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9

2012.03.19

잔뜩 주눅 든 당신 가슴을 쫙 펴라

중년 남자에 절실한 3가지

  • 김용길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harrison@donga.com

    입력2012-03-19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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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주눅 든 당신 가슴을 쫙 펴라
    우리 주변에 과묵한 회사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40, 50대 구성원이 인적 비중의 태반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중년 선배들은 우르르 보이는데 20대 신참은 가뭄에 콩 나듯 보이고 30대 사원이 군데군데 끼여 있다. 퇴출 공포감으로 가득한 간부급 중년 남자가 침묵의 문화를 공고히 다지니 그 아래 후배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중년 직장인은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번득이지 않고 문제 제기도 앞장서 하지 않는다. 현상 유지가 급선무고, 자기관리 측면에서 한 조각 흠집도 남기지 않으려 한다. 사내 게시판에 의사를 표현하는 댓글 하나 다는 데도 참으로 과묵하다. 한국 사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여론 분출이 분분한데 생업 현장인 직장은 정숙하기만 하다. 미래를 책임질 창의성과 비전은 과묵한 조직에선 자라지 않는다. 흔들리는 한국 중년 남자. 이들은 20대 열혈 청년일 때 사회 정의를 위해 독재 투쟁의 대열을 이뤘다. 사회구조적 모순을 고민하던 이들은 개별화된 행복 추구를 툭 터놓고 해보지도 못했다. 늘 시대적 당위성과 실존의 생계 사이에서 배회했다. 사회 전 분야에서 보편적 민주화가 이뤄진 21세기 초입, 향락적 낭만 한번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고 위아래 눈치만 보다 황금기인 중년 시기를 서서히 마감하고 있다.

    세상 잣대로 옳고 그름만 들이대다 다채로운 첨단 정보화 문화를 만나 적응하고 판단하려니 괴롭기만 하다. 두 어깨에 가족의 안위를 짊어진 중년 남자는 초유의 디지털 세상을 만나 낯선 변화의 격랑에 허둥대고 있다. 한국 중년 남자가 ‘꼰대’ ‘꼴통’이 되지 않고 수용력 넉넉한, 가슴 넓은 남자로 복귀하는 묘책은 없을까. 중년 인생이 절실하게 살펴봐야 할 인생 편집력 3가지를 추려보자.

    첫째, 스스로 억압하지 말자. 쓸쓸함, 낯섦, 서러움, 무력감, 우울함에 솔직해야 한다. 지나친 자기규제와 억제된 감성은 언젠가는 왜곡된 폭발로 분출되고 만다. 슬플 때는 울어야 하고 욕구가 차오르면 터뜨려야 한다. 자기통제만 가득한 인생 폐쇄회로에 감성의 생기를 불어넣어야 하다. 생계형 실존에만 매달린 메마른 피곤함은 이제 촉촉한 휴식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웅크린 의자에 앉아 있지만 말고 욕망의 한 주체로 당당히 일어나 몸과 마음을 단련할 필요가 있다. 삶엔 빛과 그림자가 동행한다는 사실을 알아챈 나이, 이젠 ‘브라보! 마이 라이프’ 감수성의 페달을 밟아야 할 때다.

    둘째, 남 탓은 자신을 파괴한다. 욕망을 감추기만 하면 피해의식의 덩어리가 자란다. 그 덩어리는 타인을 겨냥한 비난, 야유, 냉소와 결합하기 쉽다. 내부로 향해야 할 자정력이 ‘남 탓 심리’에 길들여져 타인을 향해 이유 없는 혐오, 무작정의 경멸을 내뱉기도 한다. 스스로를 지고지순한 약자로 여기고 모든 문제점을 자본주의 탓, 한국사회 탓, 이명박 탓, 노무현 탓하기 십상이다. 그럴수록 과대망상의 음모설에 휩쓸리며 천사와 악마라는 이분법에 휘둘리는 초라한 중년으로 변해갈 뿐이다. 스스로에게 자아 존중감을 북돋워주고 자기 내부를 먼저 둘러봐야 한다.



    셋째, 자기 텃밭을 가꾸자. 첫 은퇴 후 30년을 내다보고 다시 공부해야 한다. 현재의 직장 일에 중독된 중년일수록 지위 상실의 불안감이 큰 법이다. 불안은 공포, 우울증과도 멀지 않다. 스스로 소담스럽게 가꿔나가는 새 지식, 융합기술, 그리고 단련된 육체를 준비했다면 인생 이모작 개시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생의 시간은 항상 출렁거리고 오르락내리락하니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누구나 그것을 직시하고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으나 빡빡한 현실 때문에 미뤄두었던 일을 잡으면 된다. 절반을 살았기에 절반이 남았다. 이제부터 우선순위를 잘 가려야 한다. 중년, 스스로 빈 곳을 채우고 긍정적 가치를 때때로 익히면 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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