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9

2012.03.19

새로운 생각, 새로운 인재 키운다

잡페어에서 글로벌 워크캠프까지 현대·기아자동차 인재육성 프로그램

  • 이윤정 객원기자 yunilee16@gmail.com

    입력2012-03-19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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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생각, 새로운 인재 키운다
    기업의 경영 및 운영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성공한 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고 새로운 대안과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 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인재 확보다. 많은 기업이 인사와 인재 채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10만 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1명의 천재를 찾으려는 차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워크캠프와 미래자동차연구센터 건립 등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고, 잡페어(Job Fair)로 인재와 소통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대·기아차)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빤한 채용박람회는 가라!

    3월 9일 금요일 오후,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청담동 사거리의 비욘드뮤지엄이 북적였다. 전시회 때문이 아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에서 이날부터 이틀간 개최한 잡페어 때문이다.

    잡페어 열기는 비욘드뮤지엄 입구에서부터 느껴졌다. 깔끔하게 옷을 갖춰 입은 구직자가 저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 중이었다. 1층에서 가장 활기를 띠는 곳은 사원의 직무상담 코너. 탁자마다 디자인, 품질, 재경 등 다양한 부문에 종사하는 현대차 사원들이 구직자를 기다렸다. 한 구직자가 “해외영업에서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고 묻자 해외영업 담당 사원이 열심히 설명을 해줬다. 질문하는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의 목소리에서 열정이 묻어났다. 이처럼 잡페어는 채용박람회라는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흔히 채용박람회라고 하면 게재된 정보를 얻는 등 수동적인 분위기를 떠올린다. 잡페어는 그것과 정반대에 서 있다. 잡페어의 특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은 ‘5분 자기 PR’이다.

    5분 자기 PR이란 쉽게 말해 구직자가 주어진 5분 동안 면접관 앞에서 자신을 PR하는 일종의 모의면접이다. 이때 면접관은 구직자의 이름과 성별 외에는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한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5분 자기 PR의 우수자에게는 서류전형을 면제해준다. 구직자에게는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인 셈. 더불어 여러 파격적인 조건 덕에 화제를 낳고 있다.



    1층 ‘자기 PR 합격자와 만남’ 코너에서 구직자의 물음에 답해주는 홍보팀 박성철 씨도 지난해 하반기 잡페어 시즌2의 5분 자기 PR 우수자다. 기존 기업 채용에서 서류전형에서만 29번 탈락했지만 리더십과 조직관리 능력 등 자신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멋지게 소개한 5분 자기 PR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박씨는 잡페어와 5분 자기 PR이 현대차 문화를 보여준다고 얘기했다.

    “현대차 슬로건이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단순히 자동차만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문화를 선도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잡페어, 그중에서도 5분 자기 PR이 현대차의 그런 생각과 문화를 잘 보여줍니다. 다른 회사의 프로그램이나 채용박람회와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5분 자기 PR을 경험한 구직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5분 자기 PR로 연구개발에 지원한 배민호 씨는 “현대차에서 이런 기회를 얻어 자신을 표현해본다는 점이 좋았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공채 시즌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5분 자기 PR 외에도 구직자의 열렬한 반응을 얻은 프로그램은 ‘자기소개서 클리닉’이다. 현대차 인사 담당자가 구직자의 자기소개서를 읽은 뒤 첨삭해주고 수정할 부분이나 방향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막 자기소개서 클리닉을 마치고 나온 대학생 강민경 씨에게 많은 도움이 됐는지를 물었다.

    “학교에서나 지인에게 첨삭을 받아본 적은 있다. 하지만 기업 인사 담당자에게 직접 받은 적은 처음이다. 실제로 인재를 채용하는 사람 처지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듣게 되니 큰 도움이 됐다. 지원 동기를 어떤 방향으로 쓰면 좋은지, 자신의 스토리를 어떻게 풀면 되는지를 자세히 말해줘 알찬 시간이었다.”

    강씨처럼 많은 구직자가 자기소개서 클리닉에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 일하는 분이 그 분야에서 이슈가 무엇인지 알려줘 큰 도움이 됐다”며 직무상담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제법 많았다.

    잡페어에는 5분 자기 PR과 자기소개서 클리닉 말고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영어 면접 체험과 이미지 컨설팅 등 구직자 처지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속을 알차게 채운 것이다. 이번에 개최한 잡페어는 시즌3로 세 번째다. 특히 이번 잡페어는 지방에 사는 구직자를 위해 3월 11일 일요일에 대구 산격동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서도 열었다.

    잡페어를 처음 연 때는 지난해 4월 1~2일이다. 이어서 지난해 9월 16~17일 잡페어 시즌2를 개최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잡페어는 많은 구직자의 높은 호응과 참여를 불러일으켰다. 잡페어 시즌1은 첫 회임에도 1500명의 구직자가 다녀갔으며, 시즌2에는 시즌1의 2배가 넘는 구직자가 방문했다.

    말 그대로 잡페어는 구직자에게 새로운 채용박람회이자 신선한 공간이다. 현대차가 보여준 신선한 발상과 인재채용 방향은 잡페어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차는 얼마 전부터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활용해 채용 정보를 전달한다. 지원자의 생활양식을 반영해 발 빠르게 대응한 것. 이처럼 구직자 처지에서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인재채용 방식은 현대차의 적응력과 감각을 돋보이게 만든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인재 키운다
    단순한 인재채용 너머 인재육성으로

    현대·기아차가 단순히 구직자와의 소통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다. 인재채용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좋은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다. 봄에 씨를 뿌려야 가을에 거두듯, 인재를 육성하는 일도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대·기아차 역시 그 부분을 정확히 간파해 다양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오토스쿨’이다. 이 프로그램은 초등학생을 비롯해 중·고교생, 대학생에게 자동차산업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 기부 프로그램이다. 유아와 초등학생 등 어린이에게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거나 중학생에게 자동차산업 및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교육을 실시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활동은 마이스터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기술인력 양성 교육일 것이다.

    현대차는 2012년 마이스터고의 우수 학생 100명을 처음 선발했다. 이 학생들에게는 재학 중 2년간 학업보조금을 지원하고, 자동차 부문 전문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학기부터 2학년이 되는 100명의 학생은 방과 후 교육활동과 방학 중 단기 집중교육, 현장실습 프로그램 등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동차 첨단기술에 적합한 맞춤형 전문가로 성장하게 된다. 2년 동안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학교 성적, 출석, 자격증 등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킨 학생이 병역의무를 마치면 현대차 직원으로 채용된다. 자동차 기술을 가진 인재를 육성함과 동시에 우수 인재를 먼저 확보하는 방법인 셈이다. 현대차는 앞으로 10년간 총 1000명을 마이스터고 우수학생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그 외 한양대와 공동으로 건립하는 미래자동차연구센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래자동차의 핵심 기반이 될 기술 연구와 전문 인력 양성을 도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현대차에서는 설립 목적을 ‘대학의 자동차 분야 차세대 인재육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자동차 부분의 미래 트렌드에 대비하기 위한 산학협력’이라고 밝혔다.

    전문 인력 양성 외에 인재육성에서 중요한 부분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바로 다양한 경험과 글로벌이다. 현재 기업에 가장 필요한 인재 역시 다양한 경험을 가지면서 세계와도 통하는 글로벌 인재다. 기아차의 인재육성 프로그램은 이런 필요성에 맞게 설계됐다.

    먼저, 기아차의 ‘글로벌 워크캠프’를 들 수 있다. 글로벌 워크캠프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 문화교류, 자원봉사, 환경보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총 53명의 대학생이 독일, 이탈리아, 터키, 라오스 등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서 펼치는 글로벌 워크캠프에 참가했다. 현지 비정부기구(NGO)와 연계해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그곳 주민과 교류하면서 문화를 배우며, 세계 이슈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기아차는 글로벌 워크캠프에 참가하는 대학생에게 캠프 참가비와 항공료를 지원함은 물론, 우수한 활동을 보인 참가자에게는 소정의 장학금도 지급했다. 앞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 세계에서 통하는 인재를 키우는 일은 중요하다.

    다양한 경험 가진 글로벌 인재로 양성

    기아차의 또 다른 프로그램 ‘에코다이나믹스 원정대’는 다양한 경험, 그중에서도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2011 에코다이나믹스 원정대는 청소년 100명과 대학생 20명 등 총 120명의 참가자가 한강 난지생태습지원, 지리산 우포늪 등지에서 환경 관련 교육을 받고 국내 생태를 탐방하면서 국내 생태 오지훈련을 경험했다. 그와 더불어 활동이 우수한 참가자를 선별해 올해 초 아프리카에서 진행된 글로벌 에코 캠프에 참가할 기회를 제공했다. 환경에 대한 이해와 경험은 다가오는 미래에 가장 필요한 덕목임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기아차는 글로벌 인재, 친환경적 인재를 키우는 데 많은 역량을 쏟는다.

    이런 경향은 현대차에서도 이어진다. 현대차는 ‘글로벌 청년봉사단’과 ‘영(young)현대 글로벌 대학생기자단’을 꾸리고 있다. 글로벌 청년봉사단은 지난해 모집한 8기가 올해 초 중국, 인도 등 5개 국가에 다녀왔으며 영현대 글로벌 대학생기자단은 4월 1일까지 8기를 모집할 예정이다. 두 프로그램 역시 평소 할 수 없던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고 세계와 소통하도록 대학생들을 이끌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여러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재, 즉 사람이다. 시장은 더 빠르게 변화하고 세계는 더 가까워졌다. 기업이 이런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더 발전하려면 훌륭한 인재를 키우고 적소에 배치해 쓰는 일이 필요하다. 현대·기아차의 인재육성, 인재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인터뷰 | 현대자동차 인사채용팀 김영기 부장

    “잡페어는 회사 아닌 구직자 중심 프로그램”


    새로운 생각, 새로운 인재 키운다
    김영기 현대자동차 인사채용팀 부장(사진)이 잡페어를 방문한 구직자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바로 잡페어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인재채용 팀장과의 만남’이다. 잡페어를 이끄는 김 부장에게서 잡페어의 특징과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잡페어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보통 채용설명회에서는 대학생이 듣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한다. 그러다 보니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여기에 대부분이 회사 자랑이다. 현대자동차에서는 그 채용설명회를 뒤집어 생각해봤다. 구직자 처지에서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고민했다. 그랬더니 미리 면접을 체험해보고 실제로 만나기 어려운 인사채용 팀장이나 인사채용 팀원과 일대일로 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답이 나왔다. 또 회사 쪽에서 일정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직자 스스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에서는 오래 머물고, 하기 싫으면 패스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렇게 구직자 처지에서 진행하도록 한 것이 잡페어다.

    잡페어로 현대자동차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을 것 같다.

    대학생의 현대자동차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 그전에는 자동차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분위기가 딱딱하리라는 예상과 전체적으로 조직의 나이가 많을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지금은 부드러운 분위기, 생각보다 젊은 조직이라는 인식이 늘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5분 자기 PR이다. 서류전형 면제라는 혜택 때문인 듯하다. 물론, 5분 자기 PR도 중요하지만 자기소개 클리닉을 추천하고 싶다. 잡페어의 자기소개 클리닉은 현대자동차의 자기소개서만 봐주는 것이 아니다. 다른 어떤 기업의 자기소개서를 들고 와도 인사 담당자가 첨삭해주고 수정할 부분을 알려준다. 회사에 따라 특화된 코치는 해줄 수 없지만 인사 업무를 하는 사람 처지에서 봤을 때 부족한 부분은 충분히 집어줄 수 있다.

    어떤 기업의 자기소개서든 첨삭해준다는 점이 무척 신선하다.

    잡페어는 단순히 현대자동차에 지원하는 구직자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자기소개서 클리닉뿐 아니라 잡페어 전체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위한 자리다. 잡페어에 온 사람에게 나눠주는 다이어리 H’Book도 그렇다. 다른 기업의 상반기 채용 일정을 실었고 관심 기업에 대해 메모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취업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만든 것이 오늘의 잡페이다. 그런 취지에서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선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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