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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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와 인과관계 따지고 또 따져야

산재보상 판결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03-12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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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와 인과관계 따지고 또 따져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의 백혈병으로 인한 사망이 업무상재해 때문인지는 아직 법적으로 가려지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그 죽음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어떤 원인이 있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보통 인정되는 관계)가 있음을 인정받으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재해(제5조, 제37조)가 돼 유족급여 등의 보상(제36조)을 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출퇴근 중 사망한 경우, 사업주가 출퇴근 교통수단을 제공했다거나 업무처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또한 근로자가 직장의 작업환경 탓에 직업병을 얻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산업재해로 보아 유족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판결했다.

    그렇다면 근로자가 직장에서 동료에게 살해당하거나, 업무 수행 중 자살한 경우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3월 2일 전주지방법원 행정부(김종춘 부장판사)는 내연관계에 있던 부하 여직원에게 살해당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A씨는 2010년 6월 7일 오후 직장에서 부하 여직원 B씨(32)와 말다툼을 벌이다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B씨는 “A씨와 내연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모멸감을 느꼈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고, 1심 재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업무적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살인사건”이라며 유족급여 신청을 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직원이 A씨를 살해한 직접적 계기는 업무상 갈등이라기보다 A씨가 내연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보인 태도 변화에 대한 배신감과 수치심 등 사적 감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상사와 부하직원 간 업무상 갈등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유족급여 등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한편 회사의 특별감사를 받던 근로자가 자살하자 그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한 일도 있었다. 이 사건에서도 대전지방법원은 “자살한 근로자가 특별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신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적응장애 증상을 보였다고 해도, 적응장애가 평균적인 근로자가 감수하고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중한 업무상 스트레스로서 정신적 억제력을 떨어뜨려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推斷·미루어 판단함)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근로자의 자살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보고 산재보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다니던 중 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처럼 죽음의 직접적 원인이 작업환경에 의한 직업병인지를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산업재해 인정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으나, 법적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월 6일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삼성전자, 하이닉스, 페어차일드코리아 등 국내 반도체 공장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 사업장 정밀 작업환경평가 연구’를 수행한 결과, 세계보건기구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사망 원인이 직장의 작업환경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을 내려야 유족은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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