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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좋아요, 팀 쿡”

개방적 행보 잡스 능가하는 인기…애플 CEO로는 첫 중국 방문도

  • 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okmun@etnews.co.kr

“소통 좋아요, 팀 쿡”

“소통 좋아요, 팀 쿡”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폭스콘을 방문한 팀 쿡(가운데).

17년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달 애플이 주주에게 현금 배당을 했다. 1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도 매입키로 했다.

애플의 이러한 행보가 신선한 이유는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일 때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팀 쿡은 애플 CEO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향후 출시할 제품도 잡스가 고집했던 스펙과 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처럼 잡스와 방향을 달리한 쿡의 행보는 잡스와 애플을 추종하는 세력에게 거부감을 불러올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쿡의 인기는 적어도 애플 내에서만큼은 잡스를 능가했다.

미국의 취업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가 지난해 3월 16일부터 1년간 미국 각 기업 직원에게 ‘CEO의 경영방식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그 결과를 보면 쿡에 대한 애플 직원의 지지율은 97%에 달했다. 2010년 잡스에 대한 지지율 95%를 뛰어넘는 수치다.

이유는 무엇일까. 사만다 주팡 글래스도어 대변인은 “애플 직원은 잡스 밑에서 감히 의견을 개진할 수 없었지만 쿡은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한다”며 지지율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투자’ 확대 밝혀

잡스가 세상을 떠날 당시, 업계에서는 애플의 수년을 책임질 로드맵을 잡스가 이미 그려놓았다고 믿었다. 잡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쿡은 잡스가 그려놓은 로드맵을 관리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니 잡스와는 너무 다른 쿡의 행보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당연하다.

최근 쿡이 한 일 가운데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역시 중국 방문이다. 중국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대부분 만들어내는 생산 거점이다. 주요 생산업체인 폭스콘에서 노동자들의 자살 사건이 늘어나면서, 애플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이자 애플이 고전하는 몇 안 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잡스는 생전에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쿡은 “중국시장을 간과했다”면서 방중 길에 올랐다. 그리고 중국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캐롤린 우 애플 중국지사 대변인은 “중국을 방문 중인 쿡이 중국 관료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쿡은 리커창 중국 부총리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리커창은 원자바오 총리를 이을 차기 주자로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외신들은 쿡의 리커창 예방을 폭스콘 사태와 아이패드 상표권 분쟁의 해결 돌파구를 찾으려는 행보로 분석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쿡이 중국을 방문한 후에 일어났다. 애플의 위탁 생산업체 폭스콘이 미국 본토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폭스콘이 공장을 세울 곳은 미국 아이오와 주 거스리센터다. 폭스콘 미국 생산 공장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생산할지에 대해 애플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한다. 하지만 이번 폭스콘 발표는 창업자인 테리 코가 쿡을 만난 직후 나온 터라 애플과 사전 협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쿡은 잡스가 고수했던 무배당 원칙도 깼다. 그동안 엄청난 이익을 냈음에도 애플이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았던 이유는 잡스의 고집 때문이었다. 잡스가 복귀할 때인 1996년 애플은 현금 부족에 시달렸고, 이후 잡스는 주주에게 배당하는 대신 현금을 쌓아뒀다. 2001년 9·11 테러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도 잡스는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쿡은 주주와 의사소통하는 것을 중시한다. 2월에 열린 애플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에게 현금 사용방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쿡은 잡스만큼의 카리스마는 없지만 소통을 통해 저변을 넓혀가는 것만은 확실하다.

잡스는 자서전에서 “안드로이드는 훔친 물건이기 때문에 파괴할 것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안드로이드 진영에 강한 적개심을 보였지만 쿡은 좀 다른 것 같다. 특허 소송과 관련해 애플과 삼성전자 경영진이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추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특허 소송을 그만둘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경쟁자 삼성에도 덜 적대적

제품 디자인이나 크기 등도 기존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잡스는 스마트폰에 4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써서는 안 된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이 원칙이 곧 깨질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한다. 잡스는 4인치 이상이면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는 이유로 3인치대 디스플레이를 고집했다. 그러나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을 지원해야 하는 등 여러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스마트폰 크기도 자연스럽게 변할 전망이다.

9.7인치 단일 규격의 아이패드도 다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잡스는 2010년 10월 갤럭시탭을 겨냥해 “7인치 태블릿은 ‘도착 즉시 사망(DOA : Dead On Arrival)’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하지만 애플은 현재 7인치대 아이패드미니(가칭)를 준비 중이다. 국내외 부품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크기와 두께를 대폭 줄인 태블릿PC를 8월부터 생산한다. 크기는 7.85인치다. 해상도는 아이패드2와 같지만 크기가 작아지면서 인치당 픽셀 수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패널 두께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 전체 두께는 8mm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패드미니는 연말 쇼핑 시즌을 겨냥해 이르면 3분기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패드미니에 탑재할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패널, 배터리 등 관련 부품을 8월부터 본격적으로 구매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내 한 정보기술(IT) 전문가는 “잡스의 죽음으로 그의 고집스러운 폐쇄형 구조가 어떤 형태로든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문가가 말하는 폐쇄형 구조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OS)-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의 밸류 체인을 묶는 것을 가리킨다. 애플의 OS인 iOS는 오로지 애플 단말기에만 들어 있고,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이폰에서 콘텐츠를 사용하기 힘들다.

“이미 안드로이드 기반의 많은 경쟁자가 애플 지위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단말기의 범용화와 저마진화까지 대세가 된다면 애플의 폐쇄형 구조는 위협받을 것이다. 예컨대 안드로이드 마켓 같은 다른 콘텐츠 장터를 애플 기기에 탑재하도록 허용하는 식으로 개방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잡스의 카리스마로 유지됐던 애플이 어떤 방식으로든 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12.04.09 832호 (p60~61)

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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