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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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곧 실수…익숙한 것 버려라

변화는 두려운 것

  •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입력2012-05-21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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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은 곧 실수…익숙한 것 버려라
    프로젝트 기획회의 시간. 앞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많이 해본 터라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하자’는 분위기로 회의가 마무리되려는 찰나, 방 과장 팀의 최 대리가 의욕적으로 나선다.

    “지금까지 해온 방법 말고,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그러고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팀원에게 소개한다. 최 대리의 설명을 듣고 방 과장은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내 ‘그냥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성과에 큰 차이가 날 것 같지도 않는데 굳이 방법을 바꿔야 하나 싶었던 것이다. 업무를 진행하다 실수라도 생기면 괜히 상사로서 덤터기를 쓸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던 대로 하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그 나름의 평화에 끌리기도 했다. 이런 생각을 하며 팀원들을 바라보니 다들 자신과 비슷한 마음인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어영부영 회의가 이어졌고, 결국 최 대리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조용히 묻혔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최 대리에게 괜히 미안한 방 과장. 방 과장의 선택, 어떻게 봐야 할까.

    리더는 항상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의 성장은 얼마나 빨리 변화하느냐에 달렸다고도 한다. 하지만 조직이 변화를 갈망하는 것만큼 조직원은 변화를 귀찮아하고 싫어한다. 이유가 뭘까. 변화하려면 새로운 걸 배워야 하고, 거기에 투자하는 시간만큼 생산성이 떨어지는 걸 걱정하기 때문에?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변화를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인간 본성 탓인지도 모른다.



    경제학자 윌리엄 새뮤얼슨과 리처드 제크하우저가 이와 관련해 재미난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에게 “유산으로 ‘큰 액수의 현금’이 생겼다. 이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A사 주식에 투자’ ‘국채 투자’ ‘지방채 구입’ 등 조건별 예상 수익을 제시했다. 잠시 후 다시 물었다. “유산으로 ‘A사 주식’이 생겼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겠는가.” 뒤에 주어진 예상 수익조건(A사 주식 보유, 국채 투자, 지방채 구입)은 동일했다.

    만일 합리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면 유산이 현금으로 주어지든, A사 주식으로 주어지든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이 동일해야 한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유산으로 ‘A사 주식’이 주어졌을 때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A사 주식 보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았던 것. 많은 실험 참가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A사 주식’을 처분하는 ‘변화’를 꺼렸던 것이다. 이런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현상유지 편향’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현재 진행 중인 행동이나 조건을 바꿔서 큰 이득을 얻지 못한다면, 그걸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인간 본성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똑같이 살 수는 없다. 변화가 없다는 건 발전도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변화를 피하지 않고 맞서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개인 차원이다. 자신이 현재 가진 것 혹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 대한 ‘프리미엄’을 버려야 한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리프레임’이 중요하다. 현 상황을 ‘중립 상태’로 인식하고 새로운 것과 동등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조직 차원이다. 많은 조직이 실수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해 실수하는 사람을 질책한다. 하지만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피터 드러커는 “실수나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 볼일 없는 일만 해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도전하지 않기에 실수도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이 한 실수를 질책하기보다 이를 통해 뭔가 배우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트위터 본사에는 ‘내일은 더 좋은 실수를 하자(Let’s make better mistake)’라는 문구가 걸렸다고 하지 않은가.

    도전은 곧 실수…익숙한 것 버려라
    맹자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언제나 과오를 저지른 뒤에야 고칠 수 있다.” 변화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인과 이를 환영하는 조직, 이것이 성장을 위한 핵심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기업교육 전문기관인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장으로, 기업의 협상력 향상과 갈등 해결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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