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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잘 낫는 병원 후기 90%는 광고

도 넘은 인터넷 ‘바이럴 마케팅’, 아이디 도용해 홍보 글 올려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잘 낫는 병원 후기 90%는 광고

잘 낫는 병원 후기 90%는 광고

2007년 의료법 개정으로 병원 광고를 허용하면서 병원 광고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무한경쟁시대가 병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살아남으려면 홍보를 해야 한다. 2007년 4월 의료법 개정으로 병·의원 광고를 전면 허용하면서 병원 광고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2011년 제약·의료광고 시장 규모는 2198억 원으로, 전년(2006억 원)보다 9.5% 성장했다. 이제는 버스나 지하철 벽면, 신문 지면에서 병원 광고를 보는 것이 낯설지 않다. 병원 광고를 전문적으로 하는 광고대행사도 수십 곳이다.

요즘 병원 광고 시장에서 가장 뜨는 광고 수단은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일명 ‘바이러스 마케팅’으로 소비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광고를 말한다. 최근에는 네이버 지식iN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질의응답 코너나 블로그,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병원을 선택할 때 다른 정보보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바로 나았다” “이 병원이 임플란트 시술을 잘한다” 등 타인의 경험을 듣고 결정하곤 한다. 특히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의 경우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타인의 경험을 먼저 수집한 뒤 병원을 선택한다. 또한 최근 많은 사람이 간단한 생활정보는 물론, 복잡한 전문 지식까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병원 바이럴 마케팅 효과는 높은 편이다.

네이버 지식iN 답변 병원서 작성

‘당연히 누리꾼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렸을 것이라고 생각한 병원 추천 글’이 알고 보니 ‘병원에서 계획적으로 게재한 광고 글’이라면? 최근 상당수 병원이 광고대행사 등을 통해 자발적인 후기처럼 꾸민 광고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한 병원 홍보 관계자는 “현재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오는 병원 관련 질의응답의 90%는 실제 경험이 아닌 광고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업계에는 이미 바이럴 마케팅 광고 시세까지 형성됐다. 피부과, 성형외과, 치과 등은 하루 방문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파워 블로거’에게 무료 의료시술을 제공하는 대신, 자신의 블로그에 후기를 올리도록 하는데 이 경우 건당 30만 원의 수고비를 따로 지불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모집한 전문 체험단의 경우 블로거에 비해 비용을 2배 이상 지불하는 대신, 시술 전후 장면을 비디오, 사진 등 시각 자료로 올리도록 한다.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병원 전용 SNS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는 항목당 월 200만 원가량의 비용을 지급한다.

그중 가장 효과가 높은 바이럴 마케팅은 주로 네이버 지식iN 등 포털사이트의 질의응답 코너에 노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대문구에서 IPL 잘하는 피부과 추천해주세요”라는 누리꾼의 요구에 “제가 지난주에 시술했는데, 서대문구 ○○○피부과가 좋아요”와 같은 거짓 경험담을 올리는 것.

거짓 경험담을 쓸 뿐 아니라 지식iN 검색 상위에 노출되도록 순위도 조작한다. A광고대행사는 “매달 30만 원만 내면 ‘서대문구 피부과’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지식iN 5위 안에 해당 병원에 관련된 후기가 끊임없이 노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백’ ‘제모’ 등 키워드를 추가할 때마다 비용이 더 들어간다. B광고대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병원당 대부분 한 달에 200만~500만 원의 바이럴 마케팅 비용을 쓴다”고 귀띔했다.

불법광고 게재 수법 점차 교묘

더욱 문제인 것은 이들 병원에서 지식iN에 올린 글이 광고인 것을 감추려고 타인의 아이디, 아이피(IP)를 불법 도용하는 경우다. 같은 아이디로 같은 광고 글을 반복적으로 노출할 경우 광고인 것이 들통 날뿐더러 포털사이트로부터 제지도 받을 수 있다. C광고대행사는 “이미 수천 개의 아이디를 보유해 아이디, IP를 돌려가면서 글을 올리기 때문에 우리가 올리는 후기는 광고인 것이 티 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최근 경기 소재 한 대학의 신모 교수는 네이버에 회원가입을 하려다 이미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만든 아이디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의 개인정보를 도용한 쪽은 그 아이디로 지식iN 사이트에서 “임플란트 잘하는 곳 추천해주세요”라는 한 누리꾼의 요구에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모 치과병원을 추천하는 답글을 달았다. 그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병원이었다. 해당 글의 조회 수는 1만3000여 건이었다.

해당 병원에 항의했지만 “병원 홍보는 전적으로 홍보대행사에 맡기고 있어 모르는 일”이라고만 했다. 홍보대행사 역시 “바이럴 마케팅의 경우 전문 업체에 따로 맡겨 진행하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다”며 발을 뺐다. 신 교수는 서울지방경찰청에 개인정보 도용 사례로 신고했지만 “IP 접속기록을 직접 가져와 지역 경찰서에 신고하라”는 답변만 들었다. NHN 측은 “IP 접속기록은 최장 3개월간 보관하기 때문에 관련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신 교수는 개인정보를 도용해 특정 병원을 홍보한 범인을 찾지 못했다.

잘 낫는 병원 후기 90%는 광고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온 병원 추천 글. 이 글은 도용한 아이디로 쓴 홍보 글이다.

불법광고 게재 수법은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09년 10월 성형수술 등 불법광고로 네이버 지식iN을 도배한 6개 업체 운영자 9명을 검거, 불구속 입건했다. 그중에는 IP 세탁과 자동질의응답 프로그램을 개발해 병원 불법광고를 게재한 경우도 있었다. NHN는 연간 300여 명의 인력을 고용해 광고 글을 상습적으로 게재하는 IP를 차단했지만 이들 업체가 프록시서버(우회 서버) 등을 통해 불법광고 행위를 지속해 근절할 수 없었다.

‘후기를 가장한 불법광고’ 탓에 누리꾼이 인터넷을 통해 건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인터넷 광고 시장까지 위축될 소지가 있다. 정상적인 인터넷 광고는 클릭 횟수에 따른 광고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위와 같은 불법광고는 광고비는커녕 세금조차 내지 않는다. 또한 바이럴 마케팅 과열로 인한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의사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송윤희 씨는 “2007년 의료법 개정 당시 SNS, 인터넷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에 무분별한 인터넷 병원 광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건강한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포털사이트와 정부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12.04.09 832호 (p40~41)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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