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9

2012.12.31

기대 큰 첫 여성 대통령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여성 리더들이 박근혜 당선인에 거는 기대와 제언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12-12-31 0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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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 존중하는 사회 만들어주세요”

    이해인 성 베네딕도수녀원 수녀, 시인

    “박근혜 당선인에게 생계형 범죄나 청소년 자살, 노인 자살이 많지 않은 나라가 되도록 이끌어주길 부탁드려요. 수도자인 저는 살기 어려워 우울하다거나 자살하고 싶다는 사람을 갈수록 더 많이 만납니다. 지도자가 독서를 통해 마음을 재정비하면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이 보일 거예요. 생명과 나눔을 지향하는 공동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여성 대통령이기에 기대가 더 커요. 경천애인(敬天愛人) 정신을 지도자와 국민이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새해가 되기를 기도드릴게요.”

    “한류가 세계에 퍼져 나가기 바랍니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했으며, 케이팝(K-pop)을 통해 한국인의 역동성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예전에는 외국인들이 한국 하면 ‘분단국’ ‘북핵 문제’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케이팝, 영화, 한식 등 한류를 생각합니다. ‘쇠도 달궈졌을 때 쳐라’는 말이 있듯이 한류가 지구촌을 강타한 지금이 한국 문화 정수를 각인시킬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한국을 알리려면 ‘사거리’가 필요합니다. ‘사거리’란 바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화젯거리’로, 이 사거리의 교차점에 문화가 있습니다. 문화 소통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류 열풍이 지속될 수 있도록 힘써주십시오.”

    “성폭력범죄자 처벌에 힘써주세요”

    김삼화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상생 정치, 더 나아가 여성친화적 정책을 펼쳐주길 바랍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내세운 ‘우리 사회 4대 악인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 척결’ 공약을 이행해 국민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특히 성폭력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주십시오. 또 하나, 일하는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하는 여성이 마음 놓고 출산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합리적인 인재양성 정책 기대합니다”

    정성임 육군사관학교 안보관리학과 교수

    “첫 여성 대통령에게 합리적인 여성 인재 양성정책을 기대하며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여성 인재 문제는 양성평등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여성 직위쿼터제는 기회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역차별 논란을 낳을 수 있습니다. ‘동일 능력이면 동일 기회, 동일 대우’라는 원칙 하에서 여성 인재 활용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여성 인재 활용도를 높이려면 분야별 맞춤형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군 분야만 해도 여성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성만이 아닌, 모두가 수혜자가 되는 여성 정책을 만들어주길 기대합니다.”

    기대 큰 첫 여성 대통령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연예인에 대한 편 가르기 없애주세요”

    김미화 코미디언, 80여 개 사회단체 홍보대사

    “박근혜 당선인은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섬세한 분인 것 같습니다. 틈새시장을 보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하는데요. 박 당선인 역시 틈새시장을 거르는 촘촘한 그물이 돼 국민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도록 힘써줬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연예인에 대한 편 가르기가 없어졌으면 합니다. 연예인은 많은 분에게 힘이 돼야 하는 존재로,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조차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연예인이 사회에 기여하기 어렵습니다. 활동을 매도하지 말아주세요.”

    “위안부 문제, 역사 청산 실마리가 돼야 합니다”

    윤명숙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원,위안부 연구자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위안부나 독도 문제는 협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이 역사와 화해할 마지막 기회다’라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은 총체적인 피식민지배 청산의 실마리가 돼야 합니다. 역사 청산은 한일 간 미래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관된 전략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박 당선인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외교를 시작하기 전 지금까지의 정부 견해를 정리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역사 청산은 정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과학기술을 중시해주십시오”

    김명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국가 핵심 동력으로서 과학기술을 중시해야 합니다. 그동안 과학기술을 경제발전 수단으로 여긴 측면이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합니다. 정부 예산만 많이 투입한다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산도 중요하지만 21세기는 매니지먼트가 성패를 가릅니다. 재원 투입 성과를 극대화하는 열쇠는 그 사업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 예산 16조 원에 대한 관리마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개발이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도록 세심하게 접근해주십시오.”

    “여성주의적 가치로 사안 바라봐야 합니다”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

    “여성주의적 가치인 공감, 소통, 돌봄, 생명, 인권, 평화에 대한 감수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여성’ 대통령에 방점을 찍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그동안 당내 성희롱 사건이나 호주제 폐지 같은 양성평등 사안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발언한 적이 없습니다. 박 당선인이 여성주의적 가치를 바탕으로 세상을 새롭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 가치를 가지면 소수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삶에서 주요 문제인 ‘여성의 빈곤화’ ‘돌봄의 위기’에 주목해주십시오. 남녀 모두가 시민이자 돌봄의 대상이 되고, 그와 동시에 돌봄의 주체가 되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대 큰 첫 여성 대통령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청소년이 국사를 배워야 합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

    “인생에 대한 철학(비전)이 없는 아이들이 늘고 있어 걱정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긍심을 느끼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박근혜 당선인이 힘써줬으면 합니다. 국사를 선택 과목으로 배우는 요즘 아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주체성뿐 아니라 자기 정체성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국사를 의무적으로 배우면서 동기 부여를 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세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인성교육을 강화해 인간으로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교육제도 몇 가지가 아니라 큰 그림을 바꿔야 합니다.”

    “어머니 같은 대통령이 돼주세요”

    신달자 시인, 한국시인협회 회장

    “박근혜 당선인을 찍지 않은 48%를 끌어안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편 가르기를 안 한다는 공약을 지켜줬으면 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겠지만,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박 당선인이 내세운 ‘어머니’라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 물론 어머니 같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 현실적으론 쉽지 않겠죠. 그렇다고 시도조차 안 한다면 영원히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박 당선인이 한국문인협회에 등록된 문인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탈북자 적응훈련 도와주세요”

    조명숙 여명학교(탈북자 대안학교) 교감, 피난처 이사

    “탈북자를 우리가 품어야 할 국민으로 바라봐주세요. 우리나라에 온 탈북자 가운데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이 1만 명에 육박합니다. 탈북자들이 곧바로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탈북자, 더 나아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일반 학교에 가기 전 적응훈련을 할 수 있는 디딤돌, 즉 대안학교를 지원해주세요. 법적으로 인가받은 탈북자 대안학교는 단 2곳으로 탈북자가 이 학교를 졸업하면 학력을 인정받지만, 현재 이 2곳 모두 정부로부터 교사 인건비를 지원받지 못해 운영난에 시달립니다. 교육은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부드러운 방법입니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중산층 위한 로드맵 보여주세요”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국제소비자기구 부회장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불량식품을 추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식품제조자에 대한 사전교육이나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우리도 미국처럼 불량식품 생산을 방지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소비자 한 사람이 소송에서 승소하면 다른 소비자에게도 손해배상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집단소송법 도입을 약속했으니 지켜주리라 믿습니다. 물가가 계속 올라 국민이 불안해합니다. ‘국민 75%가 중산층이 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로드맵을 보여주십시오. 우리 사회가 행복한 사회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

    기대 큰 첫 여성 대통령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출판산업 육성해주십시오”

    기대 큰 첫 여성 대통령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박은주 도서출판 김영사 대표, 한국출판문화협회 이사

    “박근혜 당선인이 문화대통령이 되길 바랍니다. 문화야말로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국가의 문화 지원에서 문화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출판산업은 늘 소외됐습니다. 박 당선인이 국가적 차원에서 출판산업을 육성해주십시오.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문화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아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지식경쟁력 시대에 우리나라가 살아남으려면 출판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좋은 책이 많아지면 당선인이 원하는 국민행복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은퇴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세요”

    기대 큰 첫 여성 대통령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은퇴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꼭 마련해줬으면 합니다. 50대 초반에 은퇴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격리된 채 30~40년을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습니다. 어머니 마음으로 중·장년층을 끌어안아주십시오.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더라도 이 세대가 일할 수 있는 시스템(로드맵)을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것입니다. 은퇴자들은 후배 은퇴자들을 컨설팅할 수 있고, 비정부기구(NGO)뿐 아니라 사회적기업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복지 차원에서 독거노인 돌봄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경제가 중요한 시대지만, 국민의 행복지수 또한 중요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허용해주십시오”

    기대 큰 첫 여성 대통령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한국 영화가 활황기를 맞았습니다. 2012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2편, 4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영화가 10여 편이나 됩니다. 한국 영화계가 이러한 활황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힘써주십시오. 그러려면 표현의 자유를 좀 더 폭넓게 허용해야 합니다. 소재나 주제, 장르에서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심의 같은 잣대를 강하게 들이대면 창작자들의 자율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영화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서 인정돼야 합니다. 영화계 관계자로서 바라는 건 이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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