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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강한 ‘父子의 동업’ 소신과 열정은 닮은꼴

‘조폭수사의 전설’ 조승식 변호사와 아들 조용빈 변호사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개성 강한 ‘父子의 동업’ 소신과 열정은 닮은꼴

개성 강한 ‘父子의 동업’ 소신과 열정은 닮은꼴

영화 ‘범죄와의 전쟁’ 포스터.

“초등학교 6학년인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아버지 때문에 협박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말투로 봐 그 계통(조폭) 사람 같았다. ‘학교 어디 다니는지 안다’ ‘집으로 찾아가겠다’ 따위의 말을 하고는 끊었다. 그런 전화를 어머니와 고모도 몇 차례 받았다.”

조용빈(36·사법연수원 41기) 변호사에게 어린 시절 아버지는 ‘존경스러운 분’이면서 ‘부담스러운 분’이었다. 밖에서 뭔가 훌륭한 일을 하는 건 분명한데 가끔 집에서 마주치면 부담스럽기만 했다. 지방 발령이 잦았던 아버지는 가족과 떨어져 살 때가 많았다. 어쩌다 한집에서 같이 지낼 때도 얼굴 볼 일이 별로 없었다. 늘 귀가시간이 늦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검사였다. 그것도 한국의 대표적인 강력검사였다. 이강환, 김태촌, 천달남, 이육래 씨 등 국내 대표 주먹을 잡아들였고 부임한 곳마다 토착 폭력조직을 소탕했다. 주먹들은 그를 “광복 이후 최고의 악질검사”라고 불렀다.

올 2월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1990년대 초반 부산 암흑계를 그렸다. 이 영화에 나오는 ‘강골 검사’ 조범석(곽도원 분)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조승식(60) 변호사가 아들과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내 화제다. 물론 영화 속 검사는 그의 실제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그가 1990년 부산지검 검사로 있을 때 부산 주먹계를 초토화했던 사실을 각색한 것이다.

# 영화 ‘범죄와의 전쟁’ 실제 모델



개성 강한 ‘父子의 동업’ 소신과 열정은 닮은꼴

조승식 변호사(오른쪽)와 아들 조용빈 변호사.

‘조폭수사의 전설’로 불리던 조 변호사는 2008년 대검 형사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법무법인 한결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해 단독 변호사로 전환했다. 하지만 조폭 전문 검사의 변호사 성적표는 변변찮았다. 한때 사무실을 접고 재택근무까지 고려할 정도로 사건 수임 건수가 적었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올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아들 용빈 씨와의 동업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용빈 씨도 애초 개업할 생각은 아니었다. 기업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취미’인 야구와 관련된 일을 계속하려 했다. 그러나 사내 변호사로 취직했다가 며칠 만에 그만뒀다. 사내 변호사의 위상이나 활동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갈 데 없으면 같이 하자.” 아버지와 한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결국 현실이 됐다.

어려서 그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이중적이었다.

“아버지처럼 사는 인생은 답답하다고 여겼다. 출근시간은 일정하고 퇴근시간은 없는 삶이었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훌륭하지만 나까지 굳이 감당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은 종종 그에게 “아버지만큼은 공부해야지”라고 말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반발심이 생겼다. 그래서 더 야구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그의 야구인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됐다. 단순히 운동장에서 야구놀이를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오른손잡이인 그는 10년간 훈련해 왼손을 오른손처럼 만들었다. 미국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서 야구 이론과 기술을 익혔다. ‘베이스볼 다이제스트’와 같은 영문 야구잡지도 꾸준히 구독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영어가 늘었다. 이렇게 다진 영어실력은 뒷날 카투사에 입대하는 데 도움이 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는 야구 본고장인 미국에 유학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부모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학 보낼 돈이 없었던 거다. 도피유학 소리를 들을까 걱정도 했다고 한다.”

고려대 공대에 들어간 그는 산업경영을 전공했다. 졸업 후 3년간 미국에 유학했다. 공부하면서 일도 했다. 미국 공립고교에서 인턴직원으로 2년간 근무한 후 ‘Ripken Baseball’이라는 야구 관련 기획회사에서 일했다. 귀국해 일자리를 찾았으나 마땅찮았다.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야구 관련 업계에 발붙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그러다 변호사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변호사 자격증을 따면 뜻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야구 관련 사업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뒤늦게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뒤따랐다. 공부를 시작한 지 2년 3개월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운이 따랐다”고 겸손해했다.

야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격주간 야구잡지 ‘IS Ball’에 ‘조용빈의 SPORTS · LAW’를 연재한다. 최근엔 만화 ‘마구마구 야구왕’을 감수했다. 몇 년 전엔 미국 유학 경험을 살려 ‘바이오메카닉 피칭 이야기’라는 야구기술서도 냈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실행위원이다. 돈을 좀 벌면 스포츠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그런데 야구는 그렇다 치고, 아버지와의 동업이 불편하진 않을까.

“지금까지는 괜찮다. 단점은 아직 모르겠다. 장점은 상황을 판단하는 아버지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조승식 변호사는 “새끼 변호사를 뒀다는 점에서, 아들이라는 점에서 편하긴 하다”고 흡족해했다. 하지만 아들이라고 마냥 감싸지는 않을 태세다. “아들과 함께 일하니 든든하겠다”고 덕담을 건네자 “든든해야지”라고 뼈 있는 답변을 한다. 아들에게 “의견이 다를 경우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나도 전문직이고 똑같은 자격증을 가졌다. 소신대로 하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공교롭게도 아버지 안경테는 검은색이고, 아들 것은 은색이다. 두 사람은 부자(父子)치고는 닮지 않았다. 아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외탁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아들은 야구발전실행위원

개성 강한 ‘父子의 동업’ 소신과 열정은 닮은꼴
아들이 야구에 미쳐 있다면 아버지는 중국어에 미쳐 있다. 아버지 조 변호사는 지난 6년간 중국어를 공부해왔다. 일주일에 40시간씩 매달린 결과 중국 TV 드라마를 편하게 보는 수준에 올랐다. 조만간 중국으로 떠날 작정이다. 한 5년간 머물며 어학연수를 하는 한편, 중국 법정을 드나들면서 중국 법률과 사법체계를 익힌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중국인을 무료 변론하는 것이다. 기자가 감탄하자 “돈 안 벌겠다는 맘만 먹으면 간단한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검사 할 때 명예를 얻었다. 돈은 못 벌어도 최소한 대접은 잘 받았다. 옷 벗고 나와서 돈까지 벌려는 건 욕심이다. 현직 때의 생활수준만 유지하면 족하다. 이제는 봉사하고 돌려줘야 할 때다.”

그는 2년 전 부산 주먹계 거물 이강환 씨의 변호를 맡았다가 구설에 휘말렸다. “조폭 때려잡던 검사가 옷 벗고 나와 조폭을 변호한다”는 비난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개성 강한 ‘父子의 동업’ 소신과 열정은 닮은꼴
“강력검사 출신 변호사의 애환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은 재벌 비리 수사하다 나와서 재벌을 변호한다. 돈도 많이 벌고. 그래도 별로 욕 안 먹는다. 요즘 어떤 검사가 깡패사건을 봐주나. (무죄가) 안 되는 사건이었다면 맡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그 사건에서만큼은 이강환이 억울했던 게 사실이다.”

조 변호사의 권유로 자수했던 이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아들 용빈 씨에게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비난할 수도 있다”면서도 “변호사 본업에 충실한 것을 욕할 순 없다. 오히려 직업윤리에 투철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언뜻 아버지를 편드는 것 같지만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게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가까우면서도 먼, 이 세상 모든 부자 사이의 생래적 거리감일지 모른다.



주간동아 2012.07.02 844호 (p36~38)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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