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2

2012.04.09

깐깐한 비교 대박 난 매출

추천상품 판매 2~3배 늘어, 비교 기준 불만도 제기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2-04-09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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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깐깐한 비교 대박 난 매출
    ‘K-컨슈머리포트’ 1호를 공개한 지 2주째인 4월 4일 오전에만 160여 명이 스마트컨슈머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해 등산화 품질 비교 보고서를 조회했다. 같은 시각 이용 후기 26건이 올라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컨슈머리포트 출범에 맞춰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등산화 이용 후기를 공모 중이다.

    K-컨슈머리포트가 세간에 화제를 뿌리자 등산화 품질 비교 시험에서 자사 제품이 ‘추천상품’으로 선정된 코오롱스포츠(페더)와 블랙야크(레온)는 ‘그 깐깐하다는 컨슈머리포트가 한국에서 첫 번째 고른 등산화는?’ ‘2012년 K-컨슈머리포트 1호에서 추천한 블랙야크 등산화’라는 헤드 카피로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내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후 두 제품의 판매량은 급증했다.

    소비자 구매 심리에 큰 영향

    코오롱스포츠에 따르면, 3월 22일 보고서를 공개하기 바로 전 주의 금·토·일요일 오프라인에서의 페더 판매량은 147족. 하지만 보고서가 나온 후 첫 주말과 그 다음 주말 판매량이 각기 296족, 457족으로 급증했다. 2주 만에 2~3배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대비 코오롱스포츠 아웃도어 제품의 전체 성장률이 20%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K-컨슈머리포트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박승화 코오롱스포츠 마케팅팀장은 “K-컨슈머리포트 발표가 페더뿐 아니라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다른 등산화와 신발 전체 판매에 영향을 미치면서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한다. 전반적으로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야크의 레온은 보고서 공개 이후 한 주 동안 매출이 전주 대비 2.5배 상승했다. 박은주 블랙야크 마케팅팀 대리는“레온이 이월상품이라 재고가 많지 않다. 그나마 여성용은 현재 재고가 없다. 고객들이 레온을 사러 왔다가 같은 라인의 업그레이드된 다른 제품을 산다. 곧 레온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혜 트렉스타 마케팅기획본부 계장은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품질 비교 대상이었던 우리 제품에 대한 문의전화가 늘었다. K-컨슈머리포트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건 확실한 듯하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추천상품을 내지 못한 K2, 노스페이스, 트렉스타 3사 제품의 경우 K-컨슈머리포트 보고서 공개가 실제 판매량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컨슈머리포트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의 불만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자사 제품이 추천상품에 선정된 코오롱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페더가 가격 대비 품질은 좋지만, 사실 더 좋은 제품을 두고 다소 약한 페더가 주목받게 돼 내부적으로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비교 기준에 맞춰 시험할 제품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숙용 노스페이스 홍보팀 과장은 “이번에 ‘일반용 등산화’ 부문에서 시험을 한 우리 제품은 가죽을 사용한 해외 트레킹용 중등산화다. 동일선상에서 비교된 타사 제품 중에는 경등산화, 소재가 가죽이 아닌 것도 있었다. 용도와 목적이 다른 제품을 섞어 비교하는 바람에 우리 제품이 추천상품에 들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또한 시험에 참여한 업체 대부분이 비교 기준의 부적합성을 지적했다. 오선정 K2 마케팅팀 주임은 “일반용 등산화 부문에서 비교 시험을 한 우리 제품은 착화감과 통기성, 뒤틀림 방지 기능이 장점이다. 등산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시험 항목에서 빠져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이 불만족

    이번 보고서를 접한 소비자들은 “등산화를 살 때 많이 참고하면 좋을 듯합니다” “저가 등산화도 비교에 넣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등의 의견을 내놨다. 아웃도어 제품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등산화는 용도에 따라 중창과 꺾임이 달라 비교가 힘든 제품군인데 그 결과를 놓고 신뢰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는 비판 글도 눈에 띄었다.

    김동필 한국소비자원 시험분석국 화학섬유팀장은 “소비자들이 우리가 공개한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 자신에게 맞게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철저한 사전조사 등 미진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제한된 기간 안에 비교 시험하려다 보니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다소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인터뷰 | 한은주 한국소비자원 시험분석국 화학섬유팀 차장

    “처음이라 많이 부족…제품 업그레이드 출발점”


    깐깐한 비교 대박 난 매출
    ‘K-컨슈머리포트’ 1호에서 등산화 품질 비교 시험을 책임진 한은주 한국소비자원 시험분석국 화학섬유팀 차장은 21년째 시험분석국에서 일한다. 그동안 그의 손을 거친 제품 시험은 70여 건에 달한다. 한 차장을 만나 보고서 결과에 따른 업체 불만과 세간의 비판에 대해 물었다.

    소재와 용도가 서로 다른 등산화를 동일선상에 놓고 시험하는 등 비교 기준의 부적합성을 지적하는 업체가 많다.

    “비교가 중요하기 때문에 비교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업체들로부터 각기 2종류씩 추천받았다. 뒤늦게 그런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시험 여부를 비밀에 부쳐야 하는 것 아닌가. 업체 쪽에서 추천받았다니 이해가 안 된다.

    “그게 맞다. 그런데 시중에서 판매하는 등산화에 소재, 특성 등 자세한 표시사항이 없어 겉모양만 보고 우리가 임의로 제품을 구분해 선택할 수는 없었다. 시험 대상 시료는 공정해야 하므로 이번 시험 항목과 방법을 정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참여해 모두 동의했고, 그 비교 기준에 적합한 제품 모델명을 알려달라고 한 것이다. 제품은 우리가 직접 매장에서 구매했다.”

    업체를 직접 참여시킨 건 신뢰성 측면에서 오해 소지가 있는 것 아닌가.

    “제품 품목마다 국가가 공인한 시험 항목과 방법 등 품질 검사 기준이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화장품 등에 관한 공인 기준을 마련해놓았으며, 먹을거리에 대한 공인 기준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정한다. 등산화는 국가 공인 기준이 없어 시험 항목과 방법부터 새로 정해야 했다. 그 과정에 한국신발피혁연구소, 전문가위원회와 함께 업체가 참여하게 됐다. 국가 공인 기준이 있는 품목을 시험할 때는 업체를 참여시킬 필요가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그때는 결과를 공개해도 업체가 이의 제기를 못한다. 이번 경우는 그게 아니어서 시험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담보하려는 조치였다.”

    등산화는 착용감과 발의 편안함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 대한 검사가 빠졌다.

    “업체간담회 때도 항목에 넣어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착용감 또는 착화감은 사람의 주관적인 느낌에 좌우된다. 마찬가지로 ‘촉감’등 개인 특성에 따라 편차가 크고 관능에 의존하는 항목은 지표 자체를 객관화할 수 없어 시험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

    시중에 100가지가 넘는 등산화 브랜드가 있고 저가 제품도 많은데 왜 몇몇 고가 브랜드를 포함한 10개 제품만 검사했느냐, 지나치게 시험 범위를 좁힌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안 그래도 항의전화를 받았다. 우리도 가능한 한 시험 제품 수를 많이 해서 소비자도, 기업도 만족시키고 싶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이 한정된 점을 이해해달라. 브랜드 선정과 관련해서는 각 브랜드의 등산화 매출액이 따로 집계된 것이 있으면 참고할 텐데, 아쉽게도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한 경제신문에서 등산객이 많이 신은 브랜드를 직접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위원회의 조언을 받아 상위 5개 브랜드를 선정한 것이다.”

    K-컨슈머리포트 첫 작품을 진두지휘했는데 이런저런 뒷말이 나와 부담이 크겠다.

    “지금까지 한 시험 중 가장 힘들었고 공도 많이 들였다. ‘1호’라는 부담감이 없지 않았지만, 보람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보고서 공개 후 등산화 제조업체에서 전화가 몇 번 왔는데 ‘보고서를 인상 깊게 봤다’며 ‘제품 품질관리를 보고서의 시험 방식대로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는 곳도 있었다. 이번 보고서가 ‘등산화’라는 품목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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