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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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진 소리에 길고 강렬한 여운

뮤지컬 ‘서편제’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2-03-19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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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진 소리에 길고 강렬한 여운
    미국의 저명한 뮤지컬 작곡가인 마이클 존 라키우사는 한국 초청 강연에서 “뮤지컬이란 새로 창조한 생물체와 같다”는 말을 했다. 연극, 무용, 오페라, 대중연희, 엔터테인먼트 쇼 등을 조화롭게 버무린 장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이 생물체는 다양한 모습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것 같다. ‘뮤지컬’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내용과 형식이 있지만, 사실 그것도 한 형태일 뿐 다양한 작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생적이면서 완성도 높은 뮤지컬의 내용과 형식을 찾는 것은 우리 창작뮤지컬이 안고 있는 공통된 숙제기도 하다.

    동명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 ‘서편제’는 이런 점에서 볼 때 괜찮은 소재를 선택했다. ‘소리’와 ‘한(恨)’이라는 소재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를 담으면서도 예술가의 고뇌, 세대 간 갈등, 전통과 서구문화의 충돌 등 보편적인 문제를 보여주기에 적절하다. 특히 무대에서 판소리를 십분 활용하며 내용과 형식의 일치를 추구하고, 소리꾼 이자람이 직접 출연해 득음을 향한 열정과 고통을 표현하면서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점이 돋보인다. 반면 장점은 곧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작품에서 이자람이라는 고유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은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판소리 이외 장면들의 완성도가 중요해 보인다.

    스크린과 무대는 매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라도 짜임새나 표현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영화는 줌인, 줌아웃, 몽타주 등을 활용해 짧은 순간에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지만 무대에서는 이런 것을 행동으로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딸의 눈을 고의로 멀게 하는 장면의 경우, 공연에서는 아버지가 딸의 눈에 끈을 동여매는 상징적 행위로 표현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드라마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송화와 동호의 테마를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라 하겠다.

    송화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소리를 이어가며 득음하려 노력하고, 동호는 대중가수가 돼 자기 나름의 소리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의 장면이 전통과 현대의 대조를 이루며 함께 극을 이끌어간다. 극 후반부에서는 이처럼 송화와 동호의 테마가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두 사람의 캐릭터가 확실히 부각된다. 극의 흐름에 있어서 다소 정리가 필요해 보이는 면은 있으나, 마지막에 송화와 동호가 만나게 되는 장면을 통해 앞선 이야기들이 잘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들이 마주 앉아 어릴 때처럼 하염없이 소리하는 마지막 장면만으로도 관객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작품에서는 무대 역시 완성도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단색의 종이를 활용한 무대는 영상과 조명을 다양하게, 그러나 은은하게 받아들이며 한국적 느낌을 부각한다. 전체 벽면과 막에 종이를 오려 붙여 조명을 입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했고, 움직이는 막과 회전판을 활용해 단조롭지 않은 느낌도 준다.



    송화 역에 이자람 외에도 실력 있는 뮤지컬 디바 배우인 이영미와 차지연이 출연한다. 동호 역에 김다현·한지상·임병근, 아버지 역에 서범석·양준모, 어머니 역에 정영주를 캐스팅했다. 그 외 문혜원과 심정완 등이 출연한다. 4월 22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구성진 소리에 길고 강렬한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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