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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호크에 ‘글로벌호구’ 되나

美, 고고도 무인정찰기 한국에 판매 방침… 비싼 가격에 ‘돈 먹는 기계’ 논란 가열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글로벌호크에 ‘글로벌호구’ 되나

글로벌호크에 ‘글로벌호구’ 되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2012년 12월 24일 미 국방부 안보협력국은 한국에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4대(1세트)를 1조3000억 원(12억 달러)에 판매하기로 하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글로벌호크는 약 20km 상공에서 36시간 이상 체공하면서 3000km 범위 내 30c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무인정찰기다. 2015년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정보감시 능력을 확보하는 데 꼭 필요한 장비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2003년부터 도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첨단기술의 유출을 우려한 미국 측은 미사일 기술로 전용될 수 있는 무인항공기 판매에 난색을 표명해왔다.

최근 미 국방부가 이 장비를 한국에 판매한다는 소식에 “노무현 대통령 당시 한미관계가 좋지 않아서 팔지 않던 장비를 이명박 정부에서는 판매하려는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07년 11월 6일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국방부 청사에서 당시 김관진 합참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9차 한미군사위원회(MCM)를 통해 “핵심 정보자산인 글로벌호크를 한국 측에 판매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며 판매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그동안 미국은 첨단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와 함께 미사일 기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조약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를 판매 불가 방침에 대한 근거로 제시했다. 탄두 중량 500kg에 사거리 300km를 초과하는 ‘핵무기’를 무인운반시스템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 측이 협력적 자주국방 추진을 위해 글로벌호크 도입을 3년여에 걸쳐 설득하자 미 국방부는 MTCR 대상인 글로벌호크를 판매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미 의회가 여전히 이를 허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 국방부와 생산업체는 집요하게 의회를 설득하는 로비를 전개해왔다.

MB정부 초기엔 도입 취소

그런데 한국은 2008년 4월 갑자기 구매를 취소하겠다는 처지로 바뀌었다. 전작권 전환 후에도 미국에 의존한다는 개념, 소위 미국이 지속적으로 한국에 제공하는 연계전력(bridging capability)을 활용하면 된다는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주장은 한국군에게는 글로벌호크가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적 귀결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초기 글로벌호크 도입을 취소한 배경에는 과거 정부가 지나치게 육군을 축소하고 해·공군에 편중한 정책을 추진했다는 육군의 반감이 작용했다. 이 때문에 공군 산하에 조기경보통제기, 금강·백두 정찰기,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통합 운용하는 정찰정보부대를 창설하려는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사지 않겠다”던 국방부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은 201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호크를 구매하겠다는 태도로 돌아섰다. 2011년 3월 23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고고도 무인정찰기를 정부 간 계약 방식으로 2015년까지 구매하는 내용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도입사업 추진 기본전략을 승인했다. 이에 앞서 방위사업청은 2010년 하반기 미국에 판매의향서(LOA)를 신청하고 구매 협상에 착수했으며, 2011년 6월쯤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구매가 지연되는 동안 상황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12년 10월 7일 개정한 한미 미사일지침에 따라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300km에서 800km로 늘어나고, 무인정찰기 탑재 중량이 2.5t까지 가능해져 고고도 무인정찰기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2012년 10월 5일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질의답변에서 글로벌호크 도입과 관련해 “국방부 차원에서 노력했고 곧 모종의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장관은 또 “가격이 비싸서 낮추는 협상을 하겠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이렇게 보면 미사일지침 개정이 무인정찰기 판매라는 전략적 계산까지 내포하고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팔려는 미국과 수시로 정책을 변경하는 한국이 7년 동안 줄다리기하는 사이 이 정찰기 가격은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2011년 방위사업청이 고고도 무인정찰기 획득을 취해 편성한 전체 예산은 총 4854억 원으로, 대당 1200억 원 정도 투입할 계획이었다. 당초 방위사업청이 사업 착수 시점에 책정한 예산은 약 1870억 원이었지만, 이때 고려한 기종은 글로벌호크 RQ-4A Block 10이었다. 그러나 제작사인 노스롭그루먼이 2007년 이후에는 글로벌호크 RQ-4B Block 30만 판매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 세트 가격을 4억4200만 달러(4800억 원)로 상향 조정해 2012년 예산에 반영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2011년 방위사업청과 협상과정에서 총 판매 예상가를 9600억 원으로 제시했으며, 그나마도 글로벌호크 운용기지를 지상 수신시설이 미흡한 한국 내 기지가 아닌, 미국령 괌을 2차 기지로 한다는 의무사항을 계약서에 명기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한국에 판매하는 글로벌호크의 운용을 미국 감시 하에 두겠다는 것이다. 2012년 5월 미국이 나토에 Block 40 기종을 판매하면서 미국 감시 하의 ‘공동 관리’를 조건으로 계약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즉, 글로벌호크를 도입하더라도 우리 마음대로 장비를 운용하기 어렵고 미국의 기술지원과 감시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MTCR에서 이전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무기라는 점을 미국이 고려했기 때문이다.

장비 성능 검증도 안갯속

글로벌호크에 ‘글로벌호구’ 되나
게다가 글로벌호크 도입에는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매년 20~30%씩 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문제지만 도입 후 운용비는 저렴한지, 성능이 제대로 검증됐는지도 안갯속이다. 미 공군 데이비드 반 뷰렌 획득국장은 2010년 6월 18일 펜타곤의 미디어 브리핑에서 “글로벌호크의 도입과 운용이 매우 불만스럽다”고 언급하면서 “글로벌호크 가격에 불만이 있고 시험비행도 늦어지고 있으며 예산 출혈이 심하다”고 밝혔다. 또 정보예산기획처 발표를 근거로 글로벌호크 한 대당 소요비가 1억8300만 달러(약 2200억 원)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2012년 1월 노턴 슈워츠 미 공군참모총장은 “글로벌호크는 기존의 낡은 U-2 정찰기보다 나을 것도 없다”고 혹평했는데, U-2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운영 유지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군예비역 이진학 소장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세트의 1년 유지비가 현재 공군 전투기 135대 유지비보다 많은 30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구매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돈 잡아먹는 기계’라고 할 수 있는 이 기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제까지 군이 한반도 상황에 적합한 무기체계를 고려하는 현실적 자세를 벗어나 세계 최고 성능의 고가 무기에 너무 중독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반도 작전반경을 관찰하는 데는 수백km 감시 범위면 족한데 굳이 3000km를 감시하는 정찰기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고속으로 넓은 범위를 단시간 비행하는 글로벌호크보다 저속으로 장기간 체공하면서 특정 지역을 집중 감시하는 중저가 정찰기도 있는데, 굳이 7년째 한 기종만을 고집하는 것은 너무 편중된 자세라는 지적이다.

일단 군 요구수준을 낮추고 다양한 대안을 고려하되, 여차하면 국외 도입이 아니라 국산화도 고려하겠다는 배짱으로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가용한 예산 범위에서 정찰기 도입이 가능하다. 차기 정부 초기에 이 문제 향방이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간동아 2012.12.31 869호 (p48~49)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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