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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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꽃송이 소리 높여 희망 합창

동의나물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4-29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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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노란 꽃송이 소리 높여 희망 합창
    봄이 가득합니다. 도심에는 눈부셨던 백목련이 벌써 지고 개나리, 진달래가 흐드러집니다. 이 아름다운 봄이 너무 성큼성큼 지나는 듯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그래도 숲에서는 봄이 찾아드는 속도가 차분해 매일매일 광릉 숲을 거닐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봄 숲에선 물소리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얼었던 땅이 녹아 어디선가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봄이 오는 속도에 맞춰 들려옵니다. 숲의 나무들에게 이 물소리는 생명의 소리일 듯싶습니다. 생명을 담아 나뭇가지에 올라서 새싹을 틔우고, 여린 봄꽃을 피워내는 소리니까요.

    봄에 동의나물을 만나면 마음이 더욱 밝아집니다. 봄이 흐르고 생명이 흐르는 그 물가에서 작게 무리 지어 피어 있으니 말입니다. 한 시인은 동의나물을 두고, 방긋방긋 눈웃음 지으며 가득한 햇살을 머금은 듯 행복한 표정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고 표현하더군요. 정말 동글동글, 반질한 귀여운 잎사귀, 샛노랗고 오목하며 예쁜 꽃송이는 수줍은 산골 소녀처럼 밝고 곱답니다.

    동의나물은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전국의 산, 그곳에서도 습한 곳, 개울 옆 등에서 자라지요. 속이 빈 줄기가 비스듬히 자라다 뿌리를 내리면 그곳에서 다시 곧은 줄기가 나오고 때론 가지를 만들어 전체적으로 한아름 되는 포기를 이룹니다. 키도 많이 자라야 어른 무릎 높이를 넘지 않아서 전체적인 모양이 참 좋답니다.

    뿌리 주변에서 모여 나는 둥근 콩팥 모양의 잎, 그 위로 올라온 꽃자루에 달리는 노란색 꽃송이들을 들여다보면 5~6장의 꽃받침잎(꽃잎이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안쪽으로 역시 노란색의 많은 수술을 보기 좋게 받쳐주어 아름답지요.



    왜 동의나물이라고 부를까요? 지방에 따라선 동이나물이라고도 하는데, 언제나 맑은 냇가에 발을 담그고 자라며 둥근 잎사귀를 깔때기처럼 접으면 마른 입술을 축이는 물 한 모금 담을 수 있는 작은 동이가 될 듯하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만,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선 얼개지 또는 얼갱이라고도 하지요. 영어 이름은 멤브라나세오스 마시 마리골드(Membranaceous marsh marigold)입니다.

    동의나물은 물가에서만 사는데, 그런 특성을 이용해 요즘엔 우리 꽃 정원의 연못 주변에 심어 키우기도 합니다. 한방에선 노제초, 수호려라는 생약명으로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약재로 씁니다. 진통, 최토, 거풍(去風) 같은 효과가 있고 가래가 많이 생기거나 몸살 기운이 있을 때, 머리가 어지럽거나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도 치료제로 쓴다고 합니다. 이름 뒤에 나물이라는 글자가 붙은 식물이 그러하듯 먹을 수는 있지만 다소 독성이 있습니다. 꼭 어린잎을 삶아서 잘 우려낸 뒤 먹어야 합니다. 사실 먹어버리기엔 참 고운 꽃을 피우는 식물이지요.

    환히 핀 동의나물 무리를 보니 분명 건강하고 밝은 희망과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여린 꽃들도 그러한데, 우리도 비록 힘겹지만 그래도 가족에게 혹은 직장에서나 세상에서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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