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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기업의 꽃 or 임시직원 닥치고! 임원 03

실적으로 단 별…편견을 넘었다

연말연초 기업 임원 인사는 ‘신상필벌’…여성과 고졸 출신 인사도 파격 발탁

  • 박미소 이코노미스트 기자 8383smile@naver.com

실적으로 단 별…편견을 넘었다

실적으로 단 별…편견을 넘었다

1 삼성전자 심수옥 부사장. 2 왼쪽부터 김혜경 이노션 전무, 이미영 현대카드 이사.

지난해 말과 올해 초까지 기업의 정기 임원 인사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경향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연령, 성별, 학력 등 기타 요소와 관계없이 냉정하게 성과 위주로 평가한 것이다. 그 결과 예상을 깨고 임원에 오른 화제의 인물이 등장했다. 승진연한이 차지 않았는데도 초고속 승진으로 임원에 오르거나, 학력에 대한 편견을 깨고 고등학교 졸업자 출신이 임원 자리에 앉는 등 의외의 인사가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이번 정기 인사에서는 각 기업 최초로 고위직에 오른 여성 임원이 많았다.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전무’ 타이틀을 달았던 심수옥 삼성전자 전무는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에서 오너 일가를 제외한 첫 여성 부사장이 됐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최고경영자(CEO) 과정을 마친 심 부사장은 포록터앤드갬블(P·G)에서 영입한 마케팅 전문가로, 2006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뒤 글로벌마케팅오퍼레이션(GMO)에서 브랜드 전략과 해외 마케팅을 담당했다.

#‘편견은 없다’ 오로지 실력만 볼 뿐…

삼성전자 관계자는 “심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주요 제품을 비롯해 TV의 해외 마케팅을 도맡았는데, 2009~2011년 TV 제조업체의 각축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와중에도 세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제임스 캐머런 감독, 제프리 카첸버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CEO를 삼성전자의 3D TV 글로벌 론칭 행사에 초청해 협력을 약속받는 등 국내 기업의 해외 마케팅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교적 여성 임원이 적은 편인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에서도 최초의 여성 전무가 탄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정기 임원 인사에서 현대차그룹의 광고 부문 계열사인 이노션의 김혜경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이미영 현대카드 브랜드 실장도 이사를 달았다. 성균관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김 전무는 2006년 이노션에 합류해 크리에이티브 2센터장과 광고 2본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광고 1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 전무는 기아자동차 디자인 캠페인, K시리즈 론칭, 희망드림 기프트카 캠페인을 기획하는 등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성과를 거뒀다. 현대자동차를 새로운 이미지로 브랜딩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포장 수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데다, 지난해에는 칸광고제 등 세계적인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선임될 만큼 해외에서도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최근 대기업과 금융권에서 고졸 사원의 채용 규모를 늘리는 추세가 뚜렷한 가운데 고졸 출신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이어져 학력과 무관하게 실력으로 평가하는 최근의 인사 풍토를 느낄 수 있다.

1986년 고졸 제조직으로 입사한 김주년 삼성전자 부장은 승진연한이 2년 남았는데도 상무로 승진했다. 무선 하드웨어 개발 분야의 인재로 꼽히는 그는 1993년 무선 단말기 개발에 합류한 이후 새로운 유저인터페이스(UI)와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는 데 기여했다.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2회나 수상한 경력도 있다.

특히 최근 금융권 인사에서 고졸 출신 금융인이 임원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KDB산업은행은 지역본부장에 고졸 출신을 선임해 화제를 모았다. 박성명 부산시 금정지점장은 1월 24일 발표된 인사에서 부산경남지역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지역본부장은 부행장급 임원 직전 단계의 고위직으로, 산업은행에서 고졸 출신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마산상고를 졸업하고 1977년 KDB산업은행에 입사한 박 본부장은 탁월한 영업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나은행에서는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이 등장했다. 지점장에서 승진한 천경미 대전중앙영업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대전여상 졸업 후 충청은행에 입사한 그는 1998년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합병하면서 하나은행에 들어가 관저동 지점장, 충청영업추진부장을 역임했다. 이번 승진으로 천 본부장은 대전지역 지점 22곳의 영업을 총괄한다.

#임우재·조현상 승진도 눈에 띄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영업 능력이 뛰어나 어느 자리에 가든지 두드러진 실적을 거둬 경영평가대상을 2차례나 수상했을 정도의 인재”라고 평가했다. 천 본부장은 “충청사업본부 직원이 노력한 결과로 내가 혜택을 본 것”이라며 “밑에서 지원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는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일수록 파격적인 인사로 보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마트폰 시장의 후발주자임에도 갤럭시 시리즈로 경쟁사들을 제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해 삼성그룹의 1등 공신이다. 그만큼 놀라운 발탁 인사의 주인공도 많았다.

윤장현 삼성전자 부장은 1년 만에 상무로 진급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가인 그는 삼성전자의 자체 플랫폼인 SLP 개발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SLP 휴대전화 상용화에 성공하는 등 삼성전자 고유의 소프트웨어를 만든 공을 인정받아 파격적으로 발탁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강조하는 그룹 내부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진 인사였다”고 말했다.

2010년 말 정기 인사에 비해서는 적었지만, 오너 가족의 승진 소식도 잇따랐다. 삼성그룹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맏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가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인 임 부사장은 단국대 전자계산과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이후 삼성전자를 거쳐 2005년 삼성전기에 합류한 그는 전무에 오른 지 2년 만에 부사장이 됐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 오너 일가 중 유일한 승진 대상자였다.

효성그룹의 2012년 초 정기 인사에서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삼남인 조현상 효성그룹 전무가 부사장으로 올라 오너 가족 중 유일하게 승진했다. 조 부사장은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베인 앤드 컴퍼니, 일본 NTT커뮤니케이션을 거쳐 2000년 효성그룹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지난해 산업자재PG장으로 일하며 세계적인 에어백 업체인 GST를 인수하고, 미국 굿이어의 타이어코드 공장을 사들이는 등 굵직한 사업을 진두지휘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일각에서 이번 승진이 효성그룹의 3세 경영이 궤도에 오르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조 부사장이 두 형인 조현준 무역PG장·섬유PG장(사장), 조현문 중공업PG장(부사장)과 함께 어떤 식으로 경영권을 나눠 가지고 계열분리를 할지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된다.



주간동아 822호 (p30~31)

박미소 이코노미스트 기자 8383smi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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