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4

2013.04.22

내 ‘칼로리 사전’에 과잉 축적은 없다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입력2013-04-22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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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칼로리 사전’에 과잉 축적은 없다

    다이어트 도시락 ‘슬런치’의 전혜옥 대표가 저칼로리, 저염분을 테마로 한 도시락을 선보이고 있다.

    칼로리(calorie)라는 말은 원래 그 개념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과학 용어다. 사전에서는 칼로리를‘열량(熱量)의 단위로서, 1기압에서 순수한 물 1g을 14.5℃에서 15.5℃까지 1℃ 올리는 데 1칼로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일반인은 이런 세밀한 학문적 정의와 관계없이 칼로리는 일정한 열의 양을 나타내는 용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칼로리의 많고 적음은 ‘cal’이라는 단위로 표시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소문자 ‘c’가 아니라 대문자 ‘C’로 표시하는 ‘Cal’과의 구별이다. 대문자 Cal은 소문자 cal의 1000배 크기로, 정확히는 킬로칼로리(kcal)가 된다. 영양학에서 사용하는 칼로리는 바로 이 대문자 칼로리를 뜻한다. 예를 들어, 라면 한 봉지에 450칼로리가 들어 있다고 할 때는 대문자 Cal을 의미한다. 이를 소문자 cal로 환산하면 45만cal의 열량이 되는 것이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칼로리의 개념은 대부분 영양학적 관점이기 때문에 칼로리라고 하면 자동으로 대문자 Cal을 뜻한다고 보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식료품의 열량 표시를 kcal로 하는데, 이를 말로 할 때는 그냥 ‘칼로리’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 칼로리라는 말이 요즘 필수적인 생활용어가 되고 있다. 바로 체중관리, 즉 다이어트에서는 칼로리가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체중 관리의 핵심은 칼로리 다루기



    물론 수십 년 전이라고 해서 칼로리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요즘과 달리 오히려 고칼로리 음식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필자가 어린 시절 집안 어른들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 음식이 몸에 좋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이런 분위기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나라 전체가 가난한 데다 소모성 질환의 대표 격인 결핵이 여전히 국민건강의 중요한 적으로 남아 있던 시절이라 고칼로리, 고단백 식단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파수꾼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론 고칼로리 음식과 비만이 가져올 수 있는 각종 질병과 건강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부족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칼로리 높은 음식을 피할까 모두 안달인 상황이 됐다. 바야흐로 어떤 제품이든 포장지에 ‘저칼로리’라는 설명이 붙으면 맛이나 영양과는 관계없이 그것만으로도 건강식품으로 간주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사실 오늘날 다이어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모든 길은 칼로리로 통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체중은 한마디로 칼로리 공급과 소비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매일 소비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면 살이 찌고, 반대로 매일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면 살이 빠진다.

    여기에는 그 어떤 이론(異論)도 있을 수 없다. 양질의 영양소를 지닌 음식이든 정크푸드든 칼로리 관점에서 보면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체중만 놓고 본다면 정크푸드라도 칼로리만 적게 섭취하면 고칼로리 영양식을 많이 먹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물론 정크푸드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체중만 놓고 따지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칼로리의 공급과 소비에 대한 개념은 여러 측면에서 은행 예금과 비슷하다. 즉, 여윳돈을 은행에 저축하면 예금이 늘 듯이 우리 몸의 잉여 칼로리는 평소 몸속에서 지방이란 화폐로 차곡차곡 저장된다. 그런 뒤 훗날 공급되는 칼로리가 소비되는 칼로리보다 모자라면, 생활비가 모자라 은행 예금에서 돈을 빼쓰듯 몸에 저장돼 있는 지방을 분해해 부족한 칼로리를 보충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잉여 칼로리로 인한 지방 축적과 은행 예금과의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은행 예금은 많을수록 살림에 도움이 되지만 잉여 칼로리로 인한 지방 축적은 건강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부실 건강의 상징처럼 돼버린 이런 지방 축적도 따지고 보면 먼 옛날 인류가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어기전으로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즉, 안정적인 음식 공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먼 옛날, 음식이 생겼을 때 먹을 수 있을 만큼 먹어서 이를 지방 형태로 저장해뒀다가, 훗날 굶주림에 시달릴 때 생존을 위한 비상 칼로리 공급원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내 ‘칼로리 사전’에 과잉 축적은 없다
    이런 지방 축적의 필요성은 굳이 먼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우리나라 고려시대나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상당수 백성 처지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잉여 칼로리로 인한 지방 축적 역시, 원래 의미는 예금으로 생기는 저축액 증가의 긍정적 효과와 그 기능이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칼로리에 대한 기본 개념이 달라진 것이다. 원할 때 언제든 음식을 구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비상시에 대비한 지방 축적은 건강만 해칠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실 돈도 그렇다. 만일 주위에서 언제든지 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면 굳이 애를 쓰며 저축하는 일은 오히려 번거롭고 힘만 든다.

    그렇다면 체중 조절의 키워드인 칼로리의 수요와 공급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먼저 우리가 매일 필요로 하는 칼로리 수요, 즉 ‘하루 칼로리 필요량’은 크게 숨 쉬면서 기본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칼로리, 즉 ‘기초대사율(basal metabolic rate·BMR)’과 그 외 일상 활동이나 운동에 추가로 필요한 ‘활동 칼로리’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기초대사율 측정은 해리스 베네딕트 공식(Harris-Benedict formula)이 널리 사용된다(표 참조).

    이 계산식은 지금으로부터 94년 전인 1919년 처음 소개됐는데 대상자의 키, 체중,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계산식을 보면 체중과 키는 클수록, 나이는 반대로 적을수록, 그리고 남자의 경우 기초대사율이 높게 나오게 돼 있다.

    활동 많은 40세 남자 매일 3045Cal 필요

    예를 들어 보자. 40세 남자로 175cm 키에 체중 80kg을 가졌다면, 위의 공식에 따라66+(13.7×80)+(5×175)-(6.8×40)= 66+1096+875-272=1765, 즉 매일 1765Cal가 이 사람의 기초대사율이 된다.

    이번에는 여자를 예를 들어보자. 50세 여자로 165cm 키에 체중 60kg이라고 하면, 기초대사율은 655+(9.6×60)+(1.8×165)-(4.7×50)=655+576+297-235, 즉 매일 1293Cal가 필요하다.

    일단 이렇게 자신의 기초대사율을 알면 ‘표’와 같은 활동 기준에 따라 최종적인 ‘하루 칼로리 필요량’을 구할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남자 대상자가 만일 활동량이 많은 사람이라면 기초대사율 1765Cal에 1.725를 곱한 3044.625, 즉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해서 3045Cal가 하루 칼로리 필요량이다. 또한 여자 대상자가 활동량이 별로 많지 않다면 기초대사율 1293Cal에 1.375를 곱한 1777.875, 즉 1778Cal가 하루 칼로리 필요량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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