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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모르몬교 롬니의 ‘2번째 성전(聖戰)’

美, 공화당 대선후보로 힘겨운 레이스… 기독교 복음주의자 선택에 운명 달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모르몬교 롬니의 ‘2번째 성전(聖戰)’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는 모르몬교의 성지다. 이 도시에는 모르몬교 본부인 솔트레이크 성전(Salt Lake Temple)과 대예배당인 태버내클(Tabernacle)이 있다. 모르몬교는 1830년 미국 뉴욕 주 맨체스터에서 조셉 스미스가 창시한 종교로, ‘신·구약성서’와 함께 ‘모르몬경(經)’을 기본 경전으로 삼는다. 모르몬교에서는 스미스가 1827년 모로나이라는 천사의 부름을 받아 고대문자로 새겨진 금판을 땅속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스미스가 이 금판을 영어로 번역한 후 모로나이라는 이름을 따서 만든 책이 바로 모르몬경이다. 이 책에는 기원전 2600년부터 서기 420년까지 예루살렘에서 고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해온 히브리인의 이야기가 실렸다. 승천했던 예수가 부활한 후 아메리카 대륙에서 성역을 베풀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여론조사 1위가 경선에서 고전

모르몬교는 초창기 기존 기독교로부터 이단 취급을 받아 엄청난 핍박에 시달렸다. 스미스가 죽은 후인 1847년, 제2대 교주 브리검 영이 신자 1만여 명을 이끌고 로키산맥을 넘어가 황무지를 개간해 세운 도시가 솔트레이크시티다. 현재 유타 주 전체 주민 가운데 70%가 모르몬교 신자로, 이 때문에 유타 주를 모르몬 주로 부르기도 한다. 모르몬교는 현재 160여 개국에 신자 1400여만 명이 있다.

솔트레이크시티는 2002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다. 당시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던 조직위원장이 바로 밋 롬니다. 이후 롬니는 2003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는 “대선후보감을 제작 주문한다면 롬니가 배달될 것”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학벌과 가문, 정치 경력과 경제 전문성 등 대선후보로서의 최고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버드대 법학박사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데다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 앤드 컴퍼니의 최고경영자(CEO)로도 일했다. 아버지 조지는 아메리칸모터스 회장과 미시간 주지사를 역임했으며, 어머니 레노어도 상원의원에 출마한 바 있다. 게다가 고교시절 연인이던 부인 앤과 결혼해 슬하에 아들 다섯과 며느리 다섯, 손자 열다섯 명을 두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모범가장이기도 하다. 이런 화려한 ‘스펙’은 물론, 65세 나이에도 여전히 준수한 외모를 지녔다.

2008년에 이어 올해에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그의 유일한 약점은 모르몬교 신자라는 것이다. 모르몬교 신자는 미국 전체 국민의 2%(580만 명)에 불과하다. 롬니는 2008년 1억 달러의 선거운동 자금을 투입했지만, 종교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다.



와신상담해온 롬니는 1월 3일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와 10일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에선 4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완승했지만 아이오와 주 코커스에서는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을 공화당 경선 역사상 최소 격차인 8표차로 누르며 가까스로 승리했다. 롬니의 아이오와 득표율은 24.6%로 4년 전 25.2%보다 적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롬니가 이렇듯 가까스로 승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이오와 주 전체 주민 300만 명 가운데 40~50%가 보수적 성향인 기독교 복음주의교회 신자(복음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복음주의는 모르몬교를 이단으로 치부해왔다. 특히 롬니가 복음주의자 유권자가 밀집한 중·남부의 ‘바이블 벨트(Bible Belt)’ 주에서 치러질 경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공화당 성향의 핵심 유권자는 90%가 백인, 51%가 50세 이상, 42%가 복음주의자기 때문이다. 그만큼 복음주의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공화당의 최종 대선후보가 되기는 어렵다.

반면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비록 독실한 가톨릭 신자지만 낙태와 동성애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점에서 복음주의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복음주의자는 그동안 미국 대선 향방에 결정적 구실을 해왔다. 1980년에는 낙태를 지지하던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했으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들의 지지 덕에 연임에 성공했다.

미국에는 국교(國敎)가 없다. 미합중국 헌법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정헌법 제1조인 ‘표현의 자유’ 조항을 보면 “의회는 국교를 설립하거나 자유로운 신앙행위를 금하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는 말을 들어왔다. 기독교 중에서도 특히 개신교 국가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 명만 빼고 모두 개신교 신자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을 흔히 ‘WASP’가 지배하는 사회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WASP는 백인(White), 영국계(Anglo-Saxon), 개신교 신자(Protestant)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의 첫 알파벳을 딴 것이다. 실제로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프랭클린 루스벨트, 제럴드 포드 등 12명은 성공회 신자였다. 앤드류 잭슨 등 10명은 장로교, 조지 W 부시 등 5명은 감리교, 빌 클린턴 등 4명은 침례교 신자였다. 린든 존슨과 로널드 레이건은 그리스도의 교회(제자회) 신자였다. 존 애덤스와 밀러드 필모어는 유니테리언이었고, 허버트 후버와 리처드 닉슨은 퀘이커교도였다. 마틴 밴 뷰런과 시오도어 루스벨트는 화란개혁교회 신자였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그리스도연합교회 신자다.

역대 대통령 중 1명만 빼고 모두 개신교

유일하게 개신교 신자가 아니었던 대통령은 존 F 케네디였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1960년 대선에서 종교가 문제가 되자 자신은 대선후보로 나선 미국인이지, 대선후보로 출마한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유권자들을 설득한 바 있다.

분명 미국 정치와 개신교의 끈끈한 유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는 무슬림 지도자, 유대교 랍비 등 타 종교 인사와 동성애자인 성공회 주교도 참석해 화제가 됐다. 그럼에도 미국 국민은 여전히 대선후보의 종교를 따진다. 공화당원 일부가 오바마를 무슬림이라고 공격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공화당 대선후보도 결국 복음주의자의 선택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 복음주의자 가운데 상당수는 롬니를 적극 지지하지 않지만, 롬니 대신 오바마에 도전할 만한 다른 후보가 없다는 점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특히 올 대선의 최대 현안은 경제 문제인데, 경제를 잘 아는 후보는 롬니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복음주의자들이 대선 승리를 위해 롬니를 선택할지, 아니면 종교적 정체성 때문에 다른 후보를 지지할지가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롬니는 “미국이 위대한 이유는 종교의 자유 때문”이라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하나의 종교나 집단, 하나의 목적, 하나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복음주의자의 지지를 호소한다. 미국 국민은 2008년 대선에서 흑인인 오바마를 선택함으로써 새 역사를 만들었다. 만약 모르몬교 신자인 롬니가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대통령까지 된다면 또 다른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미국 대선과 종교의 함수관계가 어떤 해답을 도출할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주간동아 821호 (p58~59)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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