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2

2012.04.09

공룡 포털에 불공정 판친다

덩치와 영향력에 걸맞은 광고와 콘텐츠 규제 필요

  • 김인성 IT칼럼니스트 minix01@gmail.com

    입력2012-04-09 10:1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공룡 포털에 불공정 판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4·11 총선 광고.

    4·11 총선부터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지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이하 포털)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첫 화면의 배너 광고, 지식검색 등의 서브 광고뿐 아니라 모바일 페이지까지 선거광고 면으로 팔린다. 포털은 검색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먼저 배치함으로써 더 많은 노출 기회를 원하는 선거 후보자들의 열망을 자사의 SNS 사용자 확대 기회로 삼기도 한다.

    인터넷 특성상 전국 단위 광고와 함께 사용자 IP를 활용한 지역별 세분화 광고도 가능하기 때문에 선거광고의 장(場)으로 인터넷 공간이 대세가 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포털은 검색뿐 아니라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 첫 화면의 각종 정보성 콘텐츠 등을 통해 사용자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

    선거 후보자들은 포털의 자기소개 페이지에 있는 단어 한 개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에 대한 민원에 몸살을 앓는 포털은 개별적인 수정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선거철이 되면 포털은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서로 경쟁하는 후보자의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곤 했다.

    대세가 된 인터넷 선거광고

    후보자를 검색할 때 연관 검색어에 ‘사생아’라는 표현을 노출시킬지에 대해 포털 내부 담당자끼리 격론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최근 포털의 한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경쟁 후보자 측에서 의도적으로 ‘후보 A 사생아’라고 다량으로 검색하면 ‘후보 A’라고만 쳐도 ‘사생아’라는 단어가 연관 검색어로 뜨기 때문에 A 후보는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포털의 개입은 검색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부정행위를 차단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그 외의 경우는 포털 스스로 개입을 최소화해야 공정성을 기할 수 있다. 이렇게 사안별로 처리하기 시작하면 결국 편향된 결정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검색에 대한 불공정성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포털이 가장 강력한 미디어로 부상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 누리꾼은 인터넷 사용 시간의 40% 이상을 포털에서 소모한다. 뉴스 사이트 트래픽의 90% 이상이 포털을 통해 들어온 것이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도 포털 검색의 공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포털은 검색 광고로 수익을 확대하는 것에만 관심을 보인다. 검색어 광고 단가가 트래픽 점유율에 비례하기 때문에 사용자를 포털 내부에 묶어두려고 다양한 불공정 행위를 자행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불법복제다. 포털은 트래픽을 독점하려고 검색 결과에서 불법으로 복제된 포털 내부의 자료를 원본보다 먼저 노출시킨다.

    이를 눈치 챈 인터넷 사용자는 자기 블로그와 카페 방문자 수를 늘리려고 자발적으로 불법복제에 나선다. 불법복제 자료인지 아닌지에 상관하지 않는 포털의 정책은 사용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불법복제를 원본 창작자와 사용자 사이의 문제로 바꿔놓는 바람에 포털은 법적 책임까지 회피할 수 있게 됐다.

    포털은 또 광고와 검색 결과를 구분하지 않고 광고를 먼저 배치함으로써 중소 사이트의 생존을 위협한다. 좋은 콘텐츠를 확보해 사용자를 모으고 광고로 사이트 운영비를 충당하려는 중소 사이트가 포털의 불공정 행위 탓에 최소한의 수익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포털이 자사의 내부 자료를 먼저 노출하므로 중소 사이트는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포털 검색의 상위에 걸리지 않는다. 검색에 걸린다 해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뒷부분에 배치된다. 광고를 클릭할 가능성이 있는 사용자는 포털 광고로 다 빠져나가므로 원본 사이트로 넘어온 사용자가 광고를 클릭할 확률은 극히 낮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중소 사이트가 점점 사라지고 콘텐츠 제작자의 창작 의욕도 꺾이고 있다.

    공룡 포털에 불공정 판친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법제화해야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인 포털의 공정성을 확립하려면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 더는 불법복제로 부당한 수익을 얻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검색 결과에서 원본을 존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불법복제한 자료나 원본과 거의 차이 없는 자료를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시킬 경우 콘텐츠 원작자가 항의하면 순위 조정을 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검색 과정을 지연시킨 만큼 원작자에게 보상하게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검색 결과에서 광고량을 제한할 필요도 있다. 현재 포털의 검색 결과는 광고로 도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적으로 노출되는 ‘추천검색어’도 주로 광고성 검색어로 채웠다. ‘파워링크’는 클릭당 요금을 지불하는 광고판임에도 검색보다 앞서 배치된다. ‘비즈사이트’ 또한 단가가 낮은 광고 영역이다.

    포털의 ‘지식검색’은 업체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전문가 답변 중 상당수가 관련 업체가 마케팅 일환으로 작성한 것이다. 비슷한 질문에 동일한 답변이 다수 달린 이유는 아예 질문과 답변을 한 업체가 모두 작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포털 검색 오른편에 있는 각종 인기 검색어도 사용자를 포털 내부에 묶어두려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기 검색어에 현혹되다 보면 정보를 찾으려고 검색한다는 사실을 잊고 흥미 위주의 가십거리에 빠져들고 만다.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필요한 정보가 있는 원본 사이트를 만나려면 두세 번의 스크롤이 필요하다.

    포털 규제에 관한 필자의 제안은 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이 아니다. 외국 검색 포털들이 당연히 지키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것뿐이다. 외국의 공정한 검색 포털은 최대한 빨리 원본 사이트로 사용자를 안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광고와 검색을 엄격히 구분하고 가시성이 높은 곳에 검색 결과를 먼저 배치한다. 광고량도 제한적이다. 그 대신 원본 사이트에 광고 면을 배치해 수익을 나눈다. 그들은 검색 포털의 성공이 중소 사이트에게도 이익이 되는 상생 모델을 만들었다.

    한국 포털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서는 원본 존중과 광고량 제한이 필요하다. 이것은 검색 가이드라인 정도의 권고안이 적당하지만 검색의 불공정성이 극에 달한 국내 현실에 비춰볼 때 법제화까지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원본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중소 사이트가 동반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국 인터넷 세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