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6

2013.05.06

고고한 자태, 첫눈에 반할 만하네

금낭화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5-0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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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고한 자태, 첫눈에 반할 만하네
    요즘 먼 산을 바라보면, 나무들이 가지마다 새순을 피워내 전체적으로 색색이 몽실몽실 얼마나 고운지 모릅니다. 고개를 발아래로 돌려 둘러봐도 설레긴 마찬가지입니다. 하루하루 빛이 다르게 피어나는 우리 꽃들로 봄 숲에선 말 그대로 꽃과 신록의 향연이 벌어집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개성과 아름다움이 또 얼마나 다채로운지요.

    그런데 우리 꽃에 마음을 빼앗겨 오늘도 봄 숲길을 두리번거리며 거니는 많은 이에게 우리 꽃 첫사랑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어보면, ‘금낭화’였다고 대답할 분이 여럿일 듯싶습니다.

    수줍은 듯한 진분홍빛 꽃송이가 휘어진 줄기에 조랑조랑 매어 달리고, 끝이 양 갈래로 갈라져 살짝 올라간 하트형 꽃잎 사이로 시계추가 매어 달린 듯 희고도 붉은 또 다른 꽃잎이 늘어져 나옵니다. 아침 햇살에 꽃잎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그 끝으로 맑디맑은 이슬이라도 달린다면 첫눈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 아름다운 꽃 금낭화의 원산지는 한동안 중국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설악산 봉정암 근처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중국에서도 자라는 것으로 미뤄 중국 식물이 사찰을 통해 전해졌을 것이라고 학자들이 추측한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 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식물 자원에 대한 조사가 활발해지면서 그동안 정밀하게 조사하지 못했던 크고 작은 산에서 금낭화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게 되자 이젠 금낭화가 그 뿌리마저 순수한 진짜 우리 꽃이라는 데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합니다.

    금낭화란 이름도 아름다운 주머니를 닮은 꽃이라는 뜻입니다. 그 밖에 모란처럼 아름다운 꽃이 피지만 등처럼 휘어져 등모란 또는 덩굴모란, 어찌 보면 여인들이 치마 속에 넣어 가지고 다니던 주머니를 닮은 꽃 모양 때문에 며느리주머니, 며늘치 등으로도 부르지요.



    고고한 자태, 첫눈에 반할 만하네
    금낭화는 현호색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데 자라면 어른 무릎 정도 높이까지 올라옵니다. 남부지방에선 3월 말이면 벌써 꽃송이를 볼 수 있고, 북쪽으로 올라오며 4~6월에 걸쳐 꽃을 피우면서 바로 씨를 맺습니다. 금낭화의 가장 큰 용도는 아무래도 관상용인 듯싶습니다. 적당한 높이, 고운 빛깔과 풍성한 느낌을 주는 꽃, 적절히 갈라진 잎사귀 모습과 연한 빛깔이 꽃만 커다랗게 커져버려 쉽게 질리는 서양 꽃에 비해 잔잔하면서도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자랑하지요. 게다가 꽃을 볼 수 있는 기간이 봄부터 여름까지로 긴 데다, 한 번 심으면 몇 년 동안 싹을 틔워내고 꽃을 피워 정원에서 키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우리 꽃입니다.

    산골에선 금낭화를 나물로 먹기도 합니다. 봄에 어린순을 따서 삶은 다음 며칠 동안 물에 담가 독성을 우려내고 나물로 무쳐 먹거나 나물밥으로 먹기도 한다지요. 이 식물엔 유독 성분이 있으므로 그냥 먹어선 절대 안 됩니다. 약으로도 이용하는데 뿌리와 줄기에 프로테르펜이라는 성분을 함유해 고혈압을 낮추고 종기를 가시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혹시 아직 첫사랑 우리 꽃을 찾지 못했다면 금낭화와의 조우를 적극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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