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2

2012.04.09

사기극이 이렇게 통쾌할 수가…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2-04-09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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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극이 이렇게 통쾌할 수가…
    제목부터 약을 바짝 올린다. 2002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캐치 미 이프 유 캔’. 이번엔 뮤지컬이다. 보는 이마저 숨죽이게 하는 아슬아슬한 사기극은 기가 막히게 절묘하다. 풍부한 볼거리와 짜임새 있는 원작, 게다가 뮤지컬 베테랑과 한류 스타 아이돌을 넘나드는 특급 캐스팅까지. 흥행 쇼 뮤지컬로서 삼박자를 다 갖춘 작품이다.

    가출 청소년 프랭크는 번지르르한 외모와 천재적인 순발력, 명석한 두뇌로 수많은 사람을 속인다. 말 한마디에 파일럿, 의사, 변호사로 변신하고, 수백억원 어치의 위조수표를 겁도 없이 발행한다. 그를 추적하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수사관 앤더슨의 말을 빌리면, 그는 모든 수법을 이해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사기를 친다.

    허황된 거짓 속엔 외로움이 숨어 있다. 아버지에게 인정을,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 겁 없이 거짓말을 일삼지만, 자신을 체포하려는 이에게도 선뜻 마음을 내주는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거짓을 멈추고 싶어도 또 습관처럼 거짓을 말하는 그를 보며, 사람들은 쉽사리 유죄 선고를 내리기 어렵다. 그는 왜 무죄여야 하는가. 프랭크의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쥐 두 마리가 우유통에 빠졌단다. 한 마리는 지레 포기하고 빠져 죽었지만 나머지 한 마리는 통에서 벗어나려고 끊임없이 발을 저었어.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결국 우유가 버터가 돼서 한 마리의 생쥐는 살아났단다!”

    방법은 잘못됐을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 상황을 돌파하는 프랭크를 통해 처음에는 재미와 통쾌함, 나중에는 감동과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현실이라면 관객 대부분은 그에게 번번이 속아 넘어가는 피해자 중 한 명일 테지만,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자신과 프랭크를 동일시한다. 어린아이에게 골탕 먹는 FBI를 보며 안타까움이나 분노 대신 통쾌함을 느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지키기 어려운 정직만을 요구하는 이 세상에서 프랭크는 유쾌하고 유능하게 세상에 한 방 먹인다.



    프랭크의 거짓말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일까. ‘그 역시 외로운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지나치게 주입하려는 구성은 다소 거슬린다. “말하기 대신 장면을 통해 보여줘라(Show, don’t tell)”는 극 구성의 기본임을 다시 한 번 명심해야 한다.

    ‘프랭크 1인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주인공 비중이 높아 프랭크 역을 맡은 배우의 역량에 따라 작품 수준이 결정된다. 프랭크 역은 다섯 배우가 돌아가며 맡는데, 그중 정통 뮤지컬 배우는 엄기준 한 명이다. 배우 박광현과 가수 김정훈, 슈퍼주니어 규현과 샤이니 키를 함께 캐스팅했다. 3월 28일 개막 공연을 맡은 엄기준은 흠 잡을 데 없는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였지만 상대적으로 미흡한 가창력 때문에 작품 몰입을 방해했다. 그가 노래할 때마다 ‘대표선수가 이 정도인데 나머지는 어떨까’ 하는 우려를 떨치기 어려웠다. 6월 10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문의 02-6739-1394.

    사기극이 이렇게 통쾌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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