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2

2013.06.17

“젯밥에 관심 많은 민주당 실력으로 겨뤄보자”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3-06-14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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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젯밥에 관심 많은 민주당 실력으로 겨뤄보자”

    김기현<br>● 1959년 울산 출생<br> ● 부산동고, 서울대 법대<br> ● 부산지법 울산지원 판사<br>● 17·18·19대 국회의원<br>● 한나라당 원내부대표<br>● 한나라당 대변인<br>●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6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면서 여야 입법대전이 한창이다. 여당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동력을 마련하고 국민행복시대를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섰고, 야당은 ‘을(乙)의 눈물 닦아주는 국회’로 규정하면서 총력전을 다짐했다. 6월 17일부터 상임위원회(상임위)별 법안 심의가 본격화되면서 여야는 화력전을 예고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부터 ‘전두환 추징법’까지 6월 국회 격전장은 전 방위적이다. 여당의 야전사령관이자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6월 국회를 이끄는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정책위) 의장을 6월 12일 국회 정책위의장실에서 만났다.

    “일하는 국회, 일자리 창출 국회 만들 터”

    ▼ ‘강한 정책 여당’을 표방했다. 정책조정위원회(정조위) 산하에 상임위 간사단을 선임하는 등 전열을 정비했는데.

    “(5월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 당시) 나는 ‘정책 여당’을 만들겠다고 했고, 최경환 원내대표는 ‘강한 여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럼 ‘강한 정책 여당’ 아닌가(웃음). 그동안 부의장 6명으로 꾸려졌던 정조위는 일을 할 ‘손발’이 없었다. 그러니 상임위가 독자적으로 처리한 것을 뒤늦게 당이 브레이크 거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상임위와 당, 그 중간 브리지(가교)를 만든 거다. 정조위에 각 상임위원 2명을 참여시켜 해당 분야 당정협의를 주재하고 상임위와의 가교 구실을 하게 했다. 정책위는 컨트롤타워 구실을 한다.”

    김 의장은 “과거 우리 정치가 목소리로, 포장으로 승부했다면 이젠 알맹이와 실력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됐다”며 “정책과 실력으로 승부하는 정치는 개인적인 정치 목표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 6월 17일부터 상임위별 법안 심의가 본격화한다. 전략은?

    “지난해와 올해 초반까지 대통령선거(대선)와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 등에 비중이 실리다 보니 민생경제를 챙기는 정책과 법안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창조경제와 일자리, 국민행복시대를 위해 중점처리법안 111건을 선정한 만큼 이번 6월 국회는 ‘111 국회’가 될 것이다. 일하는 국회, 일자리를 만드는 국회, 편 가르기가 아닌 갑을병정 모두 하나가 되는 경제민주화 국회가 될 것이다.”

    ▼ 중점처리법안 111개 가운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여야에게 공통분모다.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은 여야중점법안에 포함됐지만 ‘갑을 규제’에 대해선 양당 간 의견차가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의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법)에 대해선 이견도 있는데.

    “민주당 법안을 우리가 중점 처리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런데 민주당의 ‘대리점법’은 문제가 많다. 내일 유통기한이 끝나는 유제품을 오늘 주면서 ‘밀어내기’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된다. 그러나 대리점이라는 게 유제품을 취급하는 곳도 있지만 식품제조, 약품 등 취급 품목과 특성이 다른 대리점도 많다. 같은 식품이라고 해도 유효기간이 5, 10년 되는 품목도 있다. 이런 품목에 대해선 ‘밀어내기’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대리점은 위·수탁 대리점, 전속 대리점 등 운영 형태도 다양하다. 모든 대리점을 대리점법에 넣어 규제하자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분쟁만 키울 수 있다.”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여야 의원 142명이 진주의료원 해산을 계기로 국정조사에 합의했는데.

    “진주의료원 문제는 전적으로 지방자치 사무다. 국정조사 대상이 아니다. 지방자치의 근본을 훼손할 수 있다. 다만 이를 계기로 국회는 공공의료 전반을 점검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진주의료원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야당 의원(오제세 민주당 의원) 아닌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실태조사하고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분석 조사할 수 있는데 굳이 국정조사까지….”

    ▼ 그럼 왜 야당의 제안을 받아줬나.

    “글쎄, 야당이 그거(국정조사) 안 들어주면 협조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부득이 들어준 측면이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공공의료 개선이라는 목적보다 의료원 해산이라는 단면을 내세워 정치적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소재로 활용하는 것 같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으로 흘렀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전두환 추징법’은 추징 시효를 현재 3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불법재산을 자녀나 친인척에게 몰래 증여했을 경우 곧바로 추징할 수 있게 했다. 이도저도 안 되면 강제노역을 시키고, 법 적용은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소급 적용하게 했다. 이 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과 맞물려 6월 국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 야당은 전두환 추징법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전담 특위를 구성했다.

    “그 문제도 그렇다. 전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은 악착같이 찾아내 추징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민주당 법안은 집행 자체를 할 수 없다. 개정안에는 추징금을 안 내면 노역장에유치하고, 100일씩 무한정 연기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노역하면 하루에 얼마씩 쳐준다는 내용이 없다. 하루 1600억 원을 쳐주면 전 전 대통령은 하루만 노역하면 된다. 반대로 하루 1억 원을 쳐주면 1600일, 100만 원을 쳐주면 16만 일을 노역해야 한다. 몇 번 다시 태어나도 징역살이를 해야 한다. 그럼 일당이 얼마인지는 민주당이 판단할 건가. 습작 수준이다.”

    ▼ 이 또한 포퓰리즘이다?

    “현행법상 환형처분(換刑處分)이 있다. 형 집행 대신 다른 형을 집행하게 하는 처분인데, 벌금, 과태료를 물지 못하는 사람을 노역장에 유치하는 처분이다. 보통 판사가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을 때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노역하면 하루 5만 원을 쳐준다고 판결한다. 그럼 20일 (노역을) 산다. 기간은 최장 3년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벌금도 아니다. 추징은 부가적인 처벌이고 이득 환수를 의미하는데, 그게 안 된다고 징역을 살게 하면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차라리 추징금 선고할 때 하루 얼마로 친다는 형법 개정안도 함께 내놓았어야지…. 게다가 재산 형성 과정을 가족이 증명하지 못하면 빼앗아가게 돼 있다. 아무리 악질이라고 해도 소급입법을 하고 가족 재산을 추징하는 건 연좌제를 금하는 헌법을 부인하는 거다. 이런 완성도가 떨어지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걸 어떻게 봐야 하나. 정치적 포퓰리즘, 정당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밀어붙이는 거 아닌가. 민주당은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인사검증 시스템 정교해져야”

    ▼ 북한인권법도 중점처리법안인데.

    “라오스 탈북청소년 강제북송 사건에서 보듯 북한 인권문제는 심각하다. 북한인권법은 그동안 야당 반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분석, 관리하겠다는 거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인권법을 만들었는데 우리만 못 하고 있다. 야당은 북한 얘기만 나오면 작아진다. 그렇게 남북관계를 만들어왔으니 남북당국자회담도 무산된 거 아닌가. 우리는 장관급이 나갔는데 북한은 2, 3급이 나와 외교 격을 무시한 사례가 한두 번인가. 하지만 새 정부는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북한도 이번 일로 엄청난 손해를 봤다고 본다. 북한에 대해 막연한 동정심이나 연민의 정이 있던 국민도 이번 일로 마음을 접었을 거다.”

    ▼ 박근혜 정부를 평가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60%대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다만 인사문제는 결코 잘했다고 볼 수 없다. 많은 실수가 있었는데, 사전에 충분히 인사검증 시스템을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 민간인 조사를 할 수 없으니 사생활이나 세간 평가를 확인하는 데 부족했다.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인사 낙마자로 인해 ‘관료는 안전하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고위공무원은 웬만하면 큰 하자가 없다. 스스로 관리하니까. 그런데 관료는 기본적으로 행정 중심으로 사고한다. 그런 관료가 주변에 많아지면 민심과 괴리가 생길 수 있다.”

    ▼ 카운터파트인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그건 얘기하기가…. 행시 관료 출신으로 행정 시스템을 잘 알고, 정부와 여당 고민도 잘 알 거다. 포퓰리즘으로 치닫지 않으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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