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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 벗었다, 너도 나도

전 세계 누드 비치 약 1300곳…훔쳐보기 금물 ‘기브 앤드 테이크’가 불문율

  •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홀딱 벗었다, 너도 나도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남도 자유롭다.” 누드 비치 불문율은 뭐니 뭐니 해도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다. 내가 벗어야 남도 벗고, 남이 벗어야 나도 벗는다는 누드 비치. 알몸으로 바닷가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누드 비치는 전 세계에 1300곳 정도 있다. 하지만 유교적 전통이 강한 한국에서는 먼 이상향일 뿐이다. 카리브 해의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닷가를 거니는 알몸은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답다. 세계 여러 나라 누드 비치를 소개한다.

홀딱 벗었다, 너도 나도

에메랄드빛 바다를 자랑하는 카리브 해의 아름다운 풍경.

사회주의국가에 위치한 누드 비치는 체제와 상관없이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곳이기에 다른 어느 지역보다 분위기가 자유롭고 화기애애하다. 처음 동유럽을 방문했을 때였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약 120km 떨어진 곳에 유명한 누드촌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찾아 나섰다. 워낙 미인 많기로 유명한 곳이기에 기대감이 컸다. 당시 부다페스트는 사회주의국가답게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눈에 띄게 경직돼 있어 자유주의와 자연주의를 상징하는 누드촌 존재가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벌러톤 호 부근 누드촌에 도착해 받은 첫 느낌은 ‘놀랍다’는 것이었다. 헝가리는 16~17세기 터키 지배를 받아 유럽보다 아시아계에 가까운 외모를 가진 사람이 많다. 누드촌에서 만난 사람 대부분이 머리색이 검은, 친근한 모습이어서 그 적나라한 광경이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재미있는 것은 일광욕을 즐기는 누디스트 사이를 오가며 커피나 맥주를 파는 행상인들 역시 누드라는 점이었다. 물론 비키니 차림도 꽤 있었지만 알몸으로 음료 값을 흥정하는 모습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알몸 상태로 커피 값 흥정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한 카리브 해는 세계적 휴양지 가운데 하나다. 눈이 시릴 만큼 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에서 다양한 해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낙원이기 때문이다. 카리브 해는 과거 해적선이 득실거리던 곳으로 미국 플로리다 남해안과 서인도제도, 중미 동해안과 남미 북해가 둘러싼 큰 바다다. 낭만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리브 해의 여러 섬을 돌아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짜릿한 추억을 남긴다.

얼마 전 크루즈를 타고 카리브 해 여러 섬을 여행했는데, 세인트토머스 섬은 카리브 해와 대서양 사이 푸에르토리코 동쪽 64km 지점에 위치한 아늑한 휴양지다. 1943년 콜럼버스가 두 번째 항해 때 발견했고, 처녀 섬이라는 뜻에서 버진아일랜드라고 명명했다. 세인트토머스 섬에는 카리브 해에서도 이름난 누드 비치가 있다. 소문을 듣고 찾아가니 한쪽은 수영복을 입는 보통 해변이고, 다른 한쪽은 누드 비치다. 누드 비치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모두 알몸으로 수영하거나 일광욕을 즐겼다.

누드 비치에서 불문율은 내가 벗어야 남도 벗고 남이 벗어야 나도 벗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취재 차 방문한 것이라 옷을 벗지 않고 카메라를 든 채 아름다운 모델을 찾아 해변을 오갔다. 그런데 누가 뒤에서 불러 돌아보니 관리인이었다. 30년 넘게 사진작업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촬영한 필름을 빼앗긴 적이 없는데 그날만은 예외였다. 마음이 허탈해 누드 비치 안 휴게소에서 맥주를 마시다 ‘몰래’사진 몇 장을 촬영한 게 그날 소득의 전부였다.

그리스 남부 에게 해에는 크고 작은 섬이 3000여 개나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크레타, 미코노스, 산토리니 섬이다. 에게 해에 위치한 섬 가운데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뿐 아니라 누드 비치로 명성을 떨치는 곳도 많다. 아테네에서 비행기로 50분 정도 걸리는 크레타 섬은 청록색 바다와 그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곳답게 이름난 휴양지가 많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크레타 문명 발상지이기도 해서 그리스 최남단에 위치하면서도 에게 해 관광의 핵심이 됐다.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크노소스궁전 취재 차 크레타 섬에 갔다가 말리아 비치를 찾았다. 깨끗한 해변 마을 말리아는 여름이면 유럽에서 온 피서객으로 북적인다. 마침 8월 바캉스 기간이어서 유럽 금발 미녀들 움직임을 좇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리아 해변에 도달할 정도였다. 버스에서 내려 말리야 비치까지는 약 3km인데, 해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걸어야 하는 코스다.

홀딱 벗었다, 너도 나도
홀딱 벗었다, 너도 나도

부부나 친구끼리 즐겨 찾는 카리브 해 세인트토머스 섬의 누드 비치.

해변에 도착해서 보니 노브래지어 여성이 대부분이다. 하의는 입었지만 상의는 당연하게 노출하는 것이 이곳 불문율이었다. 누드 비치라면 어디나 사진촬영이 어렵지만, 이곳 말리아 비치 누드족은 다른 곳에 비해 사진촬영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보였다. 말리아 비치는 유럽 어느 휴양지보다 부자들이 휴가를 많이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한때 몸담았던 텍사스 레인저스 본거지이자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 공식적인 안내 가이드가 없어서 물어물어 누드 비치를 찾아 나섰다. 차를 타고 가던 중 일행 가운데 한 명이 호숫가에 누디스트들이 보인다고 해서 주차 후 잠복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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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해변을 걷는 누디스트들.

사실 확인 후 안쪽으로 살금살금 들어가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가씨 몇 명이 알몸으로 배구를 즐기고 있다.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모두 올 누드였다. 그러나 미국 누드 비치에서는 허락 없이 사진을 촬영하는 일이 좀 위험스럽다. 까닥 잘못하면 총알이 날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가족 단위’ 누디스트 많아

긴장한 채 자세히 관찰하니 미국 누드 비치의 특징은 ‘가족 단위’ 누디스트가 많다는 것이었다. 젊은 연인은 물론이고 나이 지긋한 노부부나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가 그곳 분위기를 환하게 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공놀이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무척 ‘미국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에게 해에서는 나도 옷을 벗어야 다른 누디스트를 보는 게 허용되지만, 오스틴 누드 비치에서는 그렇지 않다. 선택적 누드 비치에서는 옷을 입어도 되고 벗어도 된다는 안내 표시가 있다.



주간동아 881호 (p64~66)

허용선 여행 칼럼니스트 yshur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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