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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바다가 키워냈다 지역마다 맛이 다르다

굴 자랑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바다가 키워냈다 지역마다 맛이 다르다

바다가 키워냈다 지역마다 맛이 다르다

서산 간월도의 굴이다. 이 굴은 돌에 붙어 웬만큼 자란 후 뻘에 떨어져 자란다.

“진상품이라고 이름 난 것은 대체로 그 맛이 특별나다기보다 그 지역에서 많이 생산했기 때문이라 보면 됩니다. 서산 굴이 유명한 것도 예부터 그 지역에서 굴을 많이 땄기 때문이죠.”

얼마 전 어느 강의에서 이런 내용의 말을 했는데, 질의응답 시간에 서산시민인 듯한 한 분이 이에 반기를 들었다.

“서산에서는 굴을 뭐라 그러는지 아십니까. 강굴이라 합니다(‘강한 굴’이라는 뜻으로 그 말을 쓴다고 말하는 듯했다). 다른 지역의 굴은 무르고 향이 약하지만 서산 굴은 단단하고 향이 강합니다. 양이 많아 유명해졌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자기 고향 음식을 으뜸으로 여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필자 역시 횟집에서 음식을 먹기 전 고향인 마산 앞바다의 물고기가 얼마나 맛있는지 한바탕 ‘썰’을 풀어야 직성이 풀릴 때가 있다. 그러나 공적인 일을 할 때는 애향심을 멀리 버려두어야 한다. 그 서산시민이 서산에서만 살고 서산 굴을 팔아야 한다면 “서산 굴이 최고야” 해도 탈이 없을 수 있으나, 서산을 떠나 공공의 일을 한다면 이 시각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국의 주요 굴 생산지인 통영과 남해, 그리고 여수, 강진, 태안 사람들과 굴맛을 두고 내내 논쟁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굴철이니, 필자가 먹고 느꼈던 전국의 굴을 다뤄보겠다. 먼저 서산 굴. 서산 굴이라 해도 다 같은 것은 아니라, 대체로 간월도에서 나는 것을 서산 굴의 대표로 여긴다. 그때 강의실의 서산시민은 ‘강굴’이라 표현했는데, 간월도 할머니들은 토굴 또는 석화라는 말을 많이 쓴다. 간월도 굴밭은 바닥은 뻘이고 그 위로 큼직한 돌멩이가 깔렸다. 굴의 유생이 이 돌멩이에 붙었다 웬만큼 자라면 뻘에 떨어져 자란다. 토굴, 석화라는 말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조수간만 차가 큰 때문인지 굴이 잘고 단단하며 향이 농축된 듯한 느낌이다. 이 굴은 어리굴젓으로 먹어야 한다. 밥 한 숟가락에 어리굴젓 한 점, 이렇게 먹기에 딱 좋은 크기다.



작기로는 백령도 굴이 제일 작다. 백령도 굴은 커다란 바위에 붙어 자란다. 자라다 떨어질 개펄이 없다. 조수간만 차가 심하고 파도가 거칠어 굴이 크게 자랄 환경이 되지 못한다. 작아서인지 향도 강하다. 새끼손톱만 한 굴을 종지에 담아서 간장 조금 넣은 뒤 휘휘 저어 한입 탁 털어먹는 맛이란!

큼직하기로는 통영이나 남해 양식 굴이 제일이다. 이곳의 굴 양식장은 바다에 떠 있다. 굴은 줄에 붙어 바닷물 안에서 내내 자란다. 물 바깥으로 나올 일이 없어 빨리, 크게 자란다. 그 대신 살이 무르고 향이 적다. 그러나 이 양식 굴도 겨울 끝 무렵엔 맛이 좋다. 입안 가득 차는, 그 큼직한 굴맛은 어디에 비길 데가없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인은 대체로 굴을 너무 일찍 먹는다는 것이다. 김장철이 최성수기여서 이때 거의 다 따버린다. 그러니 굴이 맛있는 철에는 그 양이 적고, 찾는 사람도 없는 묘한 일이 벌어진다.

양식 중에서도 자연산과 비슷한 맛을 내는 굴이 태안 굴이다. 이 지역의 굴 양식장은 개펄에 나무를 세우고 거기에 굴을 단 줄을 매다는 형태다. 만조 때는 물에 잠기고 간조 때는 물 밖으로 드러난다. 자연산 굴 생장조건과 똑같다. 그런데 유조선 사고로 이 지역 굴 양식장이 폐허로 변해 몇 년간 이 맛있는 태안 굴을 먹지 못했다.

남해에도 자연산 굴이 있는데, 특히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의 지족해협에서 나는 굴이 단단하다. 이 지역은 바닥에 자갈이 깔리고 갯벌이 없다. 지족해협의 빠른 물살을 버티려니 당연히 단단해지는 것이다. 또 강진 앞바다 굴도 양식이지만 단단하다. 이도 물살의 영향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한반도에서 특색 있는 굴을 10여 개 이상 뽑아낼 수 있다. 음식이란 그런 것이다.



주간동아 2011.12.19 817호 (p64~64)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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