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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 인터뷰

“전, 사극 체질 작품 찍는 동안엔 친구도 안 만나요”

대종상·청룡 영화제 신인상 문채원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전, 사극 체질 작품 찍는 동안엔 친구도 안 만나요”

“전, 사극 체질 작품 찍는 동안엔 친구도 안 만나요”
이목구비가 단정하다. 눈망울이 맑고 선하다. 2011년 충무로와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자신의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준 배우 문채원(25). 데님 팬츠에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워커를 신은 모습이 한복차림만큼이나 잘 어울린다. 2011년은 배우 문채원의 해라고들 한다. 그가 주연한 영화 ‘최종병기 활’과 드라마 ‘공주의 남자’가 모두 흥행한 덕이다. 국내 영화제의 양대 산맥인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제에서 연거푸 신인상을 받았다.

그가 사진 촬영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니트 티셔츠와 미니스커트로 옷을 갈아입었다. 데님 팬츠를 벗자 보이시한 느낌이 사라졌다. 옷만 갈아입었을 뿐인데 ‘천생 여자’란 단상이 떠올랐다.

2007년 청소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문채원은 2011년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두 편의 사극으로 ‘가장 잘나가는’ 스타가 됐다. 국민 700만 명이 넘게 본 영화 ‘최종병기 활’로 신인상을 휩쓴 기분이 어떨까.

“두 번 다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대종상 때는 마냥 기쁘고 좋았어요. 청룡영화제 때는 감정이 복잡했고요. 상 받은 게 영광스럽고 기쁘면서도 내가 받아도 되나 싶었어요. 후보에 오른 다른 작품이 다 좋아서 기대조차 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감정을 잘 드러내진 않아요. 연기하면서 한 가지 배운 건 평상심을 잘 유지해야 이 일을 오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좋은 일이 생겼다고 너무 좋아하지도 말고, 안 좋은 일이 있다고 심하게 괴로워하지도 말고(웃음).”

목소리와 말투가 나긋나긋하다. 말하는 속도도 느리다. 음악으로 치면 딱 ‘라르고(Largo)’다. 그를 두고 사극이 잘 맞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쪽 찐 머리를 하고 연기할 줄은 몰랐는데 제가 봐도 사극에 맞는 외모 같아요. 여느 연예인에 비해 이목구비가 크지 않고, 입체적으로 생긴 편도 아니거든요. 볼살도 있고, 얼굴선은 동글동글하고, 말도 느려서 사극에서 구사하는 대사 속도와 맞는 것 같고요.”

▼ 두 사극의 어떤 점에 끌리던가요.

“‘최종병기 활’은 평소 존경하던 선배들이 대거 출연하고,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수동적이지 않은 게 마음에 들었어요. 안 써봤던 몸을 쓴다는 게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왔죠. ‘공주의 남자’는 세조의 맏딸 세령공주와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 분)의 멜로 라인이 끌렸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이미지로 일관하지 않고 철부지 소녀에서 원숙한 여인으로 발전해가는 점이 좋았죠. 그런 여자애는 본 적이 없거든요.”

어릴 때부터 미술 지금은 취미생활

“전, 사극 체질 작품 찍는 동안엔 친구도 안 만나요”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 분)와 수양대군의 딸 세령(문채원 분)의 로맨스를 그렸다.

프로필을 보니 연기에 입문하기 전 그는 미술학도였다. 예술 분야의 명문 선화예고를 거쳐 추계예술대 서양화과를 중퇴했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해서 예고에 진학했는데 고3 때 갑자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고2 때까지는 자아가 뚜렷하지 않았어요. 중학생 때는 말 그대로 아기 같았고 주체성도 전혀 없었죠. 지금도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는 안목이 부족한데 그때는 더 심했어요. 그러다 고3이 되면서 하고 싶은 게 정해지니까 빨리 그것을 하고 싶더라고요. 왜 그토록 연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어요.”

▼ 미술에 대한 미련은 없나요.

“그건 단정할 수 없어요. TV 활동을 시작하면서 붓이랑 그렸던 그림을 모조리 버렸어요. 엄마 아빠가 말리는데도 그냥 보기 싫더라고요. 대학도 1학기까지만 다니고 바로 전 소속사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한 마지막 작품이 2009년 KBS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예요. 이후 1년을 쉬었는데 그때 붓을 다시 잡았어요.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까 그리게 되더라고요.”

▼ 그림을 그리니 마음이 편해지던가요.

“미술재료를 사다가 자화상도 그리고 이것저것 여섯 장을 그렸어요. 신들린 사람처럼 일곱 시간을 내리 앉아서 뭔가를 그리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지더라고요. 연기를 다시 시작한 뒤에는 안 그렸는데, 그 그림들을 버리진 않았어요. 어떤 선배님이 기분 좋을 때 그린 그림과 힘들 때 그린 그림은 느낌이 다르니 잘 모아두었다가 전시회를 해도 재미있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연기와 병행하면 몰라도 미술분야로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해요. 연기는 현재의 업이고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배우는 감성이 풍부하고 감정이입이 빨라야 한다. 많은 연기자가 작품을 찍는 도중은 물론 끝내고 난 후에도 극중 인물의 감정에 빠져 있는 건 이 때문이다. 2개월 전까지 세령공주로 살았던 그는 어떨까.

“작품을 하고 있을 땐 긴장의 끈을 못 놓죠. 그래서 친한 친구도 안 만나요. 감정이 흐트러지고 작품에 쏟아야 할 에너지가 분산되거든요. 친구들이 그걸 노여워하지 않고 작품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더라고요. 그렇다고 작품 속 감정을 일상으로 가져오진 않아요. 근데 ‘공주의 남자’가 끝나고는 좀 이상해요. 한 작품이 끝나면 시원하기만 했는데, 이번엔 김승유와의 애틋한 사랑이 그리워요.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 혹, 어떤 남자에게 끌리는지.

“만나고 싶은 사람과 실제로 끌리는 사람이 달라요. 만나고 싶은 타입은 유쾌한 로맨티스트예요. 진지하고 성숙하면서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마음이 가는 사람은 그런 이상형이 아니더라고요.”

▼ 그동안 박신양, 이승기, 박시후, 박해일 등 여러 ‘훈남’(훈훈한 남자)을 상대역으로 만났는데 그중 이상형에 가장 가까웠던 인물은 누군가요.

“극중 캐릭터로 보면 ‘최종병기 활’에서 박해일 선배가 연기한 남이 캐릭터가 가장 멋졌어요. 저의 친오빠 역이었지만 이성으로 보면 동생을 구하려고 죽음을 불사하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 모습이 남자답고 호탕해 보였어요.”

▼ 첫사랑의 기억은?

“스무 살 넘어서 했어요. 이쪽 분야 친구가 아니고 일반인이었어요. 그 사람을 많이 좋아했어요. 태어나서 누구를 그렇게 좋아한 건 처음이었어요. 지금은 끝나서 기억으로만 남아 있죠. 근데 사랑을 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지만 이별할 때는 아프더라고요. 살면서 한 번쯤 그런 사랑을 해본 것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해요. 친구들은 저더러 첫사랑을 너무 늦게 했다고 놀려요.”

인터뷰 도중 테이블에 놓인 차와 와플에 연신 손이 가는 그를 보니 이렇게 잘 먹는데 왜 살이 찌지 않는지 의아했다. 신장이 168cm인데 몸무게가 48kg이니 마네킹 몸매가 아닌가. 따로 다이어트를 하느냐고 묻자 그가 손사래를 친다.

“유쾌한 로맨티스트 남자 어디 없나요?”

“전, 사극 체질 작품 찍는 동안엔 친구도 안 만나요”
“무지 잘 먹는데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안 쪄요. 지금처럼 쉬고 있을 때는 하루에 일곱 끼도 먹어요. 밥도 배고프면 두 공기씩 먹고요(웃음).”

최근 어머니와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후 그는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보고 있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6개월 내에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연말연초에는 행사가 많아 정신없이 보낼 것 같다”는 그에게 “KBS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공주의 남자’로 또 상을 받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우리 팀에서 누가 상을 받더라도 진심으로 축하해줄 거예요.”

▼ 2011년에는 상복이 터졌는데 학교 다닐 때도 상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다 그림 상 아니면 독후감 상이에요. 글 쓰는 걸 무척 좋아하거든요. 그림은 공백기 1년 동안만 다시 그렸는데 글은 지금도 계속 쓰고 있어요. 장르를 정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쓰다 보니 에세이 같은 형식이 되더라고요.”

▼ 다니던 대학은 어떻게 하고요.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다가 아예 자퇴했어요.”

▼ 학업을 계속할 뜻은 없나요.

“그렇진 않지만, 일을 계속 바쁘게 하다 보면 대학 가기가 힘들겠죠. 너무 늦게 가고 싶지도 않고요. 만일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다시 대학에 가더라도 미술이나 연기를 전공할 생각은 없어요. 영화학이나 연출을 공부하고 싶어요.”

▼ 20대가 끝나기 전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뭔가요.

“거창한 꿈은 없어요. 내용도 좋고 흥이 나서 잘할 수 있는 영화를 만나는 것, 정말 짧은 커트머리를 해보는 것 정도랄까요. 어릴 때부터 쇼트커트를 해보고 싶었는데 한 번도 못 해봤어요. 지금은 머리를 이대로 둘 수밖에 없어요. 다음에 어떤 캐릭터를 맡을지 알 수 없으니까. 이참에 공개적으로 밝히는데 커트머리가 어울리는 캐릭터 좀 맡겨주세요. 제발(웃음).”



주간동아 818호 (p67~69)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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