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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한 줄만 떠도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

연예인 성폭행 혐의

한 줄만 떠도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

한 줄만 떠도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박시후.

스타 연예인의 성폭행 혐의를 놓고 말이 참 많다. 새로운 사실이 하나 드러나면 거기에 따라붙는 추측이 10배는 더 된다. 보통 사람에 대해 그 정도 이야기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 것은 시간문제다. 설령 그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이 성립한다(형법 제307조 제1항).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 연예인, 운동선수, 대기업 대표 등은 공인이기에 일반인에 비해 프라이버시나 명예보다 대중의 알 권리를 상대적으로 우선시한다. 하지만 대중의 알 권리를 위해 언론 등이 그들 사생활을 보도하더라도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프라이버시나 개인 명예를 지켜주는 것이 먼저이고, 대중의 알 권리는 어디까지나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성범죄는 그 특성상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필연적으로 많은 상상과 편견, 그리고 별다른 근거 없는 이미지 판단이 뒤따른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면 잘못된 법률지식이 가장 많이 판치는 분야가 성과 관련한 이야기다. 대부분 낭설이다. 성 담론을 금기시해온 정서 때문에 이번처럼 성과 관련한 사건이 발생하면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

성폭력은 그 법정형이 살인죄와 비슷한 강력범죄다(형법 제301조에 따라 피해자가 상처를 입으면 최저 징역 5년으로 살인죄와 같다). 그러나 성폭력은 범죄 속성상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상적으로 데이트를 즐기다가도 성범죄가 발생하곤 하는데, 이런 경우 강제성을 입증할 만한 물증이 거의 없는 것이 보통이다. 전적으로 피해자 진술에 의존해 사실관계를 확정해야 한다. 피해자 진술 외에 별다른 증거가 없는 성범죄 사건의 경우 판사는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법정형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신에 가까운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비난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범죄드라마를 보면 간혹 성폭력 피해 여성이 담담하게 증거를 채취해 경찰에 고소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데이트 강간(date rape)’의 경우 피해 여성이 며칠 후 고소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눈 것인지, 범죄 피해자가 된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성범죄를 당한 이후 처음 만난 사람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형사 고소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성관계 이후 여자가 느끼는 불안감과 박탈감이 남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은데, 남자로서는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결국 데이트강간이 처벌받는 경우 그 당시 강제성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남녀관계 흐름이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남녀관계는 매우 다양하고 계속 변화하므로 일단은 당사자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옳다. 현실적으로 보면, 그 누구도 성범죄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위로가 되는 말을 해줄 수는 없다. 이는 극소수 숙련된 전문가에게만 기대할 수 있는 일이다.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이 성범죄 피의자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자체로 엄청난 타격이다. 큰돈으로 입막음을 하고 싶은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아무리 큰돈이라도 배신감을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연예인은 그렇다 치고,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대가 지나친 관심과 상처를 받는 것은 알베르 카뮈가 말한 ‘부조리’에 다름없다. 프라이버시는 강력하게 보호해주는 것이 맞다.



주간동아 2013.03.04 877호 (p75~75)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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