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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혈관 탱탱, 모발 풍성, 잇몸 튼튼 꽃중년 프로젝트 03

잇몸이 튼튼해야 평생 튼튼

40대 이상 성인의 80%가 잇몸병에 시달려… 잇몸 나빠지는 습관에도 그대로 노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잇몸이 튼튼해야 평생 튼튼

잇몸이 튼튼해야 평생 튼튼
저는 경기도에 사는 55세 남성 이아파 씨의 잇몸입니다. 요즘 제 주인인 이씨 때문에 너무 피곤합니다. 50년 넘게 살면서 제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 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더니 피가 나고 염증까지 생기자 견딜 수 없다는 듯 관심 폭발입니다. 구강내과다 치과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다니며 쑤셔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성보다 남성 환자 훨씬 많아

주인님은 며칠 전 치과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더 겁을 먹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제게 생긴 염증 탓에 생니를 뽑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거든요. ‘치과 치료에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진작 잇몸 관리 좀 할걸’이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후회를 하네요. 이미 제 몸은 상할 대로 상해 만신창이가 됐는데 말이죠. 돌이켜보면 주인님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오랫동안 아팠습니다. 30대 중반쯤 제게 가볍게 치은염(잇몸염)이 왔는데 그냥 무시했던 거죠. 지금은 저의 뼈(잇몸 뼈, 치조골)에까지 염증이 퍼져 고약한 치주염이 생겼습니다. 제 몸은 요즘 붓고, 피나고 엉망진창입니다. 주인님이 느끼는 통증은 참기 힘든 수준일 겁니다.

사실 잇몸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저의 주인님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한 해 잇몸병으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1340만 명 이상이고, 40대 이상의 80%가 잇몸에 문제가 있다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죠. 주인님 같은 남성은 잇몸에 더 신경 써야 합니다. 2009년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치아를 받치는 치조골이 손상되거나 치아가 흔들리는 등의 심각한 증상이 있는 잇몸병 환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40대 여성 잇몸병 환자는 25.9%지만 남성은 48%나 됩니다. 아무래도 남성이 여성보다 잇몸이 나빠지는 습관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이겠죠.

주인님 역시 제 건강에 나쁜 습관을 많이 가졌습니다. 잇몸 건강의 기본인 잇솔질 법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으니까요. 잇솔질을 3분 동안 해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통계를 내봤더니, 우리나라 사람이 이 닦는 시간은 평균 1분 14초밖에 안 된다는군요. 길게 닦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1분 21초밖에 잇솔질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인님 역시 대충 치약을 묻히고, 잇몸은 마사지하지 않은 채 이만 쓱쓱 닦아냈습니다. 그나마 점심식사나 간식을 먹은 후에는 잇솔질을 잘 하지도 않았습니다. 간식을 먹은 후 잇솔질을 하는 사람은 6%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음식을 먹는 습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주인님은 어릴 때부터 과일이나 채소는 먹지 않고, 물렁물렁한 음식만 좋아했습니다. 채소나 과일은 몸에도 좋지만, 치아에 있는 찌꺼기도 제거해주고, 많이 씹는 습관도 기를 수 있어 제게는 악어새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주인님은 몸에도 나쁘고 많이 씹지 않아도 되는 인스턴트식품만 즐겨 먹었죠. 음식을 꼭꼭 씹으면 치아 표면의 세균이 떨어져 나가 구강이 깨끗해집니다. 보통 30번 이상 음식을 씹어야 소화와 구강 건강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잇몸이 튼튼해야 평생 튼튼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

특히 주인님이 즐기는 술과 담배가 제게는 무척 해롭습니다. 우리 주인님은 영업 직원이라 일주일에 적어도 3번 이상은 술을 마셨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한 달에 평균 8번 정도 술자리를 즐긴다는데 주인님은 그보다 훨씬 많은 12번 이상 술자리를 가지니 제가 얼마나 피곤했겠습니까. 염증이 있는 사람은 술을 마시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탈수로 입이 말라 세균이 더 많이 번식합니다. 게다가 술에 취해 잇솔질도 하지 않은 채 잠든 밤이 많았습니다. 말을 못 하는 저는 결국 30대 중반쯤 통증(치은염)으로 경고를 보냈지만 주인님은 그러다 말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버렸습니다.

담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니코틴 등 담배의 나쁜 성분이 잇몸을 손상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립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내용으로는 치아와 잇몸이 4~5mm 이상 벌어진 중증의 잇몸병 환자 중 흡연자가 31.1%고, 비흡연자는 18.6%입니다. 하지만 주인님 같은 흡연자는 이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죠.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음주나 흡연, 폭식 등 제 몸에 해로운 일을 저지르게 만든다고 하니, 저의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 일도 안 하는 공주님 잇몸이 예쁘고 건강한 게 당연합니다.

잇몸이 튼튼해야 평생 튼튼

2011년 3월24일 제3회 ‘잇몸의 날’을 맞아 서울대병원 치과의사들이 종로·성북 거주 독거노인들에게 무료로 치주병 검진 및 치료를 해주고 있다.

많이 씹고, 양치 시간 늘리고, 잇몸 마사지 많이 하는 3多

잇몸이 튼튼해야 평생 튼튼
주인님은 제가 피를 흘리는데도 입버릇처럼 큰소리를 칩니다. “이가 아프면 이를 다 뽑고 다시 하겠다”고요. 하지만 임플란트나 틀니를 한다고 해서 저를 관리하지 않아도 될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임플란트는 아주 우수한 치료법이지만 임플란트 주변은 혈관 분포가 적어 감염에 약합니다. 임플란트를 시술한 사람 중 평균 12~43%가 임플란트 주위에 염증이 생긴다고 합니다. 원래 잇몸병이 있었거나 흡연을 하는 사람은 더 조심해야 하죠. 잇몸 염증이 심해지면 애써 시술한 임플란트를 다시 뽑아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틀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틀니를 하면 치조골 소실이 일어나 틀니가 딱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제게 상처가 생기고 염증이 일어납니다. 제가 아프면 당연히 틀니를 착용하는 게 어려워지죠. 틀니가 맞지 않는다면 제게 잘 맞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틀니와 저는 잉꼬부부처럼 잘 어울려야 주인님이 고생을 안 합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는 반드시 틀니를 빼고 저를 쉬게 해줘야 해요. 치아가 없는 환자도 저를 마사지해주면 잇몸 질환 예방에 효과가 큽니다. 치조골이 닳아 틀니가 헐거워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죠. 틀니는 제대로 씻지 않으면 세균의 온상이 됩니다. 그러면 제가 병들어요. 전용 세정제 등으로 깨끗이 세척하는 것, 제발 잊지 마세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인님이 저에게 큰 이상이 생긴 후부터 뒤늦게나마 구강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입니다. 먼저 잇솔질부터 달라졌습니다. 이 닦는 순서를 정해 빠지는 부위 없이 꼼꼼히 닦죠. 치아의 바깥쪽, 앞쪽 치아의 안쪽, 어금니의 안쪽, 어금니의 씹는 면 순으로 잇솔질하고, 치아와 잇몸 사이도 꼼꼼히 닦아줍니다. 얼마 전부터는 평생 한 번도 구경 해보지 못한 치실과 치간 칫솔을 사용해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술을 많이 마신 날에도 구강세정액으로 입을 헹군 후 잠자리에 듭니다. 예전에는 많으면 하루에 두 번, 보통 아침에 한 번만 이를 닦았는데 정말 큰 발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매일매일 꼼꼼히 살펴준다는 게 기쁩니다. 이를 닦은 후에 칫솔을 기울여 잇몸에서 치아 쪽으로 밀어내듯 마사지해주거나 맨손가락 또는 거즈를 감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제 몸을 닦아주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병원에 가지 않고 민간요법으로 해결하려 해 제 속을 태웠지만 병원을 찾은 후에는 잇몸을 대하는 주인님의 생각이 개벽한 것처럼 바뀌었죠. 아직 염증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6개월에 한 번씩 치과를 방문하고 스케일링도 받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진작 이런 생각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여러분은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가끔 잇몸이 붓고 들뜨는 느낌이 난다면 꼭 치과를 찾아 치료받으세요. 또한 잇몸병의 큰 원인인 치석을 제거하려면 6개월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받기를 권합니다. 주인님은 치과 치료와 함께 평소에도 잇몸 관리를 잘하려고 한 가지 방법을 더 선택했답니다. 바로 편리한 치약형 치료제를 쓰는 것이죠. 국내 굴지의 제약사에서 만든 ‘잇치’는 항염과 항균 효과가 있고, 치약 같은 느낌에 잇솔질을 하면서 잇몸 치료도 함께 할 수 있어 주인님처럼 바쁜 현대인도 쉽게 사용 할 수 있답니다.

구강건강 전문의인 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홍정표 교수님께서도 잇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강조하셨습니다.

“성인 대부분이 잇몸병을 포함한 구강질환 환자지만 평소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하지만 잇몸과 구강은 전신 건강의 척도기 때문에 평소 잇몸을 잘 살피고 관리해야 합니다.”

‘잇몸 건강이 온몸 건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잇몸 상태가 건강의 척도라는 거죠. 그만큼 구강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제 주인님처럼 잇몸이 망가진 후에 관리를 시작하지 마시고, 평소 습관을 바꿔 저, 잇몸에 조금만 더 신경 써주신다면 2012년 새해는 훨씬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겁니다. 파이팅!

도움말 : 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홍정표 교수



주간동아 821호 (p24~27)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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