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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의 ‘망달당달’(망가지느냐 달라지느냐, 당신에게 달려 있다)

타고난 체형 분류 ‘배엽형’을 아십니까?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타고난 체형 분류 ‘배엽형’을 아십니까?

타고난 체형 분류 ‘배엽형’을 아십니까?

내배엽 체형의 ‘보디 슬리밍 훈련’.

헬스클럽에 가면 트레이너가 회원들을 가르치면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배엽형’이라는 것이 있다. 언뜻 어려운 학술용어처럼 들리는 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내배엽이니 외배엽이니 하는 지경에 이르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미적분 같은 차원이 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말을 사용하는 트레이너 중에서도 이 용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몸은 날 때부터 혈액형이 정해진 것처럼 기본 체형 역시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만일 자신의 타고난 체형이 어떤지를 정확히 알 수만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 방법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혈액형의 경우 간단한 검사로 자신의 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체형을 알 수 있는 명확한 과학적 방법은 아직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을 가리켜 살찌는 체질이나 마른 체질, 아니면 근육형 체질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지만 어떤 체계성을 갖춘 분류라고는 보기 어렵다.

어떻게 생각하면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체형을 불과 몇 가지 범주로 분류하는 시도 자체가 과학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앞서 말한 배엽형에 의한 체형 분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지금까지 널리 통용된다.

식이요법이나 건강관리법에 큰 도움



먼저 ‘배엽’(胚葉·germinal layer)은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는 다소 어려운 학술용어다. 이는 사람을 포함한 동물의 수정란이 발생, 성장하는 과정에서 세포분열을 거듭할 때 나타나는 3개 세포층인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을 총칭하는 말이다.

그중 내배엽은 3개 배엽 가운데 가장 안쪽에 위치한 것으로, 나중에 소화기관, 배설기관 등이 여기에서 분화돼 만들어진다. 반면 외배엽은 3개 배엽 가운데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층으로, 우리 몸의 신경조직과 피부조직으로 발달하는 곳이다. 그리고 내배엽과 외배엽 중간에 위치하는 중배엽에서는 결합조직 성분인 뼈, 연골, 근육 등이 만들어진다.

이 배엽을 근거로 분류한 체형이 바로 배엽형으로, 배엽에서와 같이 내배엽형, 외배엽형, 중배엽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내배엽형(endomorphs)은 신체 가운데 태생기 내배엽에서 기원한 내장, 그중에서도 소화기관이 잘 발달한 경우다. 여기에 속하는 사람은 둥근 얼굴에 큰 몸집을 지니며, 특히 몸 중앙 부위에 지방 축적이 많은 전형적인 비만체질이다. 성격적으로는 보통 느긋한 기질을 보이며 사교성이 풍부한 편이다.

외배엽형(ectomorphs)은 태생기 외배엽에서 발생하는 조직인 신경조직과 피부조직이 발달한 경우다.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은 마르고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지만 근육량이 부족해 그다지 매력적인 몸매를 과시하지 못한다.

중배엽형(mesomosphs)은 뼈대가 굵고 근육과 골격이 잘 발달한 체형으로 널따란 어깨, 잘록한 허리에 태생적으로 신진대사가 활발한 경우다. 전형적인 운동가형인 중배엽형은 운동을 조금만 해도 체중 조절이 잘되고, 신진대사율이 높아 맛있는 음식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체중 변화가 많지 않고, 체지방율이 낮으며, 복근이 선명한 이상적인 조건을 지닌다.

배엽에 의한 체형 분류(somatotyping)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였던 윌리엄 셸던(William H. Sheldon·1898~1977)이다. 그는 1930~40년대에 사람 체형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려고 수많은 사람의 사진을 분석하고 실제 인터뷰를 진행해 전술한 바와 같은 분류체계를 완성했다.

그러나 배엽에 의한 분류체계가 과학적으로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체형을 세 가지 범주에 정확히 포함시키는 것은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세 가지 기본 범주에 정확히 들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당수 사람은 어느 한쪽 체형의 특성이 뚜렷하더라도 일부 다른 체형의 요소를 혼합해 갖고 있고, 또 어떤 경우는 다른 두 가지 체형의 특징이 거의 비슷하게 섞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셸던 자신도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해 어떤 사람의 체형을 정할 때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 특징을 각각 7점 만점으로 기술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가끔 텔레비전 등에서 보는 조각처럼 다듬어진 전문 보디빌더, 즉 거의 순수한 중배엽형에 해당하는 사람의 경우 내배엽 1, 중배엽 7, 외배엽 1로 표시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근육은 거의 없이 출렁이는 배와 함께 이른바 먹기만 하면 살이 찌는 체질인 거의 순수한 내배엽형의 경우 내배엽 7, 중배엽 1, 외배엽 1로 표현할 수 있다.

세 가지 범주 그리고 혼합형

반면, 우리 주위에는 상당한 근육형임에도 근육과 동시에 지방도 웬만큼 지닌 사람을 볼 수 있다. 씨름이나 역도 선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형으로, 말하자면 내·중배엽 혼합형에 해당한다. 점수로는 내배엽 5, 중배엽 6, 외배엽 1 정도로 표시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근육이 붙었지만 우람하기보다 지방이 거의 없이 보이는 듯한 잘 다듬어진 몸매를 지닌 키 큰 사람도 있다. 이런 체형은 농구선수나 배구선수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며, 외·중배엽 혼합형이라고 부른다. 이들을 점수로 표시하면 내배엽 1, 중배엽 4, 외배엽 5 정도가 된다.

어쨌든 이렇게 배엽형을 통해 자기 체형의 틀을 이해하면 운동과 건강관리 측면에서 특별히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유익한 기준점을 정할 수 있다. 즉, 내배엽형의 경우 유산소운동을 중심으로 한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며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이 유용하다.

반면, 외배엽형의 경우에는 충분한 수면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유산소운동보다 적절한 강도의 근육운동 비중을 더 높일 것을 권한다. 그리고 양질의 영양분으로 구성한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중배엽형의 경우에는 유전적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체형인 만큼 운동이나 식이에 대한 반응도 훌륭하고 유리한 점이 많다. 다만 타고난 체질만 믿고 건강관리를 위한 후천적 노력을 게을리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뭔가를 배워서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알게 된 지식을 바탕으로 자기 삶을 더 윤택하고 건강하게 가꾸는 일이다.



주간동아 2012.12.10 866호 (p78~79)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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