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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이대호… 죽마고우 ‘쌍포 전성시대’

클리블랜드·오릭스 주포로 올 시즌 대활약 예고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추신수, 이대호… 죽마고우 ‘쌍포 전성시대’

1991년 어느 날, 야구를 하려고 부산 수영초등학교로 전학 온 추신수(클리블랜드)는 같은 반 아이 가운데 월등히 키가 크고 몸이 좋은 한 친구를 발견한다. 어린 눈에도 타고난 체력과 재능을 알아본 걸까. 추신수는 그 친구에게 “함께 야구하자”고 꼬드겼고, 결국 친구의 손을 이끌고 감독에게 간다. 그때 추신수를 따라간 친구가 바로 이대호(오릭스)다.

추신수는 훗날 “처음에 보니까 몸이 워낙 커 야구를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신수는 나를 야구로 이끈 길잡이 구실을 한 친구”라며 “초등학생 때도 신수가 3번, 내가 4번을 쳤지만 신수는 나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야구를 잘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1982년생 동갑내기 두 친구는 중학생 때부터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이대호가 대동중과 경남고, 추신수가 부산중과 부산고를 거쳤고 일찌감치 두 선수는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라이벌이 됐다.

#엇갈렸던 가정환경

두 선수 모두 어릴 때부터 발군의 실력을 보였지만 가정환경은 극과 극이었다. 추신수의 고교 시절 은사였던 고(故) 조성옥 감독은 “신수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아버지(추소민 씨)는 평양에서라도 구해올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추신수는 넉넉한 가정환경에서 부모님의 절대적 후원을 받으며 운동했다.



반면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재가해 어릴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란 이대호는 ‘살아남기 위해’ 야구를 했다. 야구 회비를 낼 형편이 되지 못했던 그는 돈 대신 실력으로 보여줘야 했다. “연탄값이 없어 한겨울에도 찬방에서 잤는데, 야구 회비 달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는 이대호는 “회비 잘 내는 친구를 이기고 게임에 나가려면 야구를 잘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고교 3학년이던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두 선수는 한국 우승을 이끌었다. 그 뒤 추신수는 태평양 건너 시애틀에 입단했고, 이대호는 고향 팀 롯데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과 미국으로 활동무대가 달랐던 두 선수가 나란히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묘하게도 2006년 같은 해였다. 그 전까지 그저 그런 4번 타자였던 이대호는 그해 22년 만에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하며 한국 최고 타자로 우뚝 섰고,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추신수도 시애틀에서 클리블랜드로 이적하면서 일약 메이저리거로 발돋움했다.

#이대호, 일본 정벌을 꿈꾼다

추신수, 이대호… 죽마고우 ‘쌍포 전성시대’

오릭스의 이대호

2006년 이후 이대호는 한국 프로야구 대표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한 걸음씩 성장했고, 2010년 ‘9경기 연속 홈런 세계신기록’이라는 새 역사를 쓴 뒤 한국 프로야구에서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이라는 신기원을 이뤘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무대는 그에게 좁아졌고, 이대호는 결국 최근 수년간의 빼어난 활약을 밑바탕 삼아 올 시즌 오릭스 유니폼을 입었다.

야구선수로선 제법 큰 192cm의 이대호는 지난해까지 시즌 중에는 130kg을 훨씬 웃도는 육중한 몸매를 과시했다. 그에게 체중은 야구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지만, 부상 방지 차원에서 지난겨울 10kg 이상 감량했고 예년에 비해 홀쭉해진 몸으로 일본 무대 첫 시즌을 기다린다.

이대호는 누구보다 영리한 타자다. 이상적인 인 앤드 아웃(In · Out) 스윙을 구사하고, 뛰어난 선구안과 함께 빼어난 콘택트 능력도 갖췄다. 타고난 홈런 타자라기보다 정확성에 바탕을 둔 파워히터라고 볼 수 있다. 홈런을 치려고 스윙하는 게 아니라, 안타를 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홈런이 나오는 스타일이다.

지난 시즌 내내 오른 발목 부상을 안고 뛰었던 이대호는 모처럼 ‘100% 몸’으로 시즌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프로에 온 뒤 이렇게 완벽한 몸 상태로 시즌을 맞는 것이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그에게 일찌감치 팀 4번이라는 중책을 맡기며 무한 신뢰를 보낸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망가진다’면 앞으로 그 어떤 한국 타자도 일본에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이대호 역시 이 같은 자신의 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추신수, 아픔을 털어낸다

추신수, 이대호… 죽마고우 ‘쌍포 전성시대’

클리블랜드의 추신수.

추신수는 최근 수년간 부침을 거듭했다. 이대호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며 병역 혜택을 받았을 때 추신수는 빅리거 25인 로스터에 든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에 묶여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때부터 줄기차게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노렸던 추신수는 결국 2010년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을 차지하며 마침내 병역 혜택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던가. 2011년은 그에게 미국 진출 후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은 한 해였다. 2009~2010년, 2년 연속 타율 3할에 20홈런-2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빅리거 수준급 외야수로 자리매김한 그였기에 지난해는 그야말로 좌절 그 자체였다.

지난해 5월 음주운전으로 구설에 올랐고, 그 충격에서 점차 회복되던 6월 말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투구에 맞아 손가락 뼈가 골절돼 장기간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도 맛봤다. 지난해 성적은 85경기 출장에 타율 0.259, 8홈런, 12도루.

추신수는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타격 때 타이밍과 밸런스를 향상시키려고 ‘토 탭(toe tap) 타법’으로 변신 중이다. 토 탭 타법은 타격 시 앞발을 자신의 뒤쪽으로 이동해 지면에 발을 가볍게 터치한 후 앞으로 내디디면서 하는 타격이다. 체중 중심을 뒷발에 두면서 타격 시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메이드 인 부산포’가 뜬다.

야구팬 사이에서는 ‘추신수가 치면 이대호도 친다’는 기분 좋은 공식이 있다. 추신수는 3월 8일(한국시간) 오전 애리조나와의 시범경기에서 상대 투수 트레버 케이힐을 상대로 1회 솔로홈런을 날렸다. 시범경기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것이다. 이대호는 이날 오후 제2홈구장인 고베 호토모토필드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연습경기에서 똑같이 1회 상대 선발 오이시 다쓰야의 초구를 걷어 올려 좌중간 펜스를 넘기는 2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두 선수의 동반 홈런포는 이미 수차례 불을 뿜었다. 한국시간 기준으로 오전에 추신수가 홈런을 치면 오후에 이대호가 기다렸다는 듯 홈런을 치는 날이 많았다. 지난해 추신수와 이대호는 5월 14일, 8월 24일 같은 날 홈런을 쳤고, 각각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에서 커리어하이(추신수 22개, 이대호 44개) 홈런을 찍은 2010년에도 동반 홈런포를 때린 날이 4일이나 있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한 경기 3홈런을 때린 2010년 9월 18일, 이대호는 개인 시즌 최다인 44호 아치를 그렸다.

일본에 건너간 이대호는 한국 최고 타자가 일본에서도 최고 타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이며, 추신수는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고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다짐한다. 야구팬은 ‘추신수가 치면 이대호도 친다’는 기분 좋은 공식이 되풀이되길 기대한다.



주간동아 829호 (p60~61)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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