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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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은 없다

24회 천안함 공격 미수

  • 입력2012-08-20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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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0월 2일 오후 3시, 북한 주석궁 안 소회의실에서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앞에 앉은 세 사내를 바라보고 있다. 세 사내는 김영철 정찰총국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그리고 정명도 해군사령관이다. 김정일은 찌푸린 표정이다. 입을 꾹 다물면 그런 표정이 된다. 포커페이스가 안 되는 얼굴이다. 방 안은 조용하다. 김정일이 먼저 말을 꺼내야 대화나 토론이 시작된다. 이윽고 김정일의 시선이 김영철에게로 옮겨졌다.

    “말하라우.”

    “예, 지도자 동지.”

    허리를 편 김영철이 똑바로 김정일을 보았다. 결의에 찬 표정이다.

    “공격 준비 완료했습니다.”



    김정일은 시선만 주었고 김영철의 말이 이어졌다.

    “물증은 절대 남지 않습니다, 지도자 동지.”

    “확실한가?”

    “예, 지도자 동지.”

    이런 약속은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지만 김영철은 필사적이다. 그래서 벌써 이마에 개기름이 번들거리고 있다. 김정일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김영철이 말을 잇는다.

    “백령도 근해 해상에서 밤 9시에서 11시 사이에 남조선 해군 초계함을 격침한 후 돌아오는 것입니다.”

    “초계함?”

    김정일이 묻자 김영철의 목소리가 열기를 띠었다.

    “예, 남조선군의 포항급 1200t 초계함 말씀입니다.”

    “말하라우.”

    “아군 소형잠수함이 백령도 해저에서 잠복하고 있다 어뢰를 쏘아 격침하는 것입니다.”

    “….”

    “사전 연습을 다섯 번이나 했습니다.”

    그 순간 김정일이 어금니를 물었다. 절치부심이라는 표현은 이런 때 써먹는 것이다. 1999년과 2002년 제1, 2차 연평해전에서 북한 해군은 남조선 해군에 유린당했다. 1차는 말할 것도 없고, 승리했다고 대내외에 떠들었던 2차 해전에서도 북한은 철저히 패한 것이다. 장비, 숙련도, 전투원 사기에 이르기까지 남조선은 북측을 압도했다. 이윽고 김정일이 입을 열었다.

    “대기하고 기다려.”

    # KBS 보도국장 임명수가 차장 박동민과 곱창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다. 이명박 정권 2년차, 정확히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 둘의 기대는 무너졌다. 애초 이명박에 대해 호감이 없고 비판적이었던 두 사람이다. 그래서 엎어지고 발목 잡히고 비판받아 지지율이 바닥을 쳐야 하는 이명박이 사사건건 박수를 받아 국정 지지율이 92%가 되어 있으니 뭘 먹지 않아도 배가 아프다. 그리고 이제 슬슬 이명박에 대한 비판의식이 지워지고 있다. 둘은 그것이 안타깝고 두렵기까지 하다. 이것이 지금 둘의 근황이다. 술잔을 든 박동민이 말했다.

    “국장님, 북한이 박왕자 씨 사건을 1군단장 사과로 끝낼 것 같은데, 자꾸 밀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잘 봤어.”

    한 모금에 소주를 삼킨 임명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쪽이 원칙대로 나가니까 북한 쪽 수가 훤히 보이는 거야. 그게 정석이지.”

    “아니, 이제는….”

    말을 그친 박동민이 소주를 삼키고는 입맛을 다셨다.

    “국장님은 비판 기능이 무뎌지신 것 같습니다.”

    “좆 까고 있네.”

    쓴웃음을 지은 임명수가 의자에 등을 붙였다. 곱창집 홀 안은 소란하다. 소란하면 옆자리에 신경을 안 쓰게 된다. 이쪽 말을 나누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임명수가 정색하고 박동민을 보았다.

    “너, 연평해전이 언제 일어난지 알아?”

    “그걸 누가 모릅니까?”

    했지만 눈을 가늘게 떴던 박동민이 손가락을 꼽고 나서야 말했다.

    “1차가 1999년이었지요.”

    “2차는?”

    그것은 박동민이 대번에 대답했다.

    “아, 그것은 월드컵 때니까 2002년이지요.”

    “너 제1, 2차 연평해전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잔에 소주를 채우면서 임명수가 묻자 박동민의 머리가 다시 기울어졌다.

    “북이 도발한 것 말입니까?”

    “아니, 그거 빼고.”

    “우리가 이겼잖아요. 2차도요.”

    “그것 말고.”

    “연평도?”

    했다가 임명수의 눈치를 살피던 박동민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묻는다.

    “뭡니까, 공통점이?”

    “김대중 정권 때 일어났다는 거.”

    그 순간 박동민의 몸이 굳었다. 숨도 잠깐 죽인 박동민이 임명수를 응시하다 이윽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러네요.”

    “자, 그 맥락으로 생각해봐라. 그다음 노무현 정권 때는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러자 박동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땐 대통령까지 국보법을 비판하고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회수를 밀고 나가는 분위기인데 도발할 이유가 없었지요.”

    “그럼 DJ는 북에 비판적이라 그런 거냐?”

    “아니,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렇게 뜸을 들입니까?”

    “캐릭터.”

    임명수가 뱉듯이 말했지만 주위가 시끄러워 박동민은 못 알아들었다.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인 박동민이 다시 묻는다.

    “뭐라고요?”

    “성격.”

    소리치듯 말한 임명수가 정색했다.

    “DJ, MH. 둘 다 북에 호의적이었지만 DJ가 유연하게 보인 거다. 김정일한테 말이야.”

    임명수가 한마디씩 말을 이었고 박동민의 얼굴이 굳었다.

    “MH 캐릭터를 봐라. 오히려 DJ보다 더 북에 호의적이었지만 말이야.”

    “아아.”

    그때서야 탄성을 뱉은 박동민이 머리를 끄덕였다. 두 눈이 번들거린다. 한 모금에 소주를 삼킨 박동민이 말을 잇는다.

    “그렇지요. MH 성격으로는 김정일이가 제3차 연평해전을 일으켰다면 가만 안 두었겠지요. 앞뒤 안 가리고 받아버렸을 겁니다.”

    그러자 임명수도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김정일이 우리 대통령 캐릭터 보고 덤볐을 가능성도 있단 말이다.”

    “그렇다면….”

    하고 박동민이 임명수를 보았다. 초점이 멀어져 있다. 박동민은 말을 잇지 않았고 임명수도 묻지 않았지만 맥락으로 봐서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분명했다.

    # “여기서 기다렸다 쏘면 백발백중입니다.”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이제는 브리핑 차트에 지휘봉을 붙이고 말을 잇는다.

    “2년 전부터 남조선 2함대의 동향, 초계함의 이동 상황과 특징, 백령도 인근의 경비체제와 조류까지 연구했고 실제 기습훈련도 어제까지 여섯 번을 완료했습니다.”

    김영철이 지휘봉으로 짚은 것은 한국군 초계함이다. 옆에 제원이 적혀 있다. 1200t, 미사일 탑재, 속력 32노트…. 그때 김정일이 머리를 돌려 장성택을 보았다. 오늘은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인 장성택이 불려왔다. 그리고 김정일 오른쪽에 김정은까지 앉아 있다. 김정일이 묻는다.

    “작전은 완벽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정일이 묻자 장성택은 허리를 폈다.

    “예, 지도자 동지.”

    라고 해놓고 장성택의 시선이 원탁에 둘러앉은 군 지휘관들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예. 인민군의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도자 동지.”

    “절대 물증도 남지 않는다는 거야.”

    김정일이 대답을 기다리는 듯 시선을 떼지 않는다. 그때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말했다.

    “이명박이 강경정책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아직 뜨거운 맛을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도발을 수없이 했지만 단 한 번도 보복을 받지 않았다. 김영춘이 자신 있게 말할 만한 것이다. 그때 다시 김정일의 시선이 돌아왔으므로 장성택은 헛기침을 했다. 김영춘이 나서주는 바람에 한숨 돌린 참이었다. 김정일이 다시 말했다.

    “동무 의견을 듣자.”

    “예, 지도자 동지.”

    이젠 도망칠 수 없다. 김정일은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책임 있는 직책을 주지 않는다. 장성택이 말했다.

    “물증이 남지 않더라도 남조선은 우리 소행으로 주장할 것입니다.”

    둘러앉은 오극열, 김영춘, 김영철의 표정에는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남조선이 지금까지 제대로 대들어본 적이라도 있더냐?’라는 말이 똑같이 씌어 있다. 그것을 본 장성택이 말을 잇는다.

    “우리는 이명박의 성격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증이 있든 없든 남조선은 이명박의 지시에 따라 대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군 수뇌부는 서로 얼굴을 보았다. 감히 김정일의 얼굴까지 살피지는 못한다. 이제 그들의 얼굴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무엇을 두고 온 표정 같다. 그때 김정일이 말했다.

    “과연 그렇다.”

    # 국정원장 장세동은 노회하다. 그리고 다 알다시피 뚝심이 있다. 그래서 ‘돌쇠’라고 했던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20년 전이지만, 13대 안기부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는 점이다. 1985년에서 87년까지다. 장세동은 국정원장이 된 뒤 지난 10년간 빠져나간 대북팀, 공안팀을 다 불러 모았다. 또한 색깔이 불분명한 채 정권 입맛대로만 움직인 요원을 모두 해임했다. 대숙청이다. 국정원은 국군만큼 체제와 헌법에 충실해야 하는 기관이다. 인사를 어설프게 하면 국가가 위험해진다. 그 장세동이 오늘 이명박과 독대를 하고 있다. 약방의 감초처럼 청와대 비서실장 조순형이 메모지를 들고 동석했다.

    “북측 동향이 수상합니다.”

    장세동이 말했고 이명박은 앞에 놓인 보고서를 펼쳤다.

    “여러 정보를 수집한 결과, 북측은 서해안에서 도발할 것 같습니다.”

    긴장한 이명박이 자료를 읽는다. 군도 북한군 동향을 보고하지만 국정원 보고서는 모든 정보를 통합한 것이다. 이런 체제에서는 누가 나서서 조정해주기를 기다리거나 부서 간 파워 게임으로 내놓고 안 내놓고 하면 역적이나 같다. 얼마 전부터 대북 정보와 동향은 장세동의 국정원이 통합했다. 장세동이 말을 잇는다.

    “북측은 잠수함을 이용해 아군 함정을 공격할 것 같습니다.”

    이명박의 시선이 보고서에 박혀 있다. 보고서에는 감청 내용, 북측 잠수정이 다녀간 행적까지 표시되어 있다. 장소는 백령도. 한국군 초계함이 다니는 코스를 노린다. 머리를 든 이명박이 장세동과 조순형을 보았다. 차분한 표정이다.

    “할까요?”

    이명박이 건조한 목소리로 묻자 둘이 동시에 머리를 끄덕였다. 보고서도 그렇게 결론을 냈다.

    “할 것입니다.”

    대답은 장세동이 했다.

    “막을 방법은?”

    보고서에는 그것이 씌어 있지 않았다. 장세동이 머릿속에 담아왔겠지. 보고서에 기록하면 정보가 샐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이틀 후인 10월 6일 오후 1시, 서해 백령도 부근 영해를 순시하던 참수리 315호의 정장 이만성 대위가 눈에서 망원경을 떼었을 때 부함장 오복규 중위가 말했다.

    “NLL 북방 1.5km 지점입니다.”

    이쪽과의 거리는 3.5km로 육안으로도 보인다. 눈 초점을 맞추고 앞쪽을 보던 이만성이 심호흡을 했다.

    “전속력.”

    “전속력.”

    복창한 오복규가 지시했고 곧 315호는 시속 30노트의 속력을 냈다. 그러자 자매함 316호가 우측 100m 후방에서 뒤를 따른다.

    # 오후 1시 20분, 대한민국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상황실의 당직사령 윤준호 중령은 제23 고속정편대 소속 315정 정장 이만성 대위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다.

    “적 경비함 2척이 NLL을 500m 침범하고 발포했으므로 즉시 316함과 함께 응사하고 있습니다.”

    스피커에서 총성과 함께 외침 소리가 울렸다. 교전하는 것이다. 상황실의 모든 근무자가 스피커와 윤준호를 번갈아 보았다. 다시 요란한 함포 소리가 상황실을 울리더니 다시 이만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명중! 적 경비함 한 척이 침몰합니다. 아군의 집중사격을 받은 적함이 침몰하고 있습니다.”

    “이봐! 이 대위!”

    “적 경비함은 등산곶 684함입니다. 지금 침몰합니다.”

    그러고는 다시 포성과 함께 교신이 끊겼다. 윤준호가 일어선 채 눈을 부릅떴다. 이것이 무슨 우연인가. 등산곶 684함은 제1차 연평해전을 도발한 북한 함정이다. 1차 해전에서 대파당한 데다 함장까지 전사했고 다시 3년 후인 2002년 6월 29일, 684함은 아군 참수리 357정을 기습해 격침했다. 그러다 2009년 이제 아군에게 격침당한 것이다.

    # “뭬야?”

    정명도 해군사령관이 눈을 부릅떴다. 지금 정명도는 평양 서쪽 남포시 해군사령부에서 전화를 받는다.

    “그기 무신 말이야?”

    소리치듯 묻자 부포의 6전대장 우재하 대좌가 악을 쓰듯 보고했다.

    “놈들이 분계선을 넘어왔단 말입니다. 전속력으로 넘어와 쏘고 돌아갔단 말입니다. 684함은 격침당했단 말입니다.”

    “이 간나 새끼야! 똑바로 말해.”

    “684함이 격침당했단 말입니다. 참수리 두 놈이 갑자기 넘어와서….”

    정명도가 전화기를 귀에서 떼었다. 6전대장이 횡설수설했지만 684함이 격침당한 것은 사실 같다. 참수리 2정이 분계선을 넘어왔다니. 이것은 자세히 알아봐야 할 일이다. 정명도의 기억으로는 분계선이 그어진 이후 남조선 함정이 넘어온 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 간나들이 미쳤나?”

    혼잣소리처럼 말했던 정명도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난생처음 남조선에 대한 공포심이 일어난 것이다. 정명도는 무거워진 팔을 들어 전화기를 다시 쥐었다. 보고해야 하는 것이다. 공격을 받았다는 보고를 하다니.

    레임덕은 없다
    # “NLL을 500m 침범한 북한군 경비함을 아군 고속정 편대가 격침했습니다.”

    오후 2시, 정규 방송을 중단한 모든 방송에서 뉴스특보로 보도한 첫 멘트다. 내용은 이렇다.

    “1시경 북한군 경비함 684, 652호가 백령도 북방 NLL을 침범, 남하하기 시작했고 이를 감시하던 아군 참수리 고속정 315, 316호가 즉각 발포해 북한 경비함 684호는 침몰하고 652호는 대파된 채 도주했다.”

    아군 측 피해는 전무했다고 맨 나중에 겸손하게 보도했다. 따라서 전군(全軍)에 데프콘 3단계가 발령되어 휴가와 외출이 금지됐다.

    “684함은 저놈들의 상징이나 같았지.”

    2함대 작전참모 김태식 대령이 잇새로 말했으므로 정보참모 박용일 중령이 시선을 주었다. 오후 2시 10분, 둘은 상황실에 나란히 서 있다. 옆쪽 얼굴에 박용일의 시선을 받으며 김태식이 말을 잇는다.

    “저놈들은 684함을 내세워 우리를 떠보았어. 1차 때도, 2차 때도 말이야.”

    맞다. 1999년 6월 15일 제1차 연평해전 때는 684 경비함이 먼저 도발했다 아군의 반격을 받아 함장이 전사하고 대파했다. 그러자 북한은 684를 다시 수리하고 갑판장을 함장으로 임명한 후 2002년 6월 29일 다시 도발했다. 제2차 연평해전이다. 이 기습으로 아군은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전사했지만 684함 함장 역시 전사했다. 그리고 이번에 684함은 침몰해버린 것이다. 제3차 연평해전이 되겠다. 그때 박용일이 물었다.

    “확전될까요?”

    김태식은 해사 3년 선배로 장군 진급 0순위자답게 이번 사건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전투 배치를 끝낸 것이다. 김태식이 입술만 달싹이며 말했지만 박용일은 들었다.

    “어디, 두고 보자고.”

    # “도발입니다.”

    오늘 참석한 서해안 전연지대 사령관인 4군단장 박격식이 말했다.

    “남조선 고속정이 분계선을 넘어와 기습 공격을 한 것입니다.”

    “용납할 수 없습니다.”

    얼굴이 하얗게 굳은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거들었다. 그의 옆에는 준비해온 브리핑 차트가 걸려 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다. 김영철이 말을 잇는다.

    “652함장이 증언했습니다. 이번에는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남조선 315, 316정이 1km나 분계선을 넘어와 쏘고 도망쳤다는 것입니다.”

    이윽고 김정일의 시선이 브리핑 차트로 옮겨졌다. 차트에는 잠수정이 격침할 남조선 초계함의 함번과 이름까지 적혀 있다. 해군 2함대 소속 초계함 PCC-772 천안함이다. 김정일의 시선 끝을 본 김영철이 열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천안함은 내일 밤 9시경 백령도 해상을 통과할 것입니다. 그때 격침하겠습니다.”

    그러자 김정일이 다시 머리를 돌려 김영철을 보았다. 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 장성택, 김영춘, 오극렬의 시선도 모두 김정일에게로 옮겨졌다. 그때 김정일의 입이 열렸다.

    “작전 보류.”

    뱉듯이 말한 김정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이유를 말할 필요도 없다. 다 알아서, 제 나름대로 해석하고 자아비판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천안함은 북한의 잠수함 공격에서 벗어났다.

    이원호

    레임덕은 없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 전북대를 졸업했다. (주)백양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무역 일을 했고, (주)경세무역을 설립해 직접 경영했다. 1992년 ‘황제의 꿈’과 ‘밤의 대통령’이 100만 부 이상 팔리며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로 떠올랐다.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 스케일이 큰 구성,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그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다. 기업, 협객, 정치, 역사,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지금까지 50여 편의 소설을 냈으며 1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주요 작품으로 ‘할증인간’ ‘바람의 칼’ ‘강한 여자’ ‘보스’ ‘무법자’ ‘프로페셔널’ ‘황제의 꿈’ ‘밤의 대통령’ ‘강안남자’ ‘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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