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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세상은 잘 사는데 우리는 왜 점점 불행할까

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세상은 잘 사는데 우리는 왜 점점 불행할까

세상은 잘 사는데 우리는 왜 점점 불행할까

스튜어트 랜슬리 지음/ 조윤정 옮김/ 비즈니스북스/ 332쪽/ 1만4000원

세계는 지금 양극화의 몸살을 앓는다. 지난해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지구촌을 휩쓴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 경제성장의 과실에서 소외돼 허덕이지만, 소수의 상류층은 유례없는 엄청난 소득을 올린다. 이젠 상류층, 중류층, 하류층 개념이 무너지고 상위 소수와 대다수의 하류로 구분된다. 경제·사회적 양극화는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다. 많은 나라에서 각종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분배와 복지’ 이슈는 양극화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소수 상류층은 돈을 조종하는 사람들, 즉 ‘돈의 경제’로 거대한 이익을 얻는다. 그들은 최고위 은행 및 금융가, 다국적기업을 움직이는 경영자들로 막강한 권력 집단이다. 그들 때문에 국가는 내외부의 충격에 취약해졌고, 세계 경제 회복을 어렵게 한다.”

성장의 과실이 소수의 주머니로만 들어간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이 책의 저자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하려면 부의 집중 현상을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30년간 영국과 미국에서는 비실비실한 자본주의 환자를 살리려고 다양한 약(정책)을 처방했다. 그런데 이때 주된 희생자는 소득 수준이 대략 하위 50~60%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영국과 미국은 금융업을 자본주의를 살리는 동력으로 생각했다. 금융업이 몸집을 키우는 동안 제조업은 끝없이 하락했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실업률 상승은 곧 중산층 하락을 불러왔다. 부자들의 소득이 급증하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어느 사이 아래쪽에 무리지어 남아버린 것이다. 1970년대 영국의 소득 분포는 부유층과 빈곤층이 적고 중산층이 많은 ‘달걀형’ 혹은 ‘다이아몬드형’ 구조였지만, 지금은 맨 위는 약간 불룩하고 가운데는 가늘며 바닥은 매우 뚱뚱한 왜곡된 모래시계 형태를 보인다.



대다수 사람의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상위 1% 부자들의 금고엔 돈이 차고 넘친다. 그 넘치는 뭉칫돈은 고삐가 풀려 수익을 올려주는 곳이면 어디든 들쑤시고 다닌다. “세계를 떠도는 핫머니 가운데 부와 고용을 창출하는 지속적인 투자처로 들어가는 돈은 거의 없다. 돈은 헤지펀드, 사모펀드, 기업 인수, 상업용 부동산으로 몰려들었다. 신흥 부자들의 대규모 자금이 엄청난 수익을 낳는 투기에 고스란히 들어간 것이다.”

소득 불평등으로 임금이 줄었다면 소비를 줄였어야 했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은 은행의 규제완화 조치를 통해 경제를 부양하는 정책을 폈다. 즉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빚을 내 부동산을 구입하고, 소비를 늘리는 것을 부추겼다. 이제 숨을 조이는 가계부채는 겨우 산소호흡기를 낀 세계 금융을 옥죄는 또 다른 뇌관이다.

저자는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려고 네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첫째, ‘주주 가치 추구’라는 유일한 사업 목표를 바꿔야 한다. 오로지 수익만 좇는 ‘잭 웰치식 자본주의’는 폐기해야 한다. 둘째, 단체교섭권을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더 강력한 목소리를 갖는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다. 셋째, 개인 과세에 대해 훨씬 엄격한 정책을 취해야 한다. 워런 버핏은 “나 같은 사람은 휠씬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 넷째, 금융계에 많은 제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금융은 투자를 위한 기관이 아니라 세계 무역과 생산 및 투자에 필요한 신용,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네 가지 해법은 너무나 평범하다.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엄청난 돈이 부유층의 컵 안에 갇혀 서민에게 넘치지 않고 있다. 컵이 깨지기 전에 행동으로 옮겨야 하지만 길은 멀다. 성장의 덫에 걸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주간동아 835호 (p72~72)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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