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2

2012.01.30

TV가 아니다, ‘스마트허브’다

세계 가전쇼에서 TV 위상 재확인…더 크고 선명한 화면에 인터페이스 추가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2-01-30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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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가 아니다, ‘스마트허브’다
    2011년, 더는 성장이 없을 것처럼 보이던 TV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첨단 정보기술(IT)의 향연장이라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다. CES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이 참석하는 전시회로, 재벌 총수들도 만사 제쳐놓고 참석해 IT 트렌드를 점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월 10∼13일 열린 CES에는 3100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관람객 수는 15만3000명이었다. 주최 측은 올해 CES에서 2만 개 이상의 신제품이 소개됐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잊은 듯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CES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단연 TV다. 가히 몇 년 만이다. 모바일 기기보다 가전에 초점을 맞춘 전시회임에도 최근 몇 년 사이 TV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CES의 스포트라이트는 TV를 비켜갔다. 지난해 3D TV가 일부 시선을 끌긴 했으나 주인공은 스마트패드(태블릿PC)와 스마트폰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TV가 독보적이었다. 디스플레이는 진화했고,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스마트허브의 위용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그 주목받는 TV를 내놓은 장본인이 한국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이번 쇼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통의 TV 강자였던 일본 업체들을 한참이나 따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CES를 둘러본 후 기자들에게 “일본은 앞선 나라였지만 힘이 좀 빠진 것 같다. 중국은 젊은 나라고 열심히 따라오고 있지만 아직 한국을 쫓아오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CES는 TV의 진화 방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TV 화면은 더욱 커지고 선명해졌다. 몰입감이 극대화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최대 55인치 OLED TV를 공개했다. OLED TV는 자체 발광하는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를 채택한 TV를 말한다. 화질이 우수한 데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자연 그대로의 생생한 색을 재현할뿐더러 두께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제껏 OLED는 주로 소형 모바일 기기에 탑재했다. 갤럭시노트 폰의 선명한 디스플레이는 이 OLED를 통해 구현한 것이다. 최근까지는 최대 20인치 TV에 탑재한 시제품을 선보였으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 CES에서 대형 TV에도 탑재할 수 있음을 입증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50인치 이상 대형 TV 대세”



    TV가 아니다, ‘스마트허브’다

    1월 10~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LG전자 관계자가 진화한 스마트TV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안승권 사장은 “올해 TV 트렌드는 3차원(3D)의 대형화”라며 “55인치부터 84인치까지 대형 3D TV 풀 라인업을 올해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외에도 풀 HD보다 4배 선명한 84인치 초고해상도(UD) TV도 처음 선보였다. 이는 세계 최대 크기의 3D TV이기도 하다.

    대형 OLED TV와 UD TV는 CES에서 각종 상을 휩쓸다시피 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미국가전협회(CEA)와 미국산업디자이너학회(IDSA)가 CES 출품 제품 중 기술 및 디자인이 가장 우수한 제품에 수여하는 ‘CES 최고혁신상’은 삼성전자에게 돌아갔다. LG전자는 미국 지상파 방송 ABC TV와 유력 네트워크 MS NBC로부터 “최고 제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CES를 통해 TV 시장에서 더 선명하고 더 큰 TV가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국내 시장은 지난해 40인치대 제품이 주류였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50인치대 이상 대형 TV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크고 더 선명하게’는 TV 업계가 오랫동안 외쳐온 구호다. 다만 그 한계를 극복한 놀랄 만한 기술이 올해 쏟아져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더해지면서 TV가 전혀 새로운 차원의 기기로 변신할 가능성이 엿보였다. 다름 아닌 ‘스마트허브’다.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구글 TV나 애플 TV가 지향하는 바도 바로 스마트허브다. 가장 편리한 유저인터페이스, 다른 기기와의 무한 연결 가능성, 콘텐츠 공유에 힘입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TV가 등장하는 것. 스마트폰이 피처폰과 모양만 다르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에볼루션 키트’ ‘구글 TV’

    삼성전자가 내놓은 세계 최초 ‘진화하는 TV ES8000’은 말 그대로 진화하는 TV다. 명함 크기의 ‘에볼루션 키트’를 TV 뒷면에 꽂기만 하면 TV의 핵심 프로세서와 메모리 등 모든 기능이 최신으로 바뀌는 혁신적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핵심 프로세서 등을 바꿔주는 키트를 2년여 만에 한 번씩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사람의 동작이나 음성, 얼굴까지 인식해 TV를 컨트롤하는 스마트인터랙션 기능도 선보였다. 집안일을 하다가도 간단한 몇 마디로 TV를 켜고 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간단한 손동작으로 채널은 물론, 웹브라우저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의 손이 PC의 마우스 구실을 하는 셈이다. 얼굴 인식 기능은 청소년 및 어린이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차단할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얼굴 인식을 위한 카메라는 집 밖에서 집 안을 모니터링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LG전자는 업그레이드한 매직 리모컨으로 유사한 기능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구글 TV를 처음 공개했다. 구글의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직 리모컨에 쿼티 자판을 결합해 입력을 편리하게 한 점도 돋보였다. 스마트폰에서 다운받은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TV에서 볼 수 있는 점도 눈에 띈다. 편리한 인터페이스는 TV를 스마트허브로 확실히 바꿔 놓을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5년 전 CES에서 앞서가는 일본과 쫓아오는 중국 사이에 낀 한국 상황을 ‘샌드위치’에 빗대 표현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고생을 참 많이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5년 후 오늘, 일본 언론들까지 한국 기업의 혁신에 경탄했다. 여기에 TV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 즉 문화상품에 대한 인기라고 할 수 있는 한류 열풍이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인기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가 자신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삼성전자 부스를 직접 방문해 플래시 세례를 받았으며, 가수 김장훈도 독도 콘서트를 후원해준 LG전자 부스에 들러 3D TV를 비롯한 각종 TV를 직접 체험해보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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