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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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금메달 행진 ‘짜릿’ 연아·연재 몸짓에 ‘환호성’

2012 스포츠 7대 뉴스

  •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2-12-31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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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실력과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지만 꼴찌가 1등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스포츠에서는 가능하다. 스포츠에는 감동과 환희가 있고, 때론 눈물도 있다.

    2013년 계사년(癸巳年)에는 또 어떤 소식이 우리에게 감흥을 선사할까. 3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리는 등 새해에도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새해를 맞아 지난해 스포츠계를 돌아보는 의미에서 ‘2012 스포츠 7대 뉴스’를 정리했다.

    # 런던올림픽 5위 쾌거

    1948년 런던올림픽 때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한국은 64년 만에 다시 찾은 런던에서 금메달 13개를 획득하며 5위를 차지해, 역대 원정 하계올림픽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8월 3일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62kg급에서 양정모가 첫 금메달을 딴 이후 동·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따는 쾌거도 이뤘다.

    대회 첫날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진종오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메달 레이스에 시동을 건 한국 선수단은 이후 양궁 여자 단체전에 이어 유도 남자 81kg급 김재범과 90kg급 송대남의 금메달이 뒤를 이었다. 사격 여자 25m 권총 김장미와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김지연이 ‘깜짝 금메달’주인공이 됐고, 양궁 남녀 개인전 오진혁과 기보배는 ‘금메달 커플’로 화제를 모았다. 진종오는 50m 권총까지 휩쓸며 대회 2관왕에 올랐고, 체조 남자 도마 양학선은 한국에 첫 올림픽 체조 금메달을 안겼다.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 김현우, 태권도 여자 황경선도 금메달을 차지했다.



    # 빅리그 직행 류현진 · 은퇴 선언 박찬호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은 전 소속팀 한화 이글스가 동의한 가운데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제도)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빅리그 직행 1호. LA 다저스가 포스팅 금액으로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 원)를 적어 단독 협상권을 얻어낸 가운데 류현진은 계약 기간 6년에 연봉 총액 3600만 달러(약 390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마침내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반면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로 아시아 선수 통산 최다승(124승) 기록을 보유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2012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뒤 한화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기까지 박찬호는 통산 2156이닝을 던져 130승 113패 2세이브에 방어율 4.40을 기록했다.

    # 프로야구 사상 첫 700만 관중 돌파와 10구단 체제 선언

    프로야구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7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정규시즌 532경기에 입장한 총 관중은 715만6157명. 단일 시즌 관중 700만 명 돌파는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최초이자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처음이다. 2008년 525만6332명으로 1995년 이후 처음 500만 관중을 넘어선 프로야구는 매년 관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국민스포츠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우여곡절 끝에 10구단 창단을 추진키로 한 것도 큰 화제가 됐다. 당초 일부 구단에서 10구단 창단에 반대하며 난기류가 형성되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올스타전 보이콧에 이어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보이콧 등 강공 카드로 KBO 이사회를 압박했다. 여론에 밀린 이사회는 12월 결국 10구단 창단 추진을 결정했다. KT-수원과 부영-전북이 10구단 유치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10구단 주인공은 2013년 1월 중 결정될 예정이다.

    # 논란 일으킨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

    한국 축구가 2012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수확하는 기쁨의 순간, 박종우(부산 아이파크)가 우발적으로 행했던 ‘독도 세리머니’가 문제가 돼 메달 수여가 보류되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박종우는 8월 11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서 열린 일본과의 3·4위전이 끝난 뒤 관중이 건네준‘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보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어떤 정치적 행위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며 박종우에게 동메달 수여를 보류하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국내에서는 박종우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한 이유로 제재 대상이 된 사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공분이 일었고, 급기야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의 저자세 굴욕 외교 논란까지 일었다. 결국 FIFA는 박종우의 세리머니가 우발적 행동이었다며 2경기 출전정지에 벌금 3500스위스프랑을 물리는 제재를 내렸지만, IOC가 이번 사안을 FIFA보다 무겁게 보고 재조사를 지시할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 펜싱 신아람의 ‘멈춰버린 1초’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 나선 신아람(26·계룡시청)은 어이없는 오심으로 패한 뒤 ‘멈춰버린 1초’ 앞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독일 브리타 하이데만과 5:5에서 맞은 연장전에서 신아람은 경기 종료 1초를 남겨두고 세 차례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잔여시간을 알리는 경기장 시계는 그대로 ‘1초’에 머물렀고, 신아람은 네 번째 공격을 허용했다. 비긴 채 경기를 마쳤다면 경기 시작 전 얻은 어드밴티지로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표팀 코치진과 대한체육회까지 나서서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신아람은 한 시간 넘게 피스트에 홀로 남아 울었다. 신아람의 눈물은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펜싱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그를 격려했고, 현장의 외국 언론들도 대부분 ‘멈춰버린 1초’를 올림픽 역사에 남을 오심으로 규정했다. 국제펜싱연맹(FIE)은 뒤늦게 특별상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신아람은 이를 거절했다.

    # 김연아 20개월 만에 화려한 복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이후 두 차례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만 출전했던 ‘피겨 퀸’ 김연아(고려대)는 자신의 진로를 두고 긴 고민에 빠졌다. 올림픽 이후 찾아온 허탈감을 IOC 선수위원이라는 새로운 꿈으로 극복한 그는 2012년 7월 빙판 복귀를 선언하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여자 선수로서는 전성기를 지난 나이와 20개월 동안의 긴 공백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12월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2012 NRW트로피’에서 변함없는 기술과 더 깊어진 연기력으로 개인 통산 네 번째 200점대 기록을 달성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NRW트로피에서 받은 종합 201.61점은 2012시즌 여자 싱글 최고 기록이다.

    # 손연재 신드롬 강타

    2012 런던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가 아닌 선수 중 단연 최고 스타는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리듬체조 대들보로 성장한 손연재는 런던올림픽 개인종합 예선에서 4개 종목(후프·공·곤봉·리본) 합계 110.300점을 받아 전체 24명 중 6위로 상위 10명이 나서는 결선에 올랐다. 한국 리듬체조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것은 손연재가 처음이다. 결선에서도 손연재는 110.475점을 기록하며 5위를 차지해 국제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알렸고, 실력뿐 아니라 귀여운 외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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