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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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명쾌한 내용 청중 마음 움직여

프레젠테이션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입력2012-04-16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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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명쾌한 내용 청중 마음 움직여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 더반 ICC(국제컨벤션센터) 세션룸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나승연 대변인.

    자기 표현의 시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는 존재감을 증명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그만큼 스마트한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최고의 사회적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프레젠테이션은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가는 주요 의사표현 수단이다. 프레젠테이션에서 핵심은 청중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반면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발표자가 장점과 구호만 나열하며 혼자 떠드는 것이다. 다양한 통계, 각양각색 뉴스, 화려한 이미지, 지적 콘셉트 제시 등 뭔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청중은 “그래서 뭐?”라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군더더기를 뺀 단순 명쾌한 프레젠테이션은 3가지 편집전략을 꼭 갖춰야 한다.

    첫째, 구체적으로 말하라. 미국 이색음식판매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의 사원교육 지침은 주고객층을 “아주 낡은 볼보자동차를 모는 실직한 대학교수”라고 구체적으로 묘사해놓았다. ‘실직한 대학교수’ 이미지는 트레이더 조에서 일하는 모든 임직원에게 고객지향점을 똑같은 이미지로 떠올리게 해준다. 즉, 회사의 경영 포인트가 어떤 시장과 어떤 고객을 향하는지를 분명히 해준다. 트레이더 조는 그들의 고객을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고 상품 품질에 대해서도 매우 민감하며 다양성과 새로운 경험을 중요시하는 사람들’로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없이 꼬리를 무는 형용사 나열은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해 무력하다. ‘실직한 대학교수’라는 표현은 명쾌해 한눈에 쏙 들어오는 집중력을 발휘한다.

    수박을 그리는 것이 편한가, 수박의 생물학적 정의를 내리는 것이 편한가. 모나리자의 미소는 금방 떠오르지만 5만 원권 주인공인 신사임당의 역사적 업적은 거의 모른다. 현직 대통령의 주요 경제정책 3가지는 잘 모르지만, 대통령과 악수를 한 기억은 내내 살아 있다. 추상성은 멀고 구체성이 가까운 이유다.

    둘째, 스토리로 말하라. ‘여우와 신포도’ ‘개미와 베짱이’ ‘토끼와 거북이’ 등 대표적인 이솝우화의 스토리텔링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솝 이야기는 2500여 년 동안 전해져왔고 앞으로도 수천 년 거뜬히 살아남을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 선한 사마리아인,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 스토리도 전부 고개를 끄덕일 만큼 익숙하다.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좋은 이야기는 추상적인 미사여구 전략 방침보다 우월하다. 주인공이 역경과 시련을 극복한 사연에 청중도 공감할 수 있다면 기억에 오래 남아 언제라도 재생이 가능하다. 이야기에서 교훈을 이끌어낼 수는 있지만 교훈으로부터 이야기를 재생시킬 순 없다.



    셋째, 핵심 메시지는 발표 초입에 치고나가라. 중요한 이야기를 감뒀다가 뒷부분에 소개하면 이미 지루해하는 청중은 관심의 촉각을 회복하지 못한다. 슬라이드 1장엔 하나의 메시지와 하나의 이미지만 넣고, 한 슬라이드가 30초 이상 머물지 않도록 프레젠테이션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한눈에 단일한 메시지로 다가와야 한다. 두세 개 메시지가 겹치면 청중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게 된다. 핵심 키워드 하나만 골라 최적의 이미지와 버무려야 한다. 발표자가 편집력을 가장 많이 발휘해야 할 순간이다. 핵심 콘셉트를 보완하는 서브타이틀도 한 문장으로 해야 한다. 청중을 감질나게 하는 여운이 번진 후, 발표자가 현장 설명으로 메시지를 강화하면 무대 아래의 경청은 훨씬 깊어진다.

    많은 청중이 집중할 수 있도록 활자는 크게 하고 눈에 편한 글꼴을 선택한다. 그래프, 클립아트, 동영상, 아이콘, 표, 관련 뉴스를 첨가할 때는 전체 흐름에 어긋나지 않도록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한다. 발표자의 정보력을 과시하는 슬라이드는 오히려 메시지 집중도를 해쳐 산만한 프레젠테이션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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