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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권

백성에 불행 준 무능한 정권이란

‘임진왜란 비겁한 승리’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백성에 불행 준 무능한 정권이란

백성에 불행 준 무능한 정권이란

김연수 지음/ 앨피/ 396쪽/ 1만6000원

“임진왜란의 진짜 원인은 당쟁이 아니었다. 조선의 집권층은 조선 정치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에서 기인했음을 알고 있었다. 바로 선조 이후 조선의 정치체제가 의존한 주자학적 패러다임이 문제였다. 주자학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의무인 애국심이나 희생 등의 가치를 국가적 가치가 아닌 개인적 수양 문제로 돌려버렸다. 그리고 신분제 꼭대기를 차지한 왕실과 사대부의 탐욕과 위선이 문제였다.”

임진왜란 하면 많은 사람이 당시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건너간 황윤길과 김성일의 엇갈린 보고를 떠올린다. 그때 당쟁만 없었어도 전쟁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조선의 임금과 조정, 지배층, 백성 모두 일본이 곧 쳐들어올 것임을 알았지만 상황을 외면했다”고 말한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외세가 침범해온다는 징조가 보이면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당시 조선은 왜군을 막는 데 필요한 최소 10만 명의 군사를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1년 예산이 10만 석을 조금 넘는 조정에서 연 50만 석의 군량을 감당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여기에 무기와 화학 조달 방법, 그리고 전시 국가조직을 이끌 인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를 일거에 근본부터 개혁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국론을 통일하고 국력을 모아야 할 급박한 시기였지만, 기축옥사의 여진은 여전했고 조정은 안팎으로 무기력했다. 전쟁 임박 신호가 요란하게 울렸지만 권력을 쥔 자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들은 설마 하는 생각과 갑론을박만 일삼으며 책임을 전가할 곳을 찾는 데 골몰했다.

1592년 4월 13일 오후 5시, 왜선 700여 척이 부산 앞바다를 가득 메웠다. 그러나 조선 척후선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길고 긴 7년간 조선을 초토화한 임진왜란의 시작이었다.



“전쟁이 7년이나 계속됐지만, 조선군은 전쟁이 일어날 때도 없었고 전쟁이 끝날 때도 없었다. 전쟁이 일어났으나 조선 어디에도 군사가 없었다. 군사를 가지려면 돈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돈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전쟁 전에도 그랬고, 전쟁 중에도 그랬다. 임금은 제 백성이 두려웠고, 제 나라 군사가 두려워 군사를 기르지 않았다.”

임진왜란 사전과 사후 조선의 대응은 빵점이었다. 백성은 왜적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공포에 떨었고, 적과 맞서야 할 조선군은 전투력을 상실한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조정이 대책 없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서울은 단번에 아수라장이 됐다. 왕실과 권세가들이 먼저 잽싸게 피란길에 나섰다. 피란을 갈 수 없던 백성들은 곳곳에서 약탈과 파괴를 시작했다. 나라는 왜적이 도착하기도 전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7년간 전란에 휩싸인 조선에서 숱한 생명이 죽어나갔다. 그나마 살아남은 자는 먹고살려고 도적떼가 됐다. 극심한 굶주림 앞에서 윤리도, 나라도, 임금도 없었다. 몸도 마음도 황폐해지고 오로지 생존만 있을 뿐이었다. ‘누구를 섬긴들 왕이 아니랴’는 말도 유행처럼 번졌다. 백성을 생각지 않고 종묘와 사직을 앞세워 제 한 몸 살려고 도망치는 왕과 조정 대신들을 누군들 수긍할 수 있었을까.

조선이 유일하게 믿은 것은 중국 명나라였다. 명은 조선을 외면하고 싶었지만 조선이 무너지면 명도 위태로운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였다. 조선 조정은 명군이 들어오자 곧바로 의병을 해산했다. 무장 세력이 백성 손에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남쪽 바다에서 이순신이 제해권을 장악하고 왜군을 격파하자 조선의 온 백성이 장군을 우러렀다. 그런 이순신을 보면서 선조와 조정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순신의 승리를 정말로 축하하고 기뻐했을까.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한다. 권력을 위해 앉아서 당한 임진왜란은 참혹하고 부끄러운 역사다.



주간동아 2013.06.03 890호 (p74~74)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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