정받은 인물들의 연구결과와 업적을 실어놓은 게 교과서다. 가령, 국어교과서는 가장 창의적으로 쓴 문학가들의 작품을 모았고, 과학교과서는 과학자들의 창의적 결과물을 집대성한 것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창의성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는 없었다. 앞으론 점점 더 중요해진다. 촌각을 다투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엔 당대에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 손자에게 물려줘서 이루게 할 수 있었다. 반면 속도를 중시하는 요즘 시대엔 창의성이 더욱 절실하다.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ICT에 접목해야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기발한 광고업계가 본보기

▼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모방 및 경쟁심리가 강한 사회에선 창의성 열풍이 자칫 일종의 과도한 유행으로 번져 그 자체로 ‘창의성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창의성은 스트레스가 적은 상태에서 빛을 발할 텐데, 되레 창의성 스트레스로 창의성이 고갈되는, 어쩌면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창의성을 잘 발휘하는 직업군 중 하나가 광고업계다. 특이하고 기발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므로 스트레스가 많다. 그럼에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계속 만들어낸다. 한 가지 아이템만 붙잡고 늘어지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흔히 학생들이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 뇌세포가 죽는다는 얘기를 곧잘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과목을 바꿔가며 공부하라고들 조언한다. 창의성이란 이렇게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다양성은 곧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 그래도 스마트폰에 코 박고 살아가는 획일적인 사회에서 개개인 스스로 창의력을 기르기란 쉽지 않다.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뭔가.

“직접적 경험과 간접적 경험 모두 중요하다. 직접적 경험으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통해 낯선 곳에서 관찰력을 기르는 일 등을 들 수 있다. 간접적 경험의 대표 격은 폭넓은 독서다. 창의성 발휘와 관련해 중요한 건 그런 다양성이 이를 테면 내외향적 성격을 두루 갖춘, 즉 양립하기 힘든 면모를 갖춘 사람에게서 더 잘 발휘된다는 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단 한 번 만에 거작을 완성한 건 아니다. 그도 여러 차례 트레이닝을 거쳐 대작을 완성했다. 고려청자의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자유스러움, 끝까지 파고드는 몰입이 함께 어우러져야 창의성이 제대로 구현된다.”

▼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근무했는데, 우리 교육이 학생들의 창의력 배양에 어떤 걸림돌을 지녔다고 보나.

“교육 시스템 문제라기보다 사람의 문제다. 교사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해당하는 총체적 문제다. 아까 교과서 얘기를 잠시 했는데 그게 좋으냐 나쁘냐, 중요하냐 아니냐에 대해서도 항상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 선행학습이 문제인 것도 지금 배우는 것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겉으로 학습 진도만 빨리 나가는 데 있다. 피상에 머물러선 절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 기존의 것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또한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깨쳐야 한다. 자이가르니크 효과(Zeigarnik Effect)란 게 있다. 러시아 심리학자 자이가르니크의 연구결과인데, 미완성 과제에 대한 기억이 완성된 과제에 대한 기억보다 더 강하게 남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컨대, 식당 종업원은 많은 주문을 동시에 받아도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한다. 하지만 이는 주문된 음식에 대한 계산이 이뤄질 때까지만 지속된다. 계산 후엔 그 손님이 다시 들어와도 그가 뭘 주문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일류, 이류, 삼류 종업원의 차이가 손님이 예전에 와서 마신 커피 종류가 뭔지, 설탕을 몇 스푼 넣었는지 등을 기억하는지 여부에 있듯, 공부에도 자이가르니크 효과가 적용된다. 단순한 평가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한 벼락치기 공부 내용은 시험이 끝나는 순간 잊힌다. 하지만 내가 뭘 배우려고 하는지를 생각해가면서 공부하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적당히 하거나, 왜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에서 학부모가 먼저 깨쳐야 하는 부분도 그런 점이다. 자녀에게 공부가 그들의 인생에서 왜 중요한지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 얘기를 듣다 보니, 창의성은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견지하지 않으면 생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0년 10월 창의성 관련 저서 ‘생각 3.0’(엘도라도), 2012년 8월 공부 경험담과 방법론을 담은 ‘공부궁리(工夫窮理)’(소리미디어)를 펴냈는데 집필 동기는.

“창의성에 대해 본래 관심이 많았고, 창의성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어 공부하는 자세로 내 나름의 논리를 갖고 썼다. 특히 ‘공부궁리’는 뇌 연구에도 관심이 많아 쓴 책이다. 전자는 나 자신을 위한 책이고, 후자는 현재 중3인 아들을 위해 집필했다.”

▼ 책 마케팅 단계에서 ‘공신(工神)’이란 닉네임도 붙었던데, 공부를 잘한다고 자인하나.

“아마 학위가 학사 3개, 석사 2개, 박사 1개로 총 6개여서 그럴 것이다(웃음). 학생 땐 ‘공신’이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직장인으로선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는 편이다. 서류 검토나 업무추진 과정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공부를 하려 노력한다. 공부 방법론도 학생 때보다 훨씬 많이 안다. 책을 많이 읽는데, 난독하지 않고 한 번 읽은 책 내용 중 이해하지 못한 부분엔 포스트잇을 붙여놨다 반복해서 읽는다.”

실패 보듬는 사회적 버퍼 필요

▼ 과거에도 창의성의 산물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갔거나 법적·제도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사장된 것도 적지 않다. 그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지 않나.

“그렇다. 사회적으로 버퍼(buffer)가 커야 한다. 적시성이 떨어지거나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생기는 실패를 보듬어줄 수 있는 버퍼 말이다. 벤처·중소기업은 버퍼가 작다. 반면 대기업은 훨씬 크다. 따라서 재빠른 아이디어로 창업했음에도 곧바로 매출을 내지 못하는 벤처·중소기업과 상생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게 대기업이 도와야 한다. 창조경제 실현계획에서 인수합병(M·A) 규제완화를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벤처·중소기업이 어떤 신기술로 10억 원대 매출밖에 내지 못한다면 대기업은 똑같은 기술로 10조 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대기업이 벤처·중소기업 생존을 돕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공유하는 M·A가 필요한 이유다. 구글 경우도 창업 후 이윤을 낼 때까지 오래 걸렸지만 그때까지 실리콘밸리에서 꾸준히 지원했다. 우리나라도 그와 같은 벤처생태계가 형성돼야 창조경제가 제대로 구현된다.”

▼ 창의성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스스로를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긍정적 마인드부터 가지는 게 중요하다. 창의성은 긍정적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태어날 때부터 창의성에 관한 개인차는 조금씩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다 극복할 수 있다. 타고난 재능, 지능보다 학습을 통한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게 창의성 향상에 더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가장 창의적인 인물에 관한 자서전, 전기를 읽고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다.”

▼ 빠른 사회 변화, 평균수명 증가를 감안할 때 평생학습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인 듯하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나.

“평생 공부를 외치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우리 사회에서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친구 몇 명이 방과 후나 퇴근 후 ‘당구장 가자’ ‘술 한 잔 하자’고 하면 거의 따라나서지 않나. 하지만 ‘도서관 가자’ ‘봉사활동 가자’ 그러면 이상하게 여긴다. 물론 이건 시시비비 문제는 아니다. 다만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좀 더 효용성 낮은 일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 왕따당하기 싫어 그것을 뿌리치지 못하는 잘못된 문화는 분명 공부 분위기 조성에도 걸림돌이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부모 처지에서 내 자녀가 이렇게 했으면 하고 평소 바라던 행동을 스스로 먼저 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자녀는 반드시 부모를 따를 것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주간동아 2013.06.17 892호 (p10~12)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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